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는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가 좌장을, 홍민정 사교육걱정 공동대표가 ‘공정 선발과 채용을 위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의 발제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김영석 경상대학교 교수, 곽영신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 백선숙 학부모, 이서연 청년, 강소희 교육부 대입정책과 사무관, 이부용 고용부 공정채용기반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강득구 국회의원은 최근 논란이 된 교육부의 ‘차별금지법 내 학력 제외’ 검토보고서 문제는 교육부 내 관료 시스템 사이의 엘리트주의가 원인이라며 교육부의 인식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학력 중심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기존의 인식과 문화 또한 계속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차별금지법 중심에 학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공정한 선발과 희망이 있는 직장을 위해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는 것은 시대정신이므로 제정을 위해 국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수진 국회의원(비례대표)은 축사를 통해 1991년 간호사로 입사했을 때도 사립대학 병원에서의 학력차별 문화가 상당했는데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출신학교 차별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피력했습니다. 특히 청년 실업이 더욱 심해지고, 좋은 일자리들이 줄어들면서 기존의 학력, 학벌뿐 아니라 각종 스펙을 쌓는데 젊은 나날을 보내야 하는 현실에서 정의로운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배경 요인의 효과를 없애는 노력, 반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고용 영역에서의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사교육걱정 홍민정 공동대표는 발제를 통해 학력이나 출신학교는 개인의 성취와 거리가 있다는 데이터와 의견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근거들을 통해 우리 법은 합리적인 이유없는 학력차별을 평등권 훼손 행위로 보아 명백하게 금지하고 있다고 역설하였습니다. 더불어 한국장학재단의 장학금 신청자 중 상위권 6개 대학의 고소득층 학생 비율이 70% 내외에 이르렀다는 결과를 들며 교육과 출신학교가 오히려 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이어 직무능력중심의 출신학교 블라인드 채용은 구성원의 다양성을 높이고 인사담당자, 신입사원 등의 채용 공정성 인식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제도인 만큼 기업의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김영석 경상대학교 교수는우리나라의 경우 출신학교가 개인의 직업적 능력과 관련이 있는지는 서열(학벌)이 주는 효과를 제외하고는 그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대학에서의 성과가 직장에서의 문제해결역량을 얼마나 잘 설명해 줄 수 있는지의 문제도 해소되지 않았다고 하였습니다. 이유는 학교에서 요구하는 사고방식이 문제의 본질과 해법이 뚜렷이 존재하는 실험실적 사고라면 직업세계에서 요구하는 사고방식은 문제의 본질이 확정되지 않고 복수의 해법이 경쟁하는 비구조적 문제해결(ill-structured problem solving)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표준성취시험에 의존하는 왜곡된 학력을 사회적 능력으로 둔갑시키는 부조리한 사회적 관행과 사회적 통념에 대해 비판하며,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취지에 공감을 표하였습니다.
곽영신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은 지방대생이 겪는 다차원적 불공정(교육기회, 과정, 결과)에 주목했습니다. 먼저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격차, 지역고등학교에서의 상위권 스펙 몰아주기 등의 불공정을 논하였습니다. 이어 정부의 지방대학재정지원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였는데, 2018년 하위 132개 대학의 지원비를 모두 합친 금액은 5451억 원으로 서울대 한 곳의 지원비(5403억 원)와 비슷했다고 합니다. 또한 지잡대가 시국선언이 뭔지나 아나 등 차별적 발언 속에 시민 정체성 조차 박탈당하는 현실을 고발하였습니다. 이에 주요 대학과 재학생에게는 더 많은 기회와 자원을 집중해주고, 패배자로 판명된 지방대와 학생에게는 턱없이 적은 몫을 나눠주는 구조를 타파해야 하며. 절대 다수 평범한 수준의 학생과 하위권 학생들도 상위권 못지않은 지원을 받고 제2, 제3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하였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이자 연구원으로 재직 중인백선숙 학부모는학부모와 연구원으로서 현장에서 겪는 출신학교 차별과 학벌 문제를 이야기하였습니다. 미국의 교수들에게 학회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더 많은 연구 아이디어를 교환하기 위한 정보의 장이었지만, 국내 학회는 이미 오래전부터 연구내용 전문을 영어로 발표, 영어권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독점적 권위를 가질 수 밖에 없는 구조이고, 압도적으로 주류를 차지하는 SKY대학 출신 교수그들만의 리그, 해외에서 돌아온 신임 교수들의 명함 돌리기의 장이 되어버린 현실을 안타까워하였습니다. 또한 전임교수 채용요강에도 없는 가장 중요한 자격조건이 연구실적이 아니라 출신대학이었고, 지원대학보다 낮은 등급의 학교 출신은 배제하기 때문에 상위권 대학이 아니면 지원을 생각하기도 어려웠던 지인의 사례도 밝혔습니다. 해외에서 만난 연구자들이 단 한 번도 서로의 대학 이름에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경험과 비교하면서, 요즘 연구자들이 가장 어렵게 느끼는 역량 중의 하나가 협업과공동과제 창출인데 출신학교로 차별하고 배제하는 환경에서는 이런 상생 협력이 취약해 질 수 밖에 없다며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했습니다.
이서연 청년은 ‘대학에서 크게 한 수 배운 건 노력에도 언제나 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고 대학을 그만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잔혹한 낙관’을 생산하던 교육이 이제 효용성마저 잃게 되었고 지금의 학력차별은 가장 노골적이고 합법적이기까지 한 신분제도라고 역설하였습니다. 그래서 법이 통과된다면, 본인의 능력과 성실함을 증명할 유일한 수단으로써 학교를 선택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고 ‘대학 간판’을 얻기 위한 선택이 아닌,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의 전공을 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법제정의 의미를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학문이라는 본래의 목적을 찾은 대학, 대학 밖에서도 배움이 있는 사회, 학벌과 관계없이 모두가 존엄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는 바람도 남겼습니다.
강소희 교육부 대입정책과 사무관은 대입 공정성 확보를 위한 전 전형에서의 출신학교 블라인드 정책을 소개하였습니다. 2022학년도에는 재학생, 재수생 모두 블라인드 처리된 학적부를 대학에 제공하고 공정성 강화 체크리스트를 대학에 배포해 대입 공정성 강화 후속조치를 엄중하게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학력이 개인 능력을 판별하는 데에서 중요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마중물이 될 것이기 때문에, 사회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조항을 검토하고, 사교육걱정 및 국회와 고민을 하면서 합리적인 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이부용 고용부 공정채용기반과장은출신학교 차별금지법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보니 성급하게 의견을 내기보다는 열린 자세로 듣고 경청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공정채용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능력과 실력의 블라인드 채용 정책은 공정성 재고의 성과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소규모 공공기관의 경우 인사노무 관리체계가 없어서 도입에 어려움이 있는 부분도 있다며 기업, 구직자, 고등교육기관 등 의견을 꾸준히 청취하겠다고 하였습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대다수의 토론자들은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이 사회의 정의와 공정성 실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출신학교라는 후광으로 개인의 잠재력과 역량을 재단하는 사회가 아닌, 학벌과 관계없이 모두가 존엄을 누릴 수 있는 세상, 배경 효과가 없는 정의롭고 공정한 교육을 만들기 위해 사교육걱정은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토론회를 계기로 출신학교 차별금지법이 발의되고, 21대 국회에서는 법이 반드시 제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21. 7. 16.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정지현, 홍민정)
※ 문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업팀장 김은종(02-797-4044/내선번호 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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