■ ‘2028 대입 개편, 국민의 뜻은 어디에 있나?’ 3회 연속 기획 보도 1부 (2023.11.15.)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중장기 대책 세워야 할 국교위가 2028 대입에서 책임 다해야...” |
교육부는 지난 10일, 2028학년도 대입제도 시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연내 확정을 위해 4개 권역별 설명회를 거쳐 20일 대국민 공청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융합형', '선진형 내신제도' 등의 수식어로 미화된 교육부 시안의 골자는 결국, 안정과 변별의 논리에 매몰된 "상대평가 확대"였습니다. 교육부의 시안이 발표된 이래, 학교 현장과 학부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러한 대입제도로는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가 무력화될 것이고, 입시 경쟁에 매몰된 교육과 사교육 부담의 고통은 악화일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부의 일방적인 대입안 확정을 규탄하며,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와 각계 교육 전문가들의 요구를 응집하는 기획보도를 연재합니다. 보도를 통해 이번 대입 개편에 대한 여론의 추가 어디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낱낱이 알림을 통해 기형적 형태로 굳어져가는 2028 대입안에 대한 사회적 숙의와 정책의 변화가 다시 촉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연속보도 1부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강민정, 도종환, 문정복 국회의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및 전국 105개 교육⋅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한 ‘2028 대입시안 분석 및 대안 모색 긴급 토론회(2023.11.14.)’, 2⋅3부는 23.10.26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하여 학생, 학부모 대입 당사자 100인이 참여한 ‘2028 대입 당사자들의 위풍당당 공청회 We save us!(2023.10.26.)’를 중심으로 보도합니다.
[연속보도①]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중장기 대책 세워야 할 국교위가 2028 대입에서 책임 다해야...”(23.11.15) [연속보도②] 현 중2가 고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협력의 세상, 상대평가를 멈춰야 가능합니다.” (23.11.16) [연속보도③] 대입 위한 사교육 군비 경쟁은 이제 그만. “부모도 노후를 준비하고 싶다!” (23.11.17) |
교육부는 지난 10월 10일에 ‘고교내신 5등급 상대평가 및 수능 통합형 과목 체제로 개편’, ‘심화 수학(미적분2+기하) 신설 검토’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2028 대입 개편 시안을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는 이를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에 맞춰 내신 부풀리기를 방지하고 대입에서 공정하고 흠결 없는 변별을 위한 방책으로 소개하였으나, 현장 교사들은 이 안대로라면 고교학점제 무력화, 2022 개정교육과정 학교 수업은 파행될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2028 대입 시안 발표 이후, 4개 권역별 학부모 설명회를 마무리하고 11월 20일 예정된 대국민 공청회를 끝으로 연내 확정을 위한 가속 페달을 밟고 있습니다. 이에 강득구, 강민정, 도종환, 문정복 국회의원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및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을 비롯한 전국 105개 교육·시민단체는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를 반영, 경쟁 고통을 완화하는 동시에 신뢰받을 수 있는, 공정한 평가가 가능한 대안을 모색하고 이를 전문가에게 검증하기 위해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였습니다. |
이번 토론회는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시민단체,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대표자가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교육부가 주최한 학부모 설명회에서 ‘안정’과 ‘변별’이 강조되었음을 비판하였습니다. 특히 ‘절대평가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나 문제가 없다는 완벽한 증거가 있어야 절대평가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 교육부의 설명에 ‘그렇다면 지금의 상대평가는 문제없이 완벽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교육부가 잘못된 대입시안을 철회하고 재설계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였습니다. |
△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이미 대입개편과 관련해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음에도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교육의 숨통이 트이지 않고 답답한 상황을 버텨야하는 현실이 ‘지독하다’며, 이번 토론회가 교육을 ‘살리는’ 길을 찾겠다고 나선 만큼 논의되는 대안들이 실제 2028 대입 시안에 반영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교육부가 이번 대입 개편 과정에서 실제 여론을 제대로 듣지 않음을 지탄하였습니다. 일례로 교육부는 자체 선발한 1200여명의 학부모 설문으로 시안을 정당화했지만, 교육부 시안을 규탄하는 이번 토론회의 공동주최 단체(105개 교육·시민단체)의 학부모만 해도 교육부 설문 대상의 100배는 넘을 것이라고 반박하였습니다. 또한 교육부가 주최한 학부모 설명회에서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사과의 개수와 품질 차이로 빗댄 수준 이하의 설명, 내신 절대평가는 성적 부풀리기를 야기해 학부모 민원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교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설명’ 등을 규탄하며, 권력과 정치에 학생들을 희생시켜 12월까지 확정하려 서두르기보다 여론을 제대로 수렴해 내년 2월 확정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 발제: 구본창(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 |
이어서 <발제>에 나선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이하 구 소장)은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개편 시안에 대한 우려점을 △교육과정과의 충돌, △고교학점제의 무력화, △사교육 폭증 등 3가지 차원에서 지적하였습니다.
구 소장은 △먼저 수능에서 상대평가 및 현행 점수 체계가 유지되는 교육부 시안은 2022개정교육과정에서 강조한 학습자 주도성을 길러내기에 부합하지 않고,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70%에 이르는 상황에서는 학교교육이 오지선다 문제풀이 수능 대비에 매몰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또한 △현재 일부 (진로선택)과목은 이미 절대평가를 하고 있는데다, 교육부가 올해 6월 발표(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도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를 한다고 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을 비판했습니다.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지대한 상황에서 상대평가가 지속된다면 진로․적성보다 성적의 유불리 따져 과목 선택권이 왜곡되는 점, 또한 심화수학 영역이 수능에 신설될 경우, 학교에서 이에 맞춰 과목을 편성하느라 학생의 필요에 맞춘 선택과목을 개설할 시수 확보가 어려워 고교학점제가 무력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 소장은 △이번 대입 시안이 초중학생의 선행 사교육과 고등학생의 내신·수능 사교육을 심화시키며 조기 선행 사교육 불안마케팅이 증가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이어서 구 소장은 교육부가 학부모 설명회에서 설명했던 내용을 4가지 모순점으로 정리해 반박하였습니다. △첫째로 교육부는 내신 5등급 상대평가 개편이 학업 동기를 높이고 경쟁을 완화할 것이라 했으나, 구 소장은 오히려 기존보다 1등급에 들기 위해 경쟁에 참여하는 학생의 모수가 커져 오히려 중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5등급 상대평가에서도 내신 저조에 따른 자퇴생은 줄기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둘째로 교육부는 5등급제를 마치 세계적 추세이며 선진형 내신제도로 소개했으나, 구 소장은 5등급 ‘절대평가’이지 상대평가가 아니며,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대다수 국가(미국,독일,영국,핀란드,일본,중국)가 모두 절대평가 체제라고 반박했습니다. △셋째로 교육부는 이번 개편 시안이 현장의 고교학점제 안착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으나,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와 전국진학지도협의회뿐 아니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문 결과상 고교 교사 5명 중 4명이 한 목소리로 고교학점제의 파행을 우려한다며 반박했습니다. △넷째로 교육부는 공교육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한다며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통합형 과목으로 개편을 꾀하고 있으나, 구 소장은 이에 대해 개편 시안에 대해 고교교사 10명 중 8명은 수능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고 공교육 정상화에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이 98.1%에 달한다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문 결과를 근거로 반박했습니다. 이어서 구 소장은 교육부의 학부모 설문의 타당성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대입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여론조사(2023.9.13.~14 실시, N=1,013)한 결과에 따르면, 고교내신 절대평가에 55.4%가 동의(매우 동의 30.2%), 수능도 절대평가 전환 찬성에 56.2%에 이르는데, 교육부가 실시한 학부모 설문은 상대평가에 대한 동의를 유도하는 편향적 질문으로 내신 상대평가 유지(88.6%) 및 5등급제 전환(76.6%)에 대해 다수 학부모가 동의했다는 결과를 이끌어냈음을 비판하였습니다. 이어서 구 소장은 지역별 학교당 평균 학생수 차이를 고려할 때 경기에서 1등급이 10명 나올 때 전남은 4명밖에 안 나오는 지역격차 상황을 전했습니다. 학생수가 적어서 1등급이 산출될 수 없는 고교가 전국에 43개교나 되는데, 서울 소재 14개 대학 중 등급이 산출되지 않으면 학생부교과전형 지원자격을 주지 않는 대학이 11개 대학이나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렇듯 고교 내신을 정량평가 하는 상대평가 체제에서 지역은 절대적으로 불리하기에 구 소장은 내신 상대평가 유지는 ‘지역 소멸의 엑셀레이터’라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서울대나 의대 정시에서 수도권 출신 비율이 급격하게 늘고 있고 지역 간 수능 성적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교육부 대입 시안은 수능의 지대한 영향력과 상대평가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지역격차 심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구 소장은 초중고 학생 10명 중 8명(81%)은 경쟁교육과 입시로 인한 고통을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듯, 이번 대입 시안에서 △입시경쟁 부담 완화, △사교육 고통 완화, △교육격차 해소, △진로적성계발, △학교 수업·평가 개선, △미래교육으로의 전환을 위해 ‘고교 내신과 수능에서의 전면 절대평가 전환’이 대입 개편에 대한 국민의 뜻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제 1토론: 전희정(부경대학교 교수) |
전희정 교수는 상대평가가 학생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연구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시기 동안 내신제도와 상대평가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심층면접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면담 가운데 학생들은 ‘시험기간이 되면 연필 하나 빌리기도 부담스러움’, ‘마트에 진열된 소고기의 등급이 나와 같다고 생각함’, ‘자기가 없어지는 경험’같은 말로 상대평가 아래 느끼는 부담을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심층면담과 함께 잠재 프로파일 방식이 사용된 이 연구의 결과에서 4가지 집단 유형이 각각 학업효능감, 부정적 자아상, 자기집중, 과도한 긴장감 등 10가지 항목에 대해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 자료: 전희정 외(2019) 고등학생이 경험하는 내신제도와 상대평가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참여학생의 26.9%에 해당하는 4번째 집단(분홍색선)은 소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로, 학업효능감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 학생들은 다른 집단에 비해 과도한 긴장감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며, 자기 자신의 내면과 관심에 대한 자기집중도는 부적응 집단(붉은선) 다음으로 저조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2.8%에 속한 부적응집단의 경우에는 자기집중도는 최저였으며 부정적 자아상에서도 가장 나쁜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는 상대평가가 경쟁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뿐 아니라 가장 높은 등급을 얻어 경쟁에서 승리한 학생까지 모두를 사실상 패배자로 만드는 체제임을 입증한 것입니다. 또한 상대평가에서 상위 등급을 받는 ‘높은 수준의 비교와 경쟁 집단’에서 낮은 자기집중도를 보였다는 점은 상대평가와 학생의 주도적 선택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고교학점제가 서로 양립될 수 없는 것임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습니다.
■ 제 2토론: 김성천(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 전문대학원 교수) |
김성천 교수는 2028 대입안에 대한 다수의 우려를 전하며 발표된 대입안의 가장 큰 문제로 2022 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철학과 불일치하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은 학생의 선택, 주도성, 역량을 목표로 프로젝트활동, 탐구식수업 강조하고 있는데 2028 대입시안의 평가 방안은 그 교육과정의 목표를 침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Wag the dog)’이라며, 교육과정의 철학과 가치에 따라 평가가 규정되어야 하는데, 평가가 거꾸로 교육과정의 철학과 가치를 뒤집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비유하였습니다.
교육과정과 평가의 일치를 위해, 2028대입시안에 맞춰 ‘거꾸로’ 교육과정을 다시 쓴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인간상: 상대평가 체제에 압도적 경쟁상을 가진 인간,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접어두고 학습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일단 외우고 보는 것을 지향. △과목선택권: 눈치껏 알아서 성적 잘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수업방법: 교실에서 강의식 ebs 수업 적극 권장. △교육과정 설계: 통합과학/사회는 학교에서 반복문제풀이를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함. 민원발생 최소화 위해 선택권보다는 대규모학생이 들을 수 있는 과목을 개설 권장. △평가방법: 평가의 공정성과 변별 확보를 위해 지필고사 권장. 상대평가에서 결과 중심으로 평가. △학교 밖 체험학습 및 공동교육과정: 비공식적으로 사교육과 연계된 공동교육과정 연계.
이어 김 교수는 이번 대입 시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진로교육이 무의미해질 것이며, 다양성의 가치는 사라지고 획일화되어 오직 의대/상위권 대학에 가기 위한 혈투 속에 교육의 가치 소실되고 재수 시장, 사교육 시장만 늘어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대입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변별이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 서울 상위대학들도 충분히 절대평가로 선발이 가능함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대입안을 확정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거버넌스 구조로 된 독립기구로서 자주성과 중립성을 가지고 현장의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역할과 권한이 있으므로 이 문제를 논의하고 학습하고 숙의해나가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 제 3토론: 김용섭(초등 학부모) |
김용섭 학부모는 먼저 이 토론의 자리에 대입제도를 결정하는 교육부, 정작 들어야 할 사람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았음을 규탄했습니다. 학부모이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대한민국 엘리트 지도자들이 내놓는 ‘웃음밖에 안 나오는’ 정책들을 꼬집으며 공감능력을 기르지 못하고 경쟁의 승자만을 뽑아 배출하는 교육의 문제를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사교육비로 신음하고 있는 부모들과 학업 경쟁과 부담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다수의 학생들로부터 괴리된 채 탁상공론에 그친 대입제도를 확정지 말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제 4토론: 김현민(신방학중학교 2학년 학생) |
김현민 학생은 이번 대입개편 시안을 가리켜 ‘고교학점제, 학부모, 학생 모두를 죽이는 시안’이라고 평가하며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라 말했습니다. 2022개정교육과정에서 획일화된 교육을 해소한다고 하더니 전혀 엉뚱한 대입안을 발표했고, 고교학점제 홈페이지에는 ‘학습속도가 다르고 목표가 다른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구를 넣더니 이번 대입안 홍보에선 통합하고 획일화하겠다는 의도의 문구가 가득하다고 지적하며, ‘어이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2028대입시안에서 모든 과목을 완벽히 학습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읽히는데, 여기저기 사용가능한 인력을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요즘 심리상담가 전문가들은 번아웃 증후군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모든 것을 완벽히 하려 하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는데 교육제도는 반대방향으로 몰아간다고 탄식하며, ‘과연 누구를 위한 시안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덧붙여 학력고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능을 도입했지만, 이제 다시 학력고사가 봉착했던 문제에 빠진 수능이라면 이제 다시 과감한 개편, 자격고사화 등을 모색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발언을 마치며 김현민 학생은 학생, 학부모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이번 정부의 슬로건에 부합하는 대입안을 다시 가져오라’고 요구했습니다. ■제 5토론: 이봉수(23년차, 현 덕성여고교사) |
이봉수 선생님은 교육부가 대입시안에 첨부한 여론조사의 문항을 보며, 얼마전 본인이 출제했던 사회문화 시험문항 중 잘못된 여론조사의 보기로 들었던 것과 너무 똑같다며, 국가 기관에서 이처럼 객관성을 결여한 여론조사를 낼 수 있느냐는 허탈한 물음을 던졌습니다. 이 교사는 시중에 떠도는 학교의 모습에 현재 학교의 모습과 다른 낡은 이미지가 있다고 하며(촌지를 받는 교사의 모습 등), 이번 대입시안은 절대평가 전환과 학생선택 확대로 인해 변화될 학교 현장의 모습은 도외시한 채 학교에 대한 오래된 관념에 의해 도출된 것 같다고 논평했습니다. 가령 절대평가의 성적부풀리기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 교사들의 수준은 20여년 전 성적부풀리기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보다 많이 진보했음을 간과한 것이라며 여러 우려 속에서도 절대평가가 잘 정착되어 온 중학교의 사례를 들기도 했습니다. 미래교육의 역량을 중시하는 교사들이 고교학점제 시행 단계에서 발생할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긍정했던 것은 ‘고교학점제와 함께 절대평가 도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발언을 마무리하며 이 교사는 ‘5등급 상대평가는 교사들에게는 5지선다형 문제에 머무를 좋은 핑계’를 제공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교육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 우리 교육의 미래를 내팽개치는 일이 될 수 있다 논평했습니다.
■제 6토론: 주종한(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2정책팀장) |
주종한 팀장은 지역과 계층 간 격차를 보인 현행 수능의 불공정성이 이미 수없이 지적되었음에도 현행안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며 ‘공정과 안정’ 운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2022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시행에 부합하는 대입안을 발표하겠다 했음에도 급히 기조를 바꿔 전혀 교육과정에 맞지 않는 안을 내놓았다고 비평했습니다. 이어 주 팀장은 17개 시・도교육청 대입답당자와 교사 등의 입장을 모은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시안에 관한 시도교육청 의견 및 교구_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내용을 소개하면서 교육부의 고민과 노력을 참작하려는 견해도 일부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내신 대비와 수능의 과도한 영향력 강화에 대한 우려, 고교학점제를 무력화시킬 상대평가와 내신 부담 확대 우려 의견이 있었음을 전했습니다. 이에 대한 시도교육청들의 요구로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도록 내신 5등급 성취평가제 도입, 수능 절대평가 전환, 심화수학 신설에 대한 신중한 재고 및 3학년 2학기 수업 정상화를 위한 수시정시 통합을 제안했습니다. 끝으로 발표자는 고교교육이 대학입시를 위한 종속변수가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제 7토론: 정대화(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
국가교육위원회의 정대화 상임위원은 교육부가 내놓은 2028대입 시안을 교육 문제에 대해 최소개입주의를 표방한 것, 아니면 교육부의 문제 해결능력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 비평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 내에서도 다양한 입장이 있어 1인의 상임위원으로서 한계가 있지만, 관련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도록 하여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내년 2월까지 대입안 확정 논의에 참여하게 될 사람으로서 정 위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종합하여 공통분모를 보다 선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단체, 교육감협의회, 대학단체 및 대입 당사자들의 의견의 공통분모가 명확히 확인된다면 교육부에서 그것을 무시하기는 부담이 클 것이라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정 위원은 2028대입에 대한 여러 기관과 단체의 공통된 의견으로 고교학점제 취지 구현,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 시행, 사회과학 선택권 확대, 심화수학 반대, 수정시통합 일원화 등을 꼽으며, 이러한 이슈들을 총론과 각론 수준의 다양한 쟁점들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대입안 확정까지 남은 과정에서 국교위의 역할에 대해 물었고 이에 정 위원은 "교육부 장관의 4년예고제보다 국교위가 수립하는 중장기대책이 상위 결정이니까 그런점에서는 역할을 당연히 해야 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4개의 국회의원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105개 교육・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하여 2028 대입과 관련하여 전무후무한 규모로 개최된 이번 토론회에서 대입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이 이견의 여지 없이 모두의 합일된 의견은 단연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개편’이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개편 시안은 전면 포맷이 불가피하며, 이번 대입 개편에서 전면 절대평가 전환을 통해 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교육 주체들의 절박하고 긴요한 요구는 누구를 막론하고 중론이자 대세임이 입증되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러한 사회적 논의를 모아 교육부가 발표한 시안의 문제를 대중에게 낱낱이 알리고 대입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일구어내는 그날까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연속보도 1부에서는 4개의 국회의원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105개 교육・시민단체의 공통된 대입개편 요구를 소개했습니다. 이어지는 2・3부에서는 지난달 26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대입 당사자들의 공청회에 참가한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목소리를 전할 예정입니다. |
2023. 11. 15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정지현, 홍민정)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정책팀장 신소영 (02-797-4044/내선번호 501)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 백병환(02-797-4044/내선번호 504) |
|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중장기 대책 세워야 할 국교위가 2028 대입에서 책임 다해야...”
교육부는 지난 10일, 2028학년도 대입제도 시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연내 확정을 위해 4개 권역별 설명회를 거쳐 20일 대국민 공청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융합형', '선진형 내신제도' 등의 수식어로 미화된 교육부 시안의 골자는 결국, 안정과 변별의 논리에 매몰된 "상대평가 확대"였습니다. 교육부의 시안이 발표된 이래, 학교 현장과 학부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이러한 대입제도로는 2025학년도 고교학점제가 무력화될 것이고, 입시 경쟁에 매몰된 교육과 사교육 부담의 고통은 악화일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교육부의 일방적인 대입안 확정을 규탄하며,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와 각계 교육 전문가들의 요구를 응집하는 기획보도를 연재합니다. 보도를 통해 이번 대입 개편에 대한 여론의 추가 어디있는지 확인하고 이를 낱낱이 알림을 통해 기형적 형태로 굳어져가는 2028 대입안에 대한 사회적 숙의와 정책의 변화가 다시 촉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연속보도 1부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강민정, 도종환, 문정복 국회의원,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및 전국 105개 교육⋅시민단체가 공동주최한 ‘2028 대입시안 분석 및 대안 모색 긴급 토론회(2023.11.14.)’, 2⋅3부는 23.10.26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하여 학생, 학부모 대입 당사자 100인이 참여한 ‘2028 대입 당사자들의 위풍당당 공청회 We save us!(2023.10.26.)’를 중심으로 보도합니다.
[연속보도①] 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중장기 대책 세워야 할 국교위가 2028 대입에서 책임 다해야...”(23.11.15)
[연속보도②] 현 중2가 고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협력의 세상, 상대평가를 멈춰야 가능합니다.” (23.11.16)
[연속보도③] 대입 위한 사교육 군비 경쟁은 이제 그만. “부모도 노후를 준비하고 싶다!” (23.11.17)
이번 토론회는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습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시민단체, 교원단체, 학부모단체 대표자가 인사말을 전했습니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교육부가 주최한 학부모 설명회에서 ‘안정’과 ‘변별’이 강조되었음을 비판하였습니다. 특히 ‘절대평가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나 문제가 없다는 완벽한 증거가 있어야 절대평가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 교육부의 설명에 ‘그렇다면 지금의 상대평가는 문제없이 완벽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교육부가 잘못된 대입시안을 철회하고 재설계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였습니다.
△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이미 대입개편과 관련해 많은 토론이 이루어졌음에도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교육의 숨통이 트이지 않고 답답한 상황을 버텨야하는 현실이 ‘지독하다’며, 이번 토론회가 교육을 ‘살리는’ 길을 찾겠다고 나선 만큼 논의되는 대안들이 실제 2028 대입 시안에 반영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 이윤경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회장은 교육부가 이번 대입 개편 과정에서 실제 여론을 제대로 듣지 않음을 지탄하였습니다. 일례로 교육부는 자체 선발한 1200여명의 학부모 설문으로 시안을 정당화했지만, 교육부 시안을 규탄하는 이번 토론회의 공동주최 단체(105개 교육·시민단체)의 학부모만 해도 교육부 설문 대상의 100배는 넘을 것이라고 반박하였습니다. 또한 교육부가 주최한 학부모 설명회에서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사과의 개수와 품질 차이로 빗댄 수준 이하의 설명, 내신 절대평가는 성적 부풀리기를 야기해 학부모 민원을 발생시킬 것이라며 교사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설명’ 등을 규탄하며, 권력과 정치에 학생들을 희생시켜 12월까지 확정하려 서두르기보다 여론을 제대로 수렴해 내년 2월 확정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 발제: 구본창(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
이어서 <발제>에 나선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장(이하 구 소장)은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개편 시안에 대한 우려점을 △교육과정과의 충돌, △고교학점제의 무력화, △사교육 폭증 등 3가지 차원에서 지적하였습니다.
구 소장은 △먼저 수능에서 상대평가 및 현행 점수 체계가 유지되는 교육부 시안은 2022개정교육과정에서 강조한 학습자 주도성을 길러내기에 부합하지 않고,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70%에 이르는 상황에서는 학교교육이 오지선다 문제풀이 수능 대비에 매몰될 것을 우려했습니다. 또한 △현재 일부 (진로선택)과목은 이미 절대평가를 하고 있는데다, 교육부가 올해 6월 발표(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에서도 선택과목은 절대평가를 한다고 했는데 불과 4개월 만에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을 비판했습니다. 대입에서 수능의 영향력이 지대한 상황에서 상대평가가 지속된다면 진로․적성보다 성적의 유불리 따져 과목 선택권이 왜곡되는 점, 또한 심화수학 영역이 수능에 신설될 경우, 학교에서 이에 맞춰 과목을 편성하느라 학생의 필요에 맞춘 선택과목을 개설할 시수 확보가 어려워 고교학점제가 무력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구 소장은 △이번 대입 시안이 초중학생의 선행 사교육과 고등학생의 내신·수능 사교육을 심화시키며 조기 선행 사교육 불안마케팅이 증가될 것이라고 전망하였습니다.
이어서 구 소장은 교육부가 학부모 설명회에서 설명했던 내용을 4가지 모순점으로 정리해 반박하였습니다. △첫째로 교육부는 내신 5등급 상대평가 개편이 학업 동기를 높이고 경쟁을 완화할 것이라 했으나, 구 소장은 오히려 기존보다 1등급에 들기 위해 경쟁에 참여하는 학생의 모수가 커져 오히려 중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5등급 상대평가에서도 내신 저조에 따른 자퇴생은 줄기 어렵다고 내다봤습니다. △둘째로 교육부는 5등급제를 마치 세계적 추세이며 선진형 내신제도로 소개했으나, 구 소장은 5등급 ‘절대평가’이지 상대평가가 아니며,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는 대다수 국가(미국,독일,영국,핀란드,일본,중국)가 모두 절대평가 체제라고 반박했습니다. △셋째로 교육부는 이번 개편 시안이 현장의 고교학점제 안착에 도움이 된다고 하였으나,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와 전국진학지도협의회뿐 아니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문 결과상 고교 교사 5명 중 4명이 한 목소리로 고교학점제의 파행을 우려한다며 반박했습니다. △넷째로 교육부는 공교육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한다며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하고 통합형 과목으로 개편을 꾀하고 있으나, 구 소장은 이에 대해 개편 시안에 대해 고교교사 10명 중 8명은 수능의 영향력이 강화될 것이고 공교육 정상화에 부정적으로 본다는 응답이 98.1%에 달한다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설문 결과를 근거로 반박했습니다.
이어서 구 소장은 교육부의 학부모 설문의 타당성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대입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여론조사(2023.9.13.~14 실시, N=1,013)한 결과에 따르면, 고교내신 절대평가에 55.4%가 동의(매우 동의 30.2%), 수능도 절대평가 전환 찬성에 56.2%에 이르는데, 교육부가 실시한 학부모 설문은 상대평가에 대한 동의를 유도하는 편향적 질문으로 내신 상대평가 유지(88.6%) 및 5등급제 전환(76.6%)에 대해 다수 학부모가 동의했다는 결과를 이끌어냈음을 비판하였습니다.
이어서 구 소장은 지역별 학교당 평균 학생수 차이를 고려할 때 경기에서 1등급이 10명 나올 때 전남은 4명밖에 안 나오는 지역격차 상황을 전했습니다. 학생수가 적어서 1등급이 산출될 수 없는 고교가 전국에 43개교나 되는데, 서울 소재 14개 대학 중 등급이 산출되지 않으면 학생부교과전형 지원자격을 주지 않는 대학이 11개 대학이나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렇듯 고교 내신을 정량평가 하는 상대평가 체제에서 지역은 절대적으로 불리하기에 구 소장은 내신 상대평가 유지는 ‘지역 소멸의 엑셀레이터’라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서울대나 의대 정시에서 수도권 출신 비율이 급격하게 늘고 있고 지역 간 수능 성적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인데, 교육부 대입 시안은 수능의 지대한 영향력과 상대평가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지역격차 심화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구 소장은 초중고 학생 10명 중 8명(81%)은 경쟁교육과 입시로 인한 고통을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하였듯, 이번 대입 시안에서 △입시경쟁 부담 완화, △사교육 고통 완화, △교육격차 해소, △진로적성계발, △학교 수업·평가 개선, △미래교육으로의 전환을 위해 ‘고교 내신과 수능에서의 전면 절대평가 전환’이 대입 개편에 대한 국민의 뜻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제 1토론: 전희정(부경대학교 교수)
전희정 교수는 상대평가가 학생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연구는 학생들이 고등학교 시기 동안 내신제도와 상대평가를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심층면접을 통해 파악한 것으로, 면담 가운데 학생들은 ‘시험기간이 되면 연필 하나 빌리기도 부담스러움’, ‘마트에 진열된 소고기의 등급이 나와 같다고 생각함’, ‘자기가 없어지는 경험’같은 말로 상대평가 아래 느끼는 부담을 표현했습니다. 이러한 심층면담과 함께 잠재 프로파일 방식이 사용된 이 연구의 결과에서 4가지 집단 유형이 각각 학업효능감, 부정적 자아상, 자기집중, 과도한 긴장감 등 10가지 항목에 대해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자료: 전희정 외(2019) 고등학생이 경험하는 내신제도와 상대평가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
참여학생의 26.9%에 해당하는 4번째 집단(분홍색선)은 소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로, 학업효능감이 높게 나타나는데 이 학생들은 다른 집단에 비해 과도한 긴장감에서 높은 수치를 보이며, 자기 자신의 내면과 관심에 대한 자기집중도는 부적응 집단(붉은선) 다음으로 저조한 수치를 보였습니다. 2.8%에 속한 부적응집단의 경우에는 자기집중도는 최저였으며 부정적 자아상에서도 가장 나쁜 수치를 보였습니다. 이는 상대평가가 경쟁에서 적응하지 못한 학생뿐 아니라 가장 높은 등급을 얻어 경쟁에서 승리한 학생까지 모두를 사실상 패배자로 만드는 체제임을 입증한 것입니다. 또한 상대평가에서 상위 등급을 받는 ‘높은 수준의 비교와 경쟁 집단’에서 낮은 자기집중도를 보였다는 점은 상대평가와 학생의 주도적 선택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고교학점제가 서로 양립될 수 없는 것임을 드러낸 것이라 하겠습니다.
■ 제 2토론: 김성천(한국교원대학교 교육정책 전문대학원 교수)
김성천 교수는 2028 대입안에 대한 다수의 우려를 전하며 발표된 대입안의 가장 큰 문제로 2022 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철학과 불일치하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2022 개정교육과정은 학생의 선택, 주도성, 역량을 목표로 프로젝트활동, 탐구식수업 강조하고 있는데 2028 대입시안의 평가 방안은 그 교육과정의 목표를 침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이를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Wag the dog)’이라며, 교육과정의 철학과 가치에 따라 평가가 규정되어야 하는데, 평가가 거꾸로 교육과정의 철학과 가치를 뒤집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비유하였습니다.
교육과정과 평가의 일치를 위해, 2028대입시안에 맞춰 ‘거꾸로’ 교육과정을 다시 쓴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라 말했습니다. △인간상: 상대평가 체제에 압도적 경쟁상을 가진 인간,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를 접어두고 학습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일단 외우고 보는 것을 지향. △과목선택권: 눈치껏 알아서 성적 잘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수업방법: 교실에서 강의식 ebs 수업 적극 권장. △교육과정 설계: 통합과학/사회는 학교에서 반복문제풀이를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함. 민원발생 최소화 위해 선택권보다는 대규모학생이 들을 수 있는 과목을 개설 권장. △평가방법: 평가의 공정성과 변별 확보를 위해 지필고사 권장. 상대평가에서 결과 중심으로 평가. △학교 밖 체험학습 및 공동교육과정: 비공식적으로 사교육과 연계된 공동교육과정 연계.
이어 김 교수는 이번 대입 시안이 그대로 확정될 경우 진로교육이 무의미해질 것이며, 다양성의 가치는 사라지고 획일화되어 오직 의대/상위권 대학에 가기 위한 혈투 속에 교육의 가치 소실되고 재수 시장, 사교육 시장만 늘어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또한 대입을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변별이 어렵다는 우려에 대해 서울 상위대학들도 충분히 절대평가로 선발이 가능함을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대입안을 확정하는 국가교육위원회는 거버넌스 구조로 된 독립기구로서 자주성과 중립성을 가지고 현장의 여론을 수렴할 수 있는 역할과 권한이 있으므로 이 문제를 논의하고 학습하고 숙의해나가는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 제 3토론: 김용섭(초등 학부모)
김용섭 학부모는 먼저 이 토론의 자리에 대입제도를 결정하는 교육부, 정작 들어야 할 사람들이 아무도 나오지 않았음을 규탄했습니다. 학부모이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대한민국 엘리트 지도자들이 내놓는 ‘웃음밖에 안 나오는’ 정책들을 꼬집으며 공감능력을 기르지 못하고 경쟁의 승자만을 뽑아 배출하는 교육의 문제를 원인으로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사교육비로 신음하고 있는 부모들과 학업 경쟁과 부담으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다수의 학생들로부터 괴리된 채 탁상공론에 그친 대입제도를 확정지 말고, 학부모들과 학생들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일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제 4토론: 김현민(신방학중학교 2학년 학생)
김현민 학생은 이번 대입개편 시안을 가리켜 ‘고교학점제, 학부모, 학생 모두를 죽이는 시안’이라고 평가하며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라 말했습니다. 2022개정교육과정에서 획일화된 교육을 해소한다고 하더니 전혀 엉뚱한 대입안을 발표했고, 고교학점제 홈페이지에는 ‘학습속도가 다르고 목표가 다른 학생들을 서열화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구를 넣더니 이번 대입안 홍보에선 통합하고 획일화하겠다는 의도의 문구가 가득하다고 지적하며, ‘어이없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2028대입시안에서 모든 과목을 완벽히 학습하게 하겠다는 의도가 읽히는데, 여기저기 사용가능한 인력을 만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요즘 심리상담가 전문가들은 번아웃 증후군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모든 것을 완벽히 하려 하지 않도록 조언하고 있는데 교육제도는 반대방향으로 몰아간다고 탄식하며, ‘과연 누구를 위한 시안인가?’라고 반문했습니다. 덧붙여 학력고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능을 도입했지만, 이제 다시 학력고사가 봉착했던 문제에 빠진 수능이라면 이제 다시 과감한 개편, 자격고사화 등을 모색해 볼 수 있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발언을 마치며 김현민 학생은 학생, 학부모 전문가 등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국민의 나라라는 이번 정부의 슬로건에 부합하는 대입안을 다시 가져오라’고 요구했습니다.
■제 5토론: 이봉수(23년차, 현 덕성여고교사)
이봉수 선생님은 교육부가 대입시안에 첨부한 여론조사의 문항을 보며, 얼마전 본인이 출제했던 사회문화 시험문항 중 잘못된 여론조사의 보기로 들었던 것과 너무 똑같다며, 국가 기관에서 이처럼 객관성을 결여한 여론조사를 낼 수 있느냐는 허탈한 물음을 던졌습니다. 이 교사는 시중에 떠도는 학교의 모습에 현재 학교의 모습과 다른 낡은 이미지가 있다고 하며(촌지를 받는 교사의 모습 등), 이번 대입시안은 절대평가 전환과 학생선택 확대로 인해 변화될 학교 현장의 모습은 도외시한 채 학교에 대한 오래된 관념에 의해 도출된 것 같다고 논평했습니다. 가령 절대평가의 성적부풀리기 문제에 대해서도, 현재 교사들의 수준은 20여년 전 성적부풀리기 문제가 대두되었을 때보다 많이 진보했음을 간과한 것이라며 여러 우려 속에서도 절대평가가 잘 정착되어 온 중학교의 사례를 들기도 했습니다. 미래교육의 역량을 중시하는 교사들이 고교학점제 시행 단계에서 발생할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긍정했던 것은 ‘고교학점제와 함께 절대평가 도입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발언을 마무리하며 이 교사는 ‘5등급 상대평가는 교사들에게는 5지선다형 문제에 머무를 좋은 핑계’를 제공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 교육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 우리 교육의 미래를 내팽개치는 일이 될 수 있다 논평했습니다.
■제 6토론: 주종한(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2정책팀장)
주종한 팀장은 지역과 계층 간 격차를 보인 현행 수능의 불공정성이 이미 수없이 지적되었음에도 현행안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며 ‘공정과 안정’ 운운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2022개정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시행에 부합하는 대입안을 발표하겠다 했음에도 급히 기조를 바꿔 전혀 교육과정에 맞지 않는 안을 내놓았다고 비평했습니다. 이어 주 팀장은 17개 시・도교육청 대입답당자와 교사 등의 입장을 모은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시안에 관한 시도교육청 의견 및 교구_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내용을 소개하면서 교육부의 고민과 노력을 참작하려는 견해도 일부 있지만, 공통적으로는 내신 대비와 수능의 과도한 영향력 강화에 대한 우려, 고교학점제를 무력화시킬 상대평가와 내신 부담 확대 우려 의견이 있었음을 전했습니다. 이에 대한 시도교육청들의 요구로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도록 내신 5등급 성취평가제 도입, 수능 절대평가 전환, 심화수학 신설에 대한 신중한 재고 및 3학년 2학기 수업 정상화를 위한 수시정시 통합을 제안했습니다. 끝으로 발표자는 고교교육이 대학입시를 위한 종속변수가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습니다.
■ 제 7토론: 정대화(국가교육위원회 상임위원)
국가교육위원회의 정대화 상임위원은 교육부가 내놓은 2028대입 시안을 교육 문제에 대해 최소개입주의를 표방한 것, 아니면 교육부의 문제 해결능력의 한계가 드러난 것이라 비평했습니다. 국가교육위원회 내에서도 다양한 입장이 있어 1인의 상임위원으로서 한계가 있지만, 관련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도록 하여 변화를 이끌어 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내년 2월까지 대입안 확정 논의에 참여하게 될 사람으로서 정 위원은 이번 토론회에서 논의된 내용을 종합하여 공통분모를 보다 선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민단체, 교육감협의회, 대학단체 및 대입 당사자들의 의견의 공통분모가 명확히 확인된다면 교육부에서 그것을 무시하기는 부담이 클 것이라 조언하기도 했습니다. 정 위원은 2028대입에 대한 여러 기관과 단체의 공통된 의견으로 고교학점제 취지 구현,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 시행, 사회과학 선택권 확대, 심화수학 반대, 수정시통합 일원화 등을 꼽으며, 이러한 이슈들을 총론과 각론 수준의 다양한 쟁점들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론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홍민정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대입안 확정까지 남은 과정에서 국교위의 역할에 대해 물었고 이에 정 위원은 "교육부 장관의 4년예고제보다 국교위가 수립하는 중장기대책이 상위 결정이니까 그런점에서는 역할을 당연히 해야 됩니다”라고 답했습니다.
4개의 국회의원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105개 교육・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하여 2028 대입과 관련하여 전무후무한 규모로 개최된 이번 토론회에서 대입 당사자들과 전문가들이 이견의 여지 없이 모두의 합일된 의견은 단연 고교학점제에 부합하는 ‘수능과 내신의 절대평가 개편’이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개편 시안은 전면 포맷이 불가피하며, 이번 대입 개편에서 전면 절대평가 전환을 통해 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교육 주체들의 절박하고 긴요한 요구는 누구를 막론하고 중론이자 대세임이 입증되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러한 사회적 논의를 모아 교육부가 발표한 시안의 문제를 대중에게 낱낱이 알리고 대입 절대평가로의 전환을 일구어내는 그날까지 앞으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연속보도 1부에서는 4개의 국회의원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105개 교육・시민단체의 공통된 대입개편 요구를 소개했습니다. 이어지는 2・3부에서는 지난달 26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주최한 대입 당사자들의 공청회에 참가한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목소리를 전할 예정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정지현, 홍민정)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정책팀장 신소영 (02-797-4044/내선번호 501)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 백병환(02-797-4044/내선번호 504)
noworry@noworry.kr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62길 23 유진빌딩 4층 02-797-4044
수신거부 Unsubscri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