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노워리[정책편지] 고교학점제, 섣부른 기대도 속단도 NO!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1-07-09
조회수 1466

고교학점제가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1이 되는 2025년도에 전면 시행될 예정입니다. 고교학점제란 무엇일까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하여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제도를 말합니다.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데, 최근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고교학점제에 찬성하는 학부모는 10명 중 4명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학부모들은 모두 반대하느냐 하면 그렇지도 않아요. 찬성 비율만큼 나온 응답이 ‘모르겠다’입니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대학입시라는 블랙홀로 빨려들면 기이하게 변형되는 현상을 학부모들은 경험적으로 체득해 왔습니다. 그 취지와 철학이 어찌되었든 제도가 변한다고 하면 거부감부터 들 수밖에요. 

하지만, 지금 우리의 고등학교 교실을 떠올려 봅시다. 
아이들은 부모의 학창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교과목과 시간표 아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공부를 하면 다행이죠. 수학 수업시간은 중2부터 포기한 학생들이 태반이고, 입시에 포함되지 않아 속칭 버리는 과목에는 대다수 학생들이 잠을 잡니다. 대학 진학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만약 고교학점제가 잠 자는 학생을 깨울 수 있다면 우리는 새로운 제도에 한 번 더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고교학점제가 무엇인지 잘 몰라서 호감이 안간다면 정책언니가 드리는 이 편지를 한 번 읽어보시겠어요?  

고교학점제가 실현된다, 뭐가 좋아질까요

ⓒ 조선일보, 2021. 2. 18. 교육부 자료 재구성

고교 학점제가 시행되면 교사 중심의 획일적 교육과정에서 학생 중심의 선택형 교육과정이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진학뿐 아니라, 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의 진로도 존중될 수 있고요. 이전에는 고교교육의 다양성이 특목고, 자사고 등 학교 유형을 다양화하는 방식이었으나, 이는 학교를 서열화하는 폐단만 낳았습니다. 서열화된 학교 체제 대신, 학생들 간 다양한 교육 욕구를 충족시켜 한 학교 내에서 개별화된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교학점제의 가장 장점입니다. 

무엇보다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은 학생별로 선택과목이 다양해지면 이전 같은 상대평가로 줄 세우기가 불가능해집니다. 뜨거운 감자 수능을 어떻게 할지 아직 예측하기 이르지만, 적어도 선택과목의 고교 내신은 절대평가를 실시합니다. 

최소학업 성취기준을 이수하지 못한 경우 보충이수를 해서 반드시 최소 성취기준을 넘도록 해야 하므로 책임교육에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입니다.  

 연구·선도 학교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2018년 105개 교에 불과하던 연구 및 선도학교는 2021년 현재, 1,457개 교에 이릅니다. 학생들의 선택 과목이 34% 이상 늘었고, 고1에는 진로와 적성을 고려한 학업설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학점제형 공간을 교내에 조성하여 학교의 모습도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학점제가 우선 도입되고 있는 마이스터교는 어떨까요? 학생들의 선택과목이 늘어나고, 이수를 못한 학생의 경우 보충학습 과정을 운영하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들이 눈에 띕니다.  

학점제가 도입되면 대학 진학이 아닌 다른 진로를 희망하거나 학업 성취가 낮은 학생들일지라도 관심과 적성이 있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영어·수학 같은 주요 교과라 할지라도 공통과목만 이수한 뒤, 다른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거죠. 진정한 학습 선택권이란 선택하지 않을 권리도 포함되는 것이니까요.  

ⓒ교육부
고교학점제에 대한 오해, 또는 우려


1. 정권이 바뀌면 없어질 정책이다
가장 큰 우려는 정권이 교체되면 이 정책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입니다그러나학령인구가 급감하고 IT기술 발전으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 교육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식 암기 중심의 문제풀이 교육에서 탈피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시행령이 개정되어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고이미 3년에 걸쳐 수많은 연구·선도학교에 예산을 투입해 의미있는 성과가 축적되고 있습니다한 사람 한 사람의 적성을 살려 교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려는 고교학점제를 현 정권의 이벤트라 치부하는 것은 지나친 비판으로 보입니다
 
2. 입시 안이 나오지 않았다
교육부는 고1에 이수하는 공통과목 외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은 성취평가제로 절대평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학업성적으로 변별할 수 없다면 
√ 진로와 적성전공에 따른 교과목을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수했는가
√ 학생부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수업에서 나타나는 학업수행의 충실도)이 얼마나 충실한가.
이러한 점이 중요하게 부각될 것입니다
 
또 수능은 어떻게 될까요부모의 경제력과 학생이 처한 문화자본과 비례하는 수능의 비교육적인 면을 아무리 강조해도 대다수의 국민들은 수능을 지지합니다교육전문가들은 수능을 졸업시험으로 자격고사화할 것을 권고하지만사회적 공감대가 약한 것이 현실입니다교육부는 올해부터 미래형 대입 논의에 착수하여 2024년에 입시제도를 발표하겠다고 밝힌 상태라지금으로서는 원론적인 방향을 강조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부, 고교학점제 추진 일정 

3. 선택과목을 가르칠 교사는 충분할까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이 한 학교에 모두 개설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지역 간 학교끼리 과목을 연합하거나 거점학교에서 수강하는 방법온라인 수강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그것만으로도 교사 숫자가 부족하여 정부는 학교 밖 전문가를 기간제 교원으로 임용하는 방법사범대생에게 복수전공을 장려하고현직 교사들의 복수전공과 부전공도 활성화할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교사들이 여러 과목을 지도하는 것은 불가피해 보입니다여러 가지 행정 업무가 가중되므로 교무행정인력 지원 또한 필수입니다.
 
4. 학교 간 격차는 어떻게?
학교 간 격차는 교사 인력 풀과 직결된 문제이기도 합니다현재도 읍면 지역학교에는 기간제교사 선발도 수월하지 않습니다지역 간 교육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지지 않도록 교사 풀 관리는 물론 원격 수업 플랫폼 지원에 교육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강남 학군 쏠림 현상을 불식시킬 수 있을 거예요결국 학교마다 학생들의 특성과 요구에 맞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습니다.

5. 조기 진로 선택에 대한 압력
고교학점제가 갖고 있는 속성상 조기에 진로를 결정해 계열에 맞는 교과목 이수를 요구합니다정작 학생들은 여러 과목을 다양하게 들으면서 소질과 흥미를 찾고 진로를 탐색하기보다 불안정한 노동시장 속에서 그 수요에 따라 전공을 결정하기 쉽습니다교과과정 설계를 도울 수 있도록 기존 교사를 연수하고진로 전담교사도 추가 배치할 계획이지만 진로 컨설팅 사교육 또한 늘어날 수 있어요달리 생각하면 좋은 점도 있습니다어차피 진로를 선택하지 못한 학생의 경우 과거에는 문이과 계열 간 수강이 막혀 있었는데고교학점제가 시행되어 다양한 계열을 수강하면서 진로 탐색 시간을 좀 더 충분히 가질 수 있으니까요
 
6. 학점을 채우지 못하면 졸업 못해?
지금은 아무리 시험을 못 봐도 수업일수만 채우면 졸업이 가능하지만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일정학점을 취득해야 졸업이 가능해져요미이수하면 보충지도나 과제를 부과해 최소 학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실제 졸업을 못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계획입니다.

ⓒ교육부


7. 성취평가제(절대평가)를 한다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중학교에서는 성취평가제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듯 합니다흔히들 우려하는 내신 부풀리기가 이슈가 되는 것 같지도 않고요평가에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서술형평가교사별평가에 대한 공정성 시비입니다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시행되기 위해서는 교사별평가가 아낌없이 이뤄져야 함에도 이 불신의 벽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지 또 하나의 큰 숙제입니다



고교학점제의 Before와 After를 비교해보자

대입제도가 결정되지 않은 현 상태에서 고교학점제가 어떻게 기능할지 예상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통해 현재 진행되는 고교학점제에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고교학점제와 연동되는 입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한창 연구 중입니다
   
우리는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위한 제도를 설계하면서 여전히 과거로부터 온 우려를 쏟아내고 있습니다현재에 완성태가 없듯이 완벽한 미래를 설계하는 것 역시 불가능합니다고교학점제를 먼저 선보이고 있는 연구·선도학교 시행 전후를 비교해 얼마나 나아졌는지 그 변화를 확인하고정밀히 평가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섣부른 기대나 속단으로 고교학점제를 평가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 같습니다관심을 갖고 좀 더 지켜보면 어떨까요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좀더 발전적인 대안이 정리 되는대로 여러분께 전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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