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노워리[정책편지] 우리 아이들에게는 구조 요청할 112가 없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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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낯선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대학생 딸과 그 어머니였습니다. 딸은 얼마 전, 고3이었을 때 밤마다 악몽에 시달린 사실을 어머니께 토로했습니다. 대입에 실패하면 학창시절의 모든 노력이 부정당할 거 같아 힘들었다는 고백이었어요. 그 분의 조카들은 특목고에 다니는데, 같은 반 친구가 안타까운 선택을 했을 때도 주변 어른들은 ‘어차피 입시를 치러야 하니 빨리 마음 가라앉혀라’는 충고를 할 뿐이었다고 합니다.

 

자녀와 조카의 모습을 보며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자신의 어머니가 유산으로 주신 3천만원을 떠올렸습니다. 이 분은 단체 사무실로 직접 찾아와 학생들을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상대평가 헌법소원을 제안하셨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이 일을 제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요.

 

이에 힘입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11월 10일, 대입 상대평가 제도가 학생들의 생존권, 교육권, 행복추구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헌법소원을 청구하게 되었습니다. 헌법소원의 대상은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고등학교 내신 상대평가입니다. 청구인은 대학입시를 앞둔 고3 학생 1명과 고2 학생 2명 등 총 3명이고, 청구대리를 맡는 변호사 3명, 전락적 논의를 함께 담당하게 될 변호사 6명 등 이 청구의 위헌을 지지하는 변호사 96명이 이 소송에 함께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 모임에서도 이번 헌법소원의 지지선언이 이뤄질 것입니다.

 

오늘 정책편지에서는 상대평가 헌법소원 기자회견에서 발언한 전문가 및 여러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아 전해드립니다.

  1. 매년 이태원 참사를 반복하는 대한민국 입시지옥 -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김종영
  2. 내가 바퀴벌레 같았던 날 - 고등학교 3학년 조수영
  3. 국가는 거대한 사기극을 멈춰야 합니다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김영식
  4. 매순간 경쟁교육을 시켜야 했던 불행한 교사 - 법무법인 청호 변호사 박은선
  5. 미래 교육에 희망을 만드는 자리 - 교육학과 대학생 이현우
  6. 우리 아이들을 해방시키는 총성 - 중앙대 독문학과 교수 김누리

매년 이태원 참사를 반복하고 있는 대한민국 입시지옥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김종영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자살 숫자는 300여 명인데 절반 정도가 학업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합니다. 150여 명 정도 되는 것이지요. 교육 지옥의 원인은 모든 학생들이 상대평가 체제에서 몇 개 안 되는 명문 대학에 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대학 병목과 시험 병목이 극단적으로 합쳐져서 살인적인 경쟁을 유발하고, 학생들을 자살로 내모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입시 지옥은 매년 이태원 참사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은 112가 없습니다. 구조 요청을 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의 헌법 소원은 국가에 학생들의 목숨을 살려달라는 112, 구조 요청입니다.

내가 바퀴벌레 같았던 날

고등학교 3학년 조수영

 

언제부턴가 공부뿐만이 아니라 삶 전반이 나의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무의미한 싸움이 되고 말았습니다. 고등학교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마음에 남을 친구를 만든 것도, 대단한 상을 탄 것도 아니었습니다. 기말고사 보는 날 아침,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속이 안 좋아서 아침에 먹었던 제 생일 케이크를 학교 앞 버스 정류장에서 토해버린 것입니다. 학교체계에 적응하지 못하는 내가 죄인 같아서, 시험 하나 제대로 못 보면서 바퀴벌레처럼 한 살 더 먹은 거 같아서 빗물 웅덩이에 쭈구려 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누군가는 저와 다르게 지금을 즐길 수도 있고, 누군가는 저보다 더 힘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이라면 누구나 불필요한 상처 없이 세상으로 자유롭게 나아가길 바랍니다.  

국가는 거대한 사기극을 멈춰야 합니다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김영식 

 

상대평가는 학생들의 행복을 박탈합니다. 친구와 경쟁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교를 전쟁터로 여깁니다. 전쟁이 남긴 트라우마를 평생 안고 살아갑니다. 불안하고 우울하고 자기 존재 가치를 부정하게 합니다. 절반에 가까운 아이들이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살게 하는 게 정상적인 사회인가요? 학생들이 이걸 스스로 선택했나요? 이건 국가 제도가 구조적으로 만든 겁니다. 명백하게 학생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수업을 하고 나면 학생들이 얼마나 잘 이해했는지, 오개념을 가진 건 아닌지, 학습목표를 달성했는지 점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평가를 합니다. 평가 결과 부족함이 드러나면 보충학습을 해서 부족함을 보완해 주면 됩니다. 그런데 평가를 해서 줄을 세웁니다. 전체 학생 중 몇 등을 했느냐를 확인하는 겁니다. 학생들은 남보다 잘해야 하니 20시간, 30시간 입시 대비용 평가에만 매달린 학습을 하게 됩니다. 상대평가는 학생의 온전한 배움을 방해하는 것이고,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는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의 상대평가 위헌 심판 청구는 학생들의 행복추구권과 학습권을 침해하며,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온 사회가 벌이고 있는 거대한 사기극을 멈추자는 요구이자 호소입니다.  

매순간 경쟁교육을 시켜야 했던 불행한 교사

법무법인 청호 변호사 박은선

 

저는 과거 교사였던 시절이 있습니다. 저 역시 행복하지 않은 교사로, 하고 싶은 수업을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전쟁터에 있다면 그 전쟁을 지휘하는 자로서 매순간 경쟁교육을 시키는데 시간을 보낸 불행한 교사로 살았습니다.

 

우리는 상대평가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되었습니다. 교육평가는 학생들이 지금 도달한 위치가 어디인가, 도달한 수준은 어디인가, 무엇을 더 교육해야 하는가를 알기 위해 존재합니다. 줄 세우고 차별하는 것이 교육평가의 목적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잘못된 교육평가를 해왔습니다. 그로 인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든 이들의 권리가 침해받았습니다. 교육권뿐만 아니라 수면권, 청구서에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생명권도 침해받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잃어가고 있고 이제는 너무 흔해서 언론에서 조명하지 않을 정도에 이릅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상대평가입니다. 그러나 상대평가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나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상대평가가 위헌임을 선언하고 우리 국민들에게 일정 자격만 갖추면 모두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권리를 인정한다면 아이들의 삶과 우리 사회는 정말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미래 교육에 희망을 만드는 자리
교육학과 대학생 이현우

 

우리는 미래교육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된다, IB 교육과정이 만들어진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학습이 마련된다’ 등 좋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나 수능과 상대평가 제도가 바뀌지 않고 그대로라면 이런 계획들이 소용 있을까요? 저는 교육학과에 다니고 있는데, 우리는 학생들이 교육과정을 능동적으로 구성해 배움의 주체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교생 실습을 다녀온 선배들의 말이 기억납니다. 학교 현장에 나가 보니 줄세우기 상대평가 제도가 뿌리 박혀 있어, 학생 성장 중심의 평가는 아무런 영향력을 끼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미래의 희망을 만드는 정말 중요한 자리입니다. 저는 윤리 교사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제도와 시스템이 변하지 않고, 제가 가르치는 윤리과목이 학생들 삶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시험을 위한 것이라면 저는 정말 창피하고 부끄러울 것 같습니다. 이 자리는 미래교사를 꿈꾸는 제게, 학생이었던 제게, 부모가 될 제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는 우리 모두의 행복을 위한 자리입니다. 교육 주체들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드는 시작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들을 해방시키는 총성

중앙대학교 독문학과 교수 김누리

 

우리 아이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불행합니다. 프랑스의 저명한 언론 르몽드 지에서 한국교육을 취재하고 나서 내린 결론입니다. "한국의 아이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불행한 아이들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교육은 가장 경쟁적이고, 가장 고통을 주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을 언제까지 이러한 불행상태에 방치해 둘 겁니까? 교육은 우리 사회를 경쟁의 거대한 정글로 만들어 놨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연대가 없는 사회, 전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에 속하는 것뿐 아니라, 불평등을 가장 사랑하는 국민이 한국인이라는 겁니다. 경쟁교육 속에서 12년 동안 교육받은 아이들이 심리적으로 완전히 왜곡되어 가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한국 사회의 기형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경쟁교육을 극복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불행에서 해방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한국사회를 기형 상태에서 정상적인 사회로 만드는 가장 시급한 일입니다.


오늘 선언은 경쟁교육의 성체에 갇혀 불행을 운명처럼 여기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해방의 총성입니다. 오늘이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시발점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언제까지 학업 경쟁 때문에 죽어가는 아이들을 두고 볼 것인가? 더 이상 어이없는 죽음을 마주하지 않겠다. 오늘 우리는 법률가로서 경쟁과 변별로 얼룩진 상대평가가 위헌임을 선언한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아이들을 살리는 판단을 해줄 것과 정치권이 이에 대한 대안적 법률안을 발의하고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 아이들이 맘껏 꿈꾸고 쉬고 우정을 나누며 오늘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하는 대한민국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변호사 96인의 대입시 상대평가 위헌 선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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