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노워리[정책편지] 상대평가 금지하면 어떻게 변별하냐고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3-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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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에서 상대평가를 금지하면 학생들을 어떻게 뽑아?"


<대입 상대평가 위헌 선언>에 동참해달라고 온라인 서명 링크를 받아든 주변 사람들은 예외없이 이 질문을 했습니다. 수능 공부에 올인하기 위해 자퇴를 불사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데, 서울 16개 대학 정시 정원은 전체 모집인원에서 약 6%이니까요. 최근 대통령이 발언한 ‘킬러문항 금지’ 논란도 상대평가 시스템에서 불거진 혼란이고요. 


오늘 정책편지에서는 절대평가와 관련한 몇 가지 의문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변별은 수능을 비롯한 대학입시의 목적 아닌가요?  
2.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동점자 처리는 어떻게 하나요? 
3. 내신도 절대평가하면 특목고, 자사고와 학군지 학교가 더 유리하지 않나요?
4. 내신 점수 부풀리기가 일어날 수도 있잖아요?
5. 절대평가로 바뀌면 당락 예측이 어려워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6. 절대평가하는 고등학교 수업을 보신 적 있나요?   
1. 변별은 수능을 비롯한 대학입시의 목적인데, 절대평가라니요?

수능 시행된 지 올해로 만 30년이 되었습니다. 수능을 창안한 박도순 초대 평가원장은 ‘학력 측정 방식으로서 수능이 부정확'해진 지 이미 오래되었다고 말합니다. ‘학력’은 점수로 대표될 수 없는 복합적인 교육학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입시에서 말하는 ‘변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해당 대학 정원보다 많은 수험생이 그 대학에 지원할 때, 누가 그 대학에서 공부할 만한 학력을 갖추었는지 가려내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적절한 난이도를 갖춘 절대평가로는 학생의 수학능력을 객관적으로 가려낼 수 없을까요? 모든 학생이 한날한시에 치르는 수능 점수로 45만 명을 줄세우는 것만이 변별에 가장 적합한 방법일까요? 이는 평가자가 수험생과 학부모의 공정성 시비에 ‘방어하기 쉬운 시스템’(박도순, <시사인> 821호)일 뿐입니다.
상대평가·절대평가 논란과 관련해서 현직 교사이자 사교육걱정 정책위원으로 활동하는 장승진 선생님은 지난 6월에 열린 대입포럼 컨퍼런스 좌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 대학입시 상대평가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그건 공부를 잘하는 게 아니에요. ‘옆 친구보다 잘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 옆 친구를 이겨야 하고, 
- 한눈팔지 말아야 하고, 
- 협동보다는 효율적으로 자기 공부를 해야 하고, 
- 내 생각보다는 정해진 답을 ‘빨리’ 찾아야 합니다.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교육 개혁 방향이 과연 남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일까요? 그게 아니라면 교육적 목적에 맞는 평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습니다.”
Ⓒ연합뉴스  
2. 수능이 절대평가로 바뀌면 동점자 처리는 어떻게 하나요?

현재 수능 체제를 기준으로, 절대평가 시 동점자가 우려된다면 학생의 적성과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학생의 사고력, 문제해결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면접이나 학생기록부를 활용합니다. 
② 학생이 지원하는 전공에 부합하는 선택과목 또는 개별문항에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법입니다. 경영학과 지망생이라면 ‘경제’과목 성취도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죠.
③ 9등급 절대평가가 이뤄진다면 동점자에 한해서 원점수(채점 결과 얻은 그대로의 점수)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상위권 대학은 물론 이미 여러 대학에서 ①②번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①번과 같은 정성평가가 반영된 현재의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입학사정관들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동점자가 없다고 말합니다. 수능이 상대평가 표준편차에 의해 소수점으로 미세하게 나뉘는 것에 비해 해당 대학의 특정 전공을 열심히 공부할 만한 학생을 가리는 일은 비교적 분명하게 판단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name%$ 선생님은 모든 수험생을 표준편차에 의해 줄 세워 비교하는 방식이 학생의 실력을 측정하기에 타당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합격한 학생들은 그 대학에서 열정을 갖고 공부하기보다 반수를 선택하기 쉽습니다. 한 문제 차이로 대학이 달라지고, 인서울이냐 아니냐가 갈리니까요. 

3. 내신시험까지 절대평가하면 특목고, 자사고, 학군지 학교가 더 유리하지 않을까요? 

현재 고등학교 정보는 대학입시에서 블라인드 처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학군지 학교는 공부에 열의가 있는 학생들이 입학한 효과로 인해, 문화자본 경쟁에서 취약한 지역보다 A등급 학생이 많을 수 있습니다. 

현재 중학교 전 과목, 고등학교 일부과목에 도입된 성취평가제(여기에서 점수를 산출하는 방식이 절대평가)를 살펴봅시다. ‘성취평가제’는 국가 공통 교육과정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내용을 ‘성취기준’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 편지를 읽으시는 분 중엔 "국가 공통 교육과정? 그게 뭔가요?"하고 물으실 수 있지만, 우리나라 학교교육은 나라에서 학년별로 무엇을 가르칠지 '성취기준'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또, 성취수준’에 따라 어느 정도 학습하면 A라고 평가할지, D, E라고 평가할 수 있는지도 명시합합니다.

교육학에서는 '시험에 나오는 대로 가르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교육과정, 성취수준 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형적인 대입시험이 우리나라 학교교육을 압도하기 때문입니다. 평가방식이 바뀌면 학교 수업도 교육과정에 충실한 교육으로 개선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됩니다. 학생의 생각을 이끌어 개인의 역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학교교육이 변화하면 획일화된 시험에 맞춰진 사교육 영향력은 그만큼 줄어들고, 지역별 격차도 이전보다 줄어들 수 있습니다. 

4.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내신 부풀리기'가 일어날 수도 있잖아요? 

절대평가를 온전히 실현하기 위해 여러 교육정책이 함께 전개될 것입니다. 
성취도별 학생 비율 공시 : 고등학교 학생기록부에 각 성취도별 학생 비율은 물론, 과목 평균, 수강자 수 등을 기재합니다.
② 국가에서는 지역별, 학교별 채점을 검증하는 ‘평가지원센터’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의 시험 점수와 비율은 항간의 우려처럼 개별 학교나 교사에 의해 임의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③ 시도교육청 등에서 교사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연수를 실시합니다. 

상대평가 체제가 얼마나 불합리한지 드러내는 사실이 작년 12월, 사교육걱정의 연구로 밝혀졌습니다. 이에 따르면 전국 43개 고등학교에서 각 과목 수강인원이 12명이 안돼 전체 인원 4%에 해당하는 1등급이 한 명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설령 13명이 수강해 1등급을 배출한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2등급 학생이 나올 수가 없습니다. 이러한 불공정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내신 평가방식 개선이 시급합니다.     

5. 절대평가로 바뀌면 당락 예측이 어려워 혼란스럽지 않을까요?

현재 수능에서는 수험생의 원점수가 평균 점수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따져 사후 에 보정하는 점수, 즉 '표준점수'가 부여됩니다. 따라서, 출제 난이도와 응시생 수에 따라 만점을 받아도 과목별 최고점이 달라지는 기현상이 벌어지게 됩니다.

따라서 수험생과 학부모가 작년까지의 입시결과로 올해 입시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대학마다 전형요소와 전형방법이 다르고, 표준점수는 물론 다수 대학이 사용하는 ‘백분위변환표준점수’ 계산식이 다 달라 유불리나 당락을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는 수능을 치른 이후에 이러한 분석작업을 국영수와 탐구영역 이외에 '원서 영역'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이것이 바로 사교육업체의 고액 컨설팅을 부추기게 만듭니다. 정량화되어 있는 수능 정시에서조차 복잡한 변환표준점수를 나노단위로 활용하고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들이 당락을 예측하기는 이미 어려운 상태입니다. 
Ⓒ내일교육    
또한, 수능은 선택과목을 조합하는 경우의 수가 이론상 816개에 달합니다. 응시생의 평균점수와 난이도가 매년 다르니, 표준점수도 달라집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수험생은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하기보다, 상대평가 지표인 표준점수를 받기 유리한 과목을 전략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절대평가는 이러한 비교육적 관행을 개선하고, 학생이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합니다. 제2외국어가 좋은 사례입니다. 상대평가로 치르던 3년 전까지만 해도 응시생 70%가 현실에서 거의 쓸모 없는 아랍어를 선택했는데, 2023학년도 수능 기준 아랍어 응시생은 20%로 줄었고, 중국어, 일본어, 한문 등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6. 절대평가 하는 고등학교 수업을 보신 적 있나요?
 
현재 고등학교에서도 진로선택과목은 성취평가제에 의해 절대평가 합니다. 지난 6월 열린 대입 컨퍼런스에 참여한 신흥고등학교 백승진 선생님은 올해 가르치는 ‘고전읽기’와 ‘환경’ 과목 수업이 상대평가로 진행했던 이전 수업과 너무나 큰 차이를 보인다고 전합니다. 절대평가가 이뤄지는 수업에서 학생들은 모둠별수업에 큰 흥미를 느끼고 적극적인 태도로 임한다는 것입니다. 교사도 성취기준에 맞게 학습 주제를 정한 뒤, 자유롭게 수업내용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수업에서 자유롭게 공부하며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학생들의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문제해결능력을 학교교육에서 기르려면 
절대평가로의 전환은 필연입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최근 CNN은 킬러문항 논쟁을 보도하며, 킬러문항을 야기하는 우리나라의 교육 상황을 ‘극심한 생존 경쟁, 무한경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도 인터뷰에서 “지금 청년들, 아이를 안 낳는 30대 초중반은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경쟁이 심한 삶을 살아왔다. 청년들에게는 인생의 모든 것이 다 경쟁”이라며 “동년배만이 아니라 윗세대와도 계속해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했을 때 내가 사는 게 중요한가, 후손을 낳는 게 중요할까를 생각해보라”고까지 말합니다. 

상대평가가 절대평가로 바뀌어도 대학서열과 임금 격차 등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지만, 적어도 학생들이 남보다 잘하는 공부가 아니라, 자신이 열심히 공부한 만큼 배움의 성장을 평가받을 수 있다면 그것을 5년 후의 대입제도로 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교육을 선생님께서 결정해야 한다면 어떤 평가 방법을 고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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