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교육의 본질은 놀이라는 점을 오랜 시간 강조해왔으나, 유아 영어학원(이른바 영어유치원)은 매년 늘어나고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유아 또한 증가하고 있다. 영유아 발달의 본질과 조기 인지교육의 부적합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제시해도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 입안자들은 무상교육 공약을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사교육을 방조하고 조기 인지교육을 조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반복되는 영유아 사교육 과열 현상 속에서, 부모의 교육적 선의가 사교육 시장의 불안 마케팅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제언을 건넨다. ■ 불안의 확산과 왜곡되는 교육 표준 최근 교육계와 부모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단어는 영유아 대상 선행학습이 임계점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교육부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반일제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 원을 상회하며, 5세 유아의 주당 사교육 시간은 7.8시간에 이른다. 이러한 수치는 고소득층이나 특정 수도권 지역에 국한된 현상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 최상위권의 과열은 사회적 기준선을 왜곡하여 평범한 다수 가정에 심리적 불안을 유발한다. 월 150만 원을 쓰지 못하는 대다수의 부모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이는 결국 일반 가정의 학습지나 동네 학원 이용이라는 형태로 대중화된다. 사교육의 과열은 일부의 현상일지 몰라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의 보편화는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사교육 마케팅은 국가 교육과정의 정당성을 위협하기도 한다. 국가가 법적으로 고시한 개정 누리과정과 표준보육과정의 핵심 가치는 아동 중심과 놀이 중심이다. 하지만 소수의 선행학습 기준이 사회적 표준으로 인식되면, 놀이 과정을 수행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부모로부터 외면받는 현상이 일어난다. 아이가 놀고 오면 부모는 기관이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고 불안해하고, 국가 교육과정을 이행하는 영유아 교사가 오히려 평가 절하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대다수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부모의 요구에 밀려 조기 인지교육 및 선행학습을 도입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공교육의 정체성 자체가 내부에서부터 흔들린다. 소수의 과열이 공교육이 지켜야 할 교육의 표준을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 뇌발달을 거스르는 조기인지교육과 교실 생태계의 교란 조기 인지교육의 부작용은 발달심리학과 뇌과학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영유아기의 뇌는 감정, 기억, 애착, 사회적 유대 등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 부위가 먼저 발달한다. 이 시기 글자나 숫자를 외우게 하는 자극은 발달 단계에 맞지 않아 영유아의 인지 구조에 과부하를 일으킨다. 또래와 교감해야 할 시간에 기계적 학습에 노출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쉽게 지치게 된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전문의들은 과도한 조기교육이 유아의 자신감 저하(77.8%)와 부모와의 관계 악화를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진행한 인식조사에서도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의 65.2%가 사교육을 받은 유아가 기관 생활에서 부적응과 또래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정서적 불안을 겪는 유아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에너지가 분산되면, 놀이에 집중하며 전인 발달을 해 나가는 다수 유아의 학습권까지 침해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자녀를 잘 키우고자 했던 부모의 선의가, 사교육 시장의 불안 마케팅 속에서 아이 내면의 힘을 흐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무상교육의 허울 뒤에서 사교육을 조장하는 정책 현재 정부는 바우처 제도를 통해 4~5세 방과후과정과 특별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 가정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영유아 교육의 공공성을 논하는 정치 입안자들은 그 특별활동의 공간에 정작 영어, 한글, 수학 등 사설 업체의 조기 인지 프로그램들이 채워지고 있는 실상을 외면하고 있다. 부모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명목 아래, 국가가 무상교육 예산으로 공교육 안에서 도리어 사교육을 권장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학원처럼 운영하도록 방조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공교육이 영유아 교육의 중심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 모순된 지원 기준을 바로잡는 정책적 결단이 요구된다. 지원 제도가 부모의 선의를 왜곡하지 않도록, 공교육 기관 내 특별활동이 본래의 놀이 중심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현장의 적용 기준을 바로잡아야 한다. ■ 부모님들께, 그리고 영유아 교육의 공공성을 말하는 정치권에 고함 수년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무력감 속에서도 다시 펜을 든것은, 우리 사회가 지닌 자정 능력과 부모의 진심을 믿기 때문이다. 영유아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부모의 배경과 상관없이 모든 아이에게 평등한 출발선을 제공하고,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시민의 씨앗을 품어주는 데 있다. 시장의 경쟁 논리가 공교육이 지켜온 표준을 흔들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불안한 경쟁 속에서 영유아기 본연의 성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 정치권이 함께 올바른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아이의 성장을 신뢰하는 부모의 판단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국가의 책임 있는 정책이 맞물릴 때 우리 아이들은 비로소 발달 단계에 부합하는 온전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
◼ 영유아 적기교육 보장 연속보도, 아이들의 시간을 지켜주세요⑨ (2026.06.11.)
조기 선행학습 요구에 흔들리는 영유아 교육 공공성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영유아교육포럼>은 조기 사교육 광풍 속에 대한민국 아이들의 빼앗긴 시간을 되찾기 위해 베이비뉴스에 26인의 릴레이 기고 '아이들의 시간을 지켜주세요'를 시작하였고, 이를 보다 널리 알리기 위해 보도 형식으로 배포합니다.
4살 아이가 영어학원 레벨테스트를 치르고, 만 5세가 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실이 텅 비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영유아 교육의 현실입니다. 조기 선행학습은 아이들의 발달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마땅히 누려야 할 놀이와 탐색의 시간을 빼앗고 있습니다. 영유아 교육 현장의 교사, 연구자, 부모, 정책 전문가 26인은 조기 사교육이 아이들의 발달에 미치는 영향과 우리 사회가 마주한 교육 현실을 짚고, 국가와 사회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조기가 아닌 ‘적기교육’을 위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를 제안합니다. 빨리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제때 자라는 것, 그것이 아이들의 권리입니다.
필자: 김명하(안산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영유아 교육의 본질은 놀이라는 점을 오랜 시간 강조해왔으나, 유아 영어학원(이른바 영어유치원)은 매년 늘어나고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유아 또한 증가하고 있다. 영유아 발달의 본질과 조기 인지교육의 부적합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을 제시해도 현실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오히려 정치 입안자들은 무상교육 공약을 통해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사교육을 방조하고 조기 인지교육을 조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반복되는 영유아 사교육 과열 현상 속에서, 부모의 교육적 선의가 사교육 시장의 불안 마케팅에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제언을 건넨다.
■ 불안의 확산과 왜곡되는 교육 표준
최근 교육계와 부모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4세 고시', '7세 고시'라는 단어는 영유아 대상 선행학습이 임계점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교육부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반일제 유아 영어학원의 월평균 비용은 154만 원을 상회하며, 5세 유아의 주당 사교육 시간은 7.8시간에 이른다. 이러한 수치는 고소득층이나 특정 수도권 지역에 국한된 현상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러나 사교육 시장 최상위권의 과열은 사회적 기준선을 왜곡하여 평범한 다수 가정에 심리적 불안을 유발한다. 월 150만 원을 쓰지 못하는 대다수의 부모도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이는 결국 일반 가정의 학습지나 동네 학원 이용이라는 형태로 대중화된다. 사교육의 과열은 일부의 현상일지 몰라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불안의 보편화는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사교육 마케팅은 국가 교육과정의 정당성을 위협하기도 한다. 국가가 법적으로 고시한 개정 누리과정과 표준보육과정의 핵심 가치는 아동 중심과 놀이 중심이다. 하지만 소수의 선행학습 기준이 사회적 표준으로 인식되면, 놀이 과정을 수행하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부모로부터 외면받는 현상이 일어난다. 아이가 놀고 오면 부모는 기관이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는다고 불안해하고, 국가 교육과정을 이행하는 영유아 교사가 오히려 평가 절하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결국 대다수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부모의 요구에 밀려 조기 인지교육 및 선행학습을 도입하게 되고, 이로 인해 공교육의 정체성 자체가 내부에서부터 흔들린다. 소수의 과열이 공교육이 지켜야 할 교육의 표준을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 뇌발달을 거스르는 조기인지교육과 교실 생태계의 교란
조기 인지교육의 부작용은 발달심리학과 뇌과학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영유아기의 뇌는 감정, 기억, 애착, 사회적 유대 등을 담당하는 대뇌변연계 부위가 먼저 발달한다. 이 시기 글자나 숫자를 외우게 하는 자극은 발달 단계에 맞지 않아 영유아의 인지 구조에 과부하를 일으킨다. 또래와 교감해야 할 시간에 기계적 학습에 노출된 아이들은 정서적으로 쉽게 지치게 된다. 소아청소년정신의학 전문의들은 과도한 조기교육이 유아의 자신감 저하(77.8%)와 부모와의 관계 악화를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진행한 인식조사에서도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의 65.2%가 사교육을 받은 유아가 기관 생활에서 부적응과 또래 관계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정서적 불안을 겪는 유아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에너지가 분산되면, 놀이에 집중하며 전인 발달을 해 나가는 다수 유아의 학습권까지 침해되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자녀를 잘 키우고자 했던 부모의 선의가, 사교육 시장의 불안 마케팅 속에서 아이 내면의 힘을 흐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 무상교육의 허울 뒤에서 사교육을 조장하는 정책
현재 정부는 바우처 제도를 통해 4~5세 방과후과정과 특별활동비를 지원하고 있다. 가정을 경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영유아 교육의 공공성을 논하는 정치 입안자들은 그 특별활동의 공간에 정작 영어, 한글, 수학 등 사설 업체의 조기 인지 프로그램들이 채워지고 있는 실상을 외면하고 있다. 부모의 요구를 수용한다는 명목 아래, 국가가 무상교육 예산으로 공교육 안에서 도리어 사교육을 권장하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학원처럼 운영하도록 방조하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공교육이 영유아 교육의 중심축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이 모순된 지원 기준을 바로잡는 정책적 결단이 요구된다. 지원 제도가 부모의 선의를 왜곡하지 않도록, 공교육 기관 내 특별활동이 본래의 놀이 중심 취지에 맞게 운영되도록 현장의 적용 기준을 바로잡아야 한다.
■ 부모님들께, 그리고 영유아 교육의 공공성을 말하는 정치권에 고함
수년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무력감 속에서도 다시 펜을 든것은, 우리 사회가 지닌 자정 능력과 부모의 진심을 믿기 때문이다. 영유아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부모의 배경과 상관없이 모든 아이에게 평등한 출발선을 제공하고,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시민의 씨앗을 품어주는 데 있다. 시장의 경쟁 논리가 공교육이 지켜온 표준을 흔들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이 불안한 경쟁 속에서 영유아기 본연의 성장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학부모와 정치권이 함께 올바른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아이의 성장을 신뢰하는 부모의 판단과,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국가의 책임 있는 정책이 맞물릴 때 우리 아이들은 비로소 발달 단계에 부합하는 온전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 문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천은아 책임연구원(02-797-4044/ 내선번호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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