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노워리[정책편지] 아이들의 배움을 킬러문항에 가두지 말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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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2021.11.18. 예정수험생 절반 이상이 수시전형에 응시하지만수능에서 자유로운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열아홉 살의 학생들은 마치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인생이 결정될 것 같은 중압감을 느낍니다시험이 끝나면 수능의 난이도와 킬러문항에 대한 갑론을박이 되풀이됩니다수능에는 킬러문항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일까요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지난 928열린민주당 강민정 국회의원은 수능 킬러문항 방지법을 발의했습니다이 법안의 정식 이름은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이하 선행교육규제법)에 수능을 포함하는 개정안입니다. 10월의 정책편지에서는 이 법안이 나오게 된 배경과 필요성에 대해서 전하려 합니다.  

선행교육규제법 제정 이후 

선행교육규제법은 초중고 학생들의 파행적인 진도 경쟁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널리 공감대를 얻으면서 2014년에 제정되었습니다법률 제정 이후선행교육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학교 내신시험과 대학 논술고사가 지나치게 어렵게 출제되거나 교육과정 밖에서 나오는 걸 막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미 수많은 연구에서 선행학습으로는 성적 향상 효과가 발견되지 않고오히려 학습 동기나 흥미가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습니다학생들의 학업성취도에 실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교과에 대한 학생의 학습태도가정환경 등이 훨씬 더 주요합니다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즐거움을 깨닫는 기회를 빼앗고연령별 기준에 맞추어 세심하게 설계한 교육과정을 무시하는 선행교육이 법으로 금지되었음에도 여전히 사교육계에서 횡행하는 이유는 입시경쟁의 불안과 공포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진]  2012년 선행교육규제법 제정운동 캠페인


2019학년도 역대급 불수능이 지핀 논쟁     

수능을 포함한 선행교육규제법 개정안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된 계기는 2019학년도 역대급 불수능입니다2016학년도부터 불수능 기조가 유지되던 중, 2019학년도 수능은 사교육계의 내로라하는 강사들도 고교생이 절대 풀 수 없는 문제라고 혀를 내둘렀습니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위반한 수능의 최대 피해자인 학생과 학부모들는 힘을 합쳐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재판과정에는 수학교사 55명이 현직 교사임을 용기있게 밝히며, 수능 출제에 교육과정을 위반한 문제가 있다고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다음은 현직교사 의견서 중 일부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학교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출제돼야 하고, 기본 개념과 원리에 충실하게 학습한 사고력을 측정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수능은 수학적 사고력이 아닌 고난이도 문제 해결을 위한 기계적인 풀이 연습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고난이도 문제를 반복적으로 훈련시켜주는 사교육 기관의 도움이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되고, 결론적으로 국가에서 학생들에게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는 문항을 출제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육과정 내에서 가르친 만큼 평가하는 것은 선행교육규제법의 기본 원칙입니다. 그럼에도 2019불수능에 대한 국가손해배상청구소송은 지난 4월 최종 기각되고 말았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이 소송과정에서 선행교육규제법의 사각지대가 발견되었다는 사실입니다선행교육규제법에서는 학교와 대학 입학 전형의 경우 국가시도 학교가 정해놓은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나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법원은 이 법률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여학교와 대학이 아닌 국가가 출제하는 입학전형즉 수능은 선행교육규제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이 판결로 인하여 수능이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엄격하게 지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입니다.
 
2014년 선행교육규제법이 시행된 이후교육부는 담당부서를 운영하며 대학별로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의무화했고대학별 고사 문제 출제 시 교육과정 범위 및 수준을 준수하는지 평가하고 있습니다그런데도 교육부즉 국가가 출제하는 수능은 선행교육규제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비껴간 것은 법 적용의 한계와 약점을 스스로 밝힌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2021.9.28, 수능킬러문항방지법을 발의하는 기자회견, (왼쪽)홍민정공동대표, 강민정국회의원
이번 개정안에서는
1. 수능을 선행교육규제법 적용 대상으로 명시하고
2. 수능 역시 대학별고사와 같이 선행학습 유발 여부에 대한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며
3. 사전영향평가 실시 결과를 당해 연도 수능 출제에 반영하도록 규정했습니다
4. 또한입학 전형을 실시하는 기관에서 선행학습 영향평가 결과에 대한 계획을 미제출미공개하는 경우사교육 기관이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광고 또는 선전을 하는 경우에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학습이 아닌 훈련을 목표로 하는 교육

청소년 정책과 사회현상을 연구한 김기헌·장근영이 쓴 책 <시험인간>에서는 킬러문항이 존재하는 시험은 이를 풀기 위해서 나머지 문제를 스피드시험처럼 풀어내야 하는 압박이 존재하며이런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교육이 아니라 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책에 나온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겠습니다


2017년 한국교육개발연구원에서 발표한 보고서 <한국의 시험문화와 학습자에 대한 영향:UNESCO참여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고부담시험문화는 세계적 교육 흐름과 역행하는 측면이 있으며 교육 본연의 목적을 왜곡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고부담 시험의 준비과정은 학습보다는 훈련에 가깝다고부담 시험은 많은 응시자를 대상으로 그 중 일부만을 선발하기 위해 치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이런 시험은 시험 문제 자체의 난이도 조절이 매우 어렵다시험도구 개발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수단 가운데 하나가 시간 압박이다... (중략)

전통적으로 시험은 학생의 학습 수준과 교과에서 명시된 학습 목표 달성도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다한국에서 교육과 시험이 완전히 본말 전도되어 교육을 잘 하기 위한 시험이 아닌시험을 잘 보기 위한 교육이 목적이 되었으며이로 인해 시험선수들을 배출하는 사회가 되었다.” _ 『시험인간』 김기헌·장근영 중에서
킬러문항으로 다수 가운데 소수를 추출하는 시험을 훈련하면서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배움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설령문제가 평이하게 출제되어 동점자가 많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수능은 표준점수로 환산되어 선택과목의 반영 비율에 의해 촘촘하게 줄세우기를 하고 있습니다또한 세분화된 점수는 측정 오차가 존재하므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자료도 아닙니다궁극적으로 객관식 지필검사로 측정할 수 있는 학력은 학생의 전체 학업 역량에 비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합니다그럼에도 우리의 오래된 입시 관행은 이 한 줄 세운 점수만이 공정하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미래형 수능과 대학입시 개편을 앞두고 

ⓒ 교육부

향후 대입제도는 2025년에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에 걸맞는 미래형 수능 및 대학입시로 개편되어 2028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교육과정과 대입제도가 엇박자를 내지 않아야 하니까요. 4년 예고제에 따라 2024년에 발표될 대입 개편안으로는 수능 절대평가논서술형 도입 등 제도 전반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현재의 단답형·객관식 상대평가로는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살릴 수도 없고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평가의 공정성과 사교육 부담 때문에 절대평가와 논서술형 수능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과 교사가 많습니다그러나, OECD국가 중 학교 내신 시험에서 상대평가를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밖에 없습니다객관식 평가를 하는 국가 역시 우리나라와 미국의 수능 SAT 정도에 불과합니다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국가 책임 평가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도입된다면 이 문제 역시 해결 불가능한 영역이 아닙니다. 오히려, 대학입시가 자기 생각과 논리를 전개하는 논서술형 문항으로 구성됨으로써 독서쓰기토론탐구 능력을 고교생활 전반에 키울 수 있고이는 곧 학교생활 전반이 입시뿐 아니라 삶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과정이 됩니다.
 
이번 선행교육규제법 개정안일명 킬러문항방지법이 제정된다면 대학입시 체제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고등학교 교육과정 내에서 평가가 이뤄질 것입니다미래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이 과거의 낡은 방식으로 공부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온 힘을 다해 제도 개선을 이뤄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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