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7일, 교육부는 『과학․수학․정보․융합 교육 종합계획(‘20~’24)』을 발표했습니다. 특히 수학교육 종합계획은 이번에 발표한 것이 제3차입니다. 교육부는 2012년 제1차 수학교육 선진화방안에 이어 2015년 2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시행하였고, 올해부터 앞으로 5년간 시행할 제3차 계획을 발표한 것입니다. 지난 8년 동안 두 번에 걸친 종합계획에도 수학교육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번에 발표한 제3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에 얼마나 기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시민들의 입장에서 우리나라 수학교육 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으며, 수학 과목이 학생들에게 주는 부담과 고통 역시 줄어들지 않고 있는 현실에 입각해서 이번 제3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바라볼 때 교육부가 수학교육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 않고 주변적인 사업만 미사여구로 포장하고 장밋빛 청사진만 그리고 있습니다. 내실있는 정책이 부재한 사이 수학교육 현장은 더욱 황폐화되어 가고 우리 아이들의 고통은 더욱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 제3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은 교육의 본질이며 수학교육 정상화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교육과정’-‘수업’-‘평가’에 대한 정책이 거의 없고 주변적인 화려한 행사와 인공지능(AI) 등 미래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만 즐비하게 늘어놓았음.
교육부가 발표한 과학․수학․정보․융합 교육 종합계획 중 제3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을 보면, 교육의 기본 요소인 ‘교육과정’-‘수업’-‘평가’에 대한 정책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작금의 수학교육의 문제, 특히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정의적인 영역에서 낮은 성취도를 보이는 것은 교실 밖의 다양한 행사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교실 안의 정규 교육과정 운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 교육부는 근본 문제 해결책은 피해가고 적당한 예산을 들여서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행사나 자료 개발 위주의 정책으로 종합계획을 채우고 있습니다. 이는 수학교육 정상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3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의 문제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점 ①]수학교육의 기본인 ‘교육과정-수업-평가’에 대한 전략이 부재함.
교육의 기본은 교육과정입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교육과정 안에는 성취기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수․학습, 즉 수업에 대한 내용과 평가까지 일관된 규정이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수학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과 과정 중심 평가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내실 있는 수학 수업과 평가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통적인 행동주의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주도적인 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구성주의 방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학교가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하기 곤란하고, 학생들의 참여와 협력을 활발하게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학년도까지의 학교 정규수업 진행을 되돌아볼 때 학생 참여를 중심으로 하는 구성주의 방식의 수업 활성화는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이번 수학교육 종합계획에도 예시로 나온 거꾸로 수업이나 오래전 일부 교육청에서 시작하여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활성화된 배움의 공동체 수업 등이 교사 중심의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수업 방식입니다. 배움의 공동체나 거꾸로 수업 둘 다 교육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민간의 네트워크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확실한 주도성을 가지고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정책을 내놓기를 바랍니다.
평가에 있어서 2015 개정 교육과정이 강조하고 있는 과정 중심 평가는 교육과정 개정 이전에 벌써 준비가 되어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는 초기부터 정상적으로 학교에 적용되었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국가 연구기관은 물론 교육청에서도 수학과에서 과정 중심 평가의 정의마저 모호하고 그 시행 방법도 교육청이나 국가 기관별로 천차만별의 양태로 진행되고 있어 혼란 그 자체입니다. 국가가 과정 중심 평가의 근본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리하지 못하고 교육과정에만 문구로 집어넣는 바람에 모든 책임을 교사들에게 떠넘긴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장은 수행평가와 맞물려 무엇이 과정 중심 평가인지 무엇이 수행평가인지 혼란 속에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과 중심 평가인 중간․기말고사가 대세를 이룰 수밖에 없습니다. 평가 방식은 완전히 지식과 결과 중심의 과거 속에 머물러 있게 됩니다. 이는 미래가 없는 수학교육의 모습입니다.
[문제점 ②]대입 수능 시험과 학교 내신시험 등 줄세우기 평가에 대한 해결책 없음.
대입 수능 수학 시험의 오지선다형 상대평가는 미래로 가는 걸림돌입니다. 인공지능 시대에 아직도 정답이 하나밖에 없는 문제를 출제하는 것은 모순입니다. 대입 수능 시험은 영어, 국사와 마찬가지로 수학, 국어 등 전과목 절대평가화 하는 것, 오지선다형 문항보다는 논․서술형 문항으로 출제 방식을 변경하는 것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수학교육 종합계획에는 아무런 대책이나 계획이 없습니다.
학교 내신에 대한 평가 방식으로 성취평가제를 10여 년 전부터 시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중학교까지만 성취평가제를 도입하고 고등학교는 여전히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병목현상과 같이 결국 성취평가제는 형식적으로만 시행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수능 수학 시험에서는 만점자 과다 출현을 막기 위한 킬러문항의 등장으로 학교 교육으로 도저히 대비 불가능한 문제를 출제. 이를 대비하기 위한 서울 강남권 고교나 전국 자사고의 내신 수학 시험에서의 킬러 문항 등장, 그리고 결국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그런 상대평가에 적응하게 만들기 위한 중학교 내신의 선행학습 위반 문항 출제 등 수학교육 정상화를 저해하는 암초가 곳곳에 버티고 있는 것이 빤한 현실입니다. 문제는 교육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점 ③]각종 행사 양산으로 학생들과 교사들을 교실 밖으로 내몰고 있음.
이번 제3차 수학교육 종합계획은 이전의 제1, 2차와 마찬가지로 온갖 교실 밖 행사가 줄지어 있습니다. 수학과 친해지는 날, 수학말하기 한마당, 수학나눔축제, 수학산책(Math Tour), 수학 공감 캠프, 매스-talk, 교내통계캠프, 포스터대회 등으로 이름 붙은 수많은 대회들은 교육과정에서는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고 모두가 교실 안의 정규 수업에서 이루어지지 않는 행사들입니다([그림 1] 참고).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 자체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수학학습에 대한 불안감을 치유하는 수학클리닉 및 또래 멘토링 등의 프로그램을 담고 있는 수학나눔학교는 사후약방문식의 기획입니다. 정규 수업에서 이미 수학을 싫어하고 기피하는 수포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원인이 되는 정규 수업이 변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규 수학 수업을 개선하고 혁신해서 수포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수학교육정책의 최우선 과제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