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많은 수학교사들은 수학소프트웨어 연수를 받고 교실에서 스마트 기기 활용을 시도하였습니다. 막대한 예산과 교사 연수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무엇보다 학교 현장에 스마트 기기를 보급하고 스마트 교육 관련 자료를 개발하는데 드는 막대한 예산과 노력에 비해 그 교육적 효과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올해의 온라인 수학 수업은 그 준비와 노력에 대한 교육적 효과성에 문제가 없을까요? 우리는 에듀테크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벗어나 수학교육의 본질에 주목해야 합니다.
다양하고 화려한 온라인 수업 도구들은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온라인 수학 수업이 수학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 기술적인 기교에 초점을 둔다면 수학교육은 다시 암기와 기계적인 반복 연습이 강조되는 행동주의 교육 시절로 회귀할 위험에 처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단순한 지식전달에서 벗어나 학생 중심 수업,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평가가 실현되는 수업을 위해 우리가 변화하고자 노력했던 것들이 물거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온라인 수학 수업이 일상적인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수학교사는 EBS 강의 영상 등 기존 콘텐츠 중에 수업 목표에 가장 부합하는 영상을 택합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교사가 택한 수학 수업 영상을 보고, 그와 관련된 온라인 수학 퀴즈(또는 문제)를 풉니다. 학생이 정답을 골랐다면 ‘매우 훌륭하다’는 칭찬을 받으며 다음 과제로 넘어가지만, 틀린다면 ‘다시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받고 다른 답을 내야 합니다. 온라인 플랫폼에 따라서 학생이 틀린 과제와 유사한 과제를 더 풀어볼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에듀테크는 학생의 문제풀이를 분석하여 자주 틀리는 유형의 문제를 알려주고 연습을 할 기회를 계속 제공합니다. 이것은 철저히 행동주의 교육철학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수학교육은, 영상을 통해 지식이 일방적으로 전달되고, 학생이 개념과 절차를 잘 암기하여 답을 맞히고 있는지 체크하여 문제가 발생하면 반복 연습을 통해 숙달되도록 강요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제시된 수학 퀴즈를 모두 맞히었다면, 학생은 중요한 수학 개념을 이해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결코 아닙니다.
교육부는 2020년 5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과학․수학․정보․융합 교육 종합계획(‘20~’24)』을 동시에 발표했습니다. 교육부는 ‘인공지능(AI) 수학학습 지원시스템’을 구축하여 학생 개인별 수준 및 학습 결손 요소를 진단하고 이를 보정하는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학생들의 학습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과연 인공지능이 문제 풀이와 학습 콘텐츠를 기계적으로 잘 제공하고 지원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수학교육의 전부는 아닙니다. 수학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에게 인지적인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정의적 영역에서 생긴 근본적인 심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부정적입니다. 2015년 한국교육공학회에 발표된 이은철, 김성미, 최문선의 보고서에 의하면 학습 성취가 높은 학생들은 온라인 학습에 집중하고 흥미를 느끼지만, 성취도와 자신감이 낮은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자료에 집중하는 시간이 짧고 흥미 수준이 낮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즉, 인공지능과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제공하는 것이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의 수학 점수를 높일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학생들의 흥미나 자신감 등의 정의적 측면에 변화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미래교육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첨단 과학을 이용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을 기계가 대신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온라인 수학 수업에서는 수학 수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더 절실합니다. 단순한 지식 전달과 암기를 강조하는 수업 방식을 탈피하지 않고서는 온라인 수학 수업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수학교육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근본이 흔들릴 위험이 있습니다. Buchannan(2020)은 ‘성장 마인드셋’에 기반한 호주 교육정책에 담긴 에듀테크에 대해 조사한 연구에서 교육 목표가 교사의 손을 떠나 정책 결정권자와 기술자의 설계에 의한 무의미한 행동 수정으로 학습의 질적인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하였습니다. Thompson & Cook(2017) 역시 그들의 연구 '데이터 이해의 논리‘에서 교수(teaching)에 대한 이해가 교사와 학생의 관계적 측면에서 이루어지던 교육이 디지털 전달 수단과 학습에 대한 감시와 관리, 그리고 좋은 가르침이 학생들의 좋은 정답률과 같은 데이터 모음으로 대체될 위험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정리하면 온라인 수학 수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학생 참여 중심의 구성주의적 수학 수업, 가르침의 관계적 측면에 대한 담론은 사라지고 오히려 교사의 역할이 지식을 전달하고 학생의 학습 결과를 점검하고 감시하는 100년 전의 행동주의 교육시대로 회귀할 것입니다.
■ 코로나 시대에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이루어 질 높은 과제를 개발하여 온라인 수업을 운영하는 교사들이 있음. 온라인으로 제시한 과제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모아 피드백과 개념 연결 영상을 제공하여 학생 자신의 생각을 수정․보완하도록 하는, 대면 수업보다 질 높은 수업을 제공하고 있음.
Post COVID 19 시대, 여러 전문가들은 다시 학교 수업이 정상화되더라도 전염병 등으로 인한 온라인 수업과 블렌디드 수업이 다시 실현될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온라인 수학 수업이 행동주의적 회귀를 극복하고 학생 참여 중심의 구성주의적 수학 수업을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본격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몇몇 교사들이 온라인 수학 수업이 현실화되는 시점에 학생 참여 중심의 구성주의적 수학 수업 방안에 대하여 고민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습니다. ‘온라인 수학 수업에서 학생이 먼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도록 과제를 만들어 질문을 던지고, 수학적 개념을 발견할 기회를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생들의 생각을 어떻게 조직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의 고민을 가지고 함께 모여 해결하는 세미나를 매주 진행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