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통계청이 매년 조사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2020년 결과가 발표됐습니다.(2021.3.9)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를 분석하고 사교육비 경감 대책 실행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교육부는 사교육비가 작년보다 감소했다고 발표했는데, 우리는 "코로나도 막지 못한 사교육 재난이다"라고 말합니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정책언니가 정리해드려요. [조사 규모] 전국 초·중·고 약 3,000개 학교의 학생 약 80,000명 [조사대상 기간] 2020년 3~5월(5~6월에 조사), 7~9월(9~10월에 조사) [조사 내용] 학원, 과외, 학습지, 인터넷/통신강좌, 방과후학교, EBS교재, 어학연수비 ① 초중고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28.9만원 (전년 대비 ▼3.3만원↓10.1%), ② 사교육비 총액은 18.6조원(전년 대비 ▼2.4조원,↓11.4%) - 학원 영업 중단, 감염 우려에도 사교육비 감소율은 10% - 고등학생 사교육비 역대 최고치 경신하며 38.8만원 기록(▲2.3만원)
① 학교 급 / 지역별 격차 조사 결과를 보면 언제나 의문이 듭니다. 1인당 사교육비는 초등학생 영어·수학 2과목만 해도 50만원이 훌쩍 넘는데, 1인당 평균이 28.9만원이라니. 교육부는 학교급/지역 등 개별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밝히고 있어요. 아래 표 붉은 표시 내용을 보면, 사교육에 참여하는 전국의 고등학생 1인당 사교육비는 64만원으로, 훨씬 현실적인 숫자처럼 다가옵니다. 서울에 거주하고 사교육에 참여하는 고등학생들의 1인당 사교육비는 무려 82.9만원입니다. 서울 학생의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상향평준화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국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경기도에만 가도 변변한 학원 하나 없는 지역이 상당수입니다. ② 수요자만 조사 현재 사교육비 통계조사는 학생의 응답방식으로만 조사하기 때문에 보다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려면 학원의 매출을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③ 축소 응답 가능성
사교육 비용을 많이 쓰고도 사실대로 응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면서 국가가 실시하는 통계에 정직하게 대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작년보다 10% 감소”했으니 좋은 거 아닌가요? 매년 몇 천원 수준의 증가폭을 보이던 사교육비는 2015년부터 2,3만원씩 폭증하기 시작하다 5년 만에 첫 감소세가 나타났습니다. 전쟁이나 다름없는 전염병이 돌아야 겨우 10% 정도의 비용이 감소한 것을 보면, 실제로는 오른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① 고등학생 사교육비 가장 늘었다 대입을 목전에 둔 고등학생의 경우, 사교육비는 38.8만원 (전년 대비 ▲2.3만원) 참여 시간도 늘었습니다. (5.7→5.9시간) 특목자사고 지망생은 물론 입시 경쟁을 시작하는 중학생 역시, 사교육 참여 학생만 비교하면 비용 및 참여율이 모두 늘었습니다.
② 국어 사교육까지 늘었다 올해는 특히, 국어 사교육비가 타과목 증가율에 비해 3.4% 늘어났습니다. 예체능 사교육비가 대폭 줄었을 뿐, 내신과 입시를 대비하는 사교육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고등학생은 국영수사과 모든 교과 사교육비가 증가했습니다. ③ '진로·진학·학습 상담' 항목은 왜 뺐을까 예년과 달리 '진로·진학·학습 상담' 항목이 1인당 사교육비 집계에 포함되지 않아 774억 원에 달하는 비용이 누락됐어요. 교육부는 “코로나19로 인한 통계작성 변경에 따라” 제외했다고 밝혔는데, 무슨 뜻인지 납득조차 어렵습니다. ④ 반 년짜리 통계 조사, 정확할까? 사교육비 조사는 이제까지 3-5월, 7-9월, 즉 6개월 치만 조사한 숫자를 2배로 계산해서 발표했습니다. 새 학기 대비 선행학습에 올인하는 겨울방학이 빠져 있으니, 현실을 반영해 조사 시점을 재설계해야 합니다. ⑤ 성적 최하위권 학생 사교육비 급상승 성적 최하위 20% 학생들의 사교육비가 8.8% 증가했습니다. 성적 최상위 10% 내 학생들의 증가분 1.8%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요. 코로나 상황에 기초 학력과 학습 결손 불안감이 만연합니다. ⑥ 있는 집과 없는 집, 사교육 비용 격차는 5배 소득 수준별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최소 소득 가구에서 9.9만원, 최대 소득 가구에서 50.4만원으로 소득 격차에 따라 5.1배나 차이가 납니다. 교육 양극화 정도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① 대입경쟁 완화하는 '실효성 있는' 방안 필요 점점 팽창하는 사교육을 막으려면 공교육을 정상화해야 합니다. 정부가 고교교육 내실화를 위해 현재 초등 6학년부터 고교학점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제도가 실효성 있게 운영되려면 학점제와 연동되는 대입제도 개선책이 동시에 발표돼야 합니다.
② 배운 만큼 평가하는 수능으로 바뀌어야 한 문제 푸는데 20-30분씩 걸리는 킬러문항이 존재하는 한 사교육 수요는 줄어들지 않습니다. 작년부터 정시 모집까지 확대되어 사교육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수능도 고교 교육과정과 출제범위를 지키도록 선행교육규제법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합니다.
③ 진로·진학지도에 공교육 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대교협(한국대학교육협의회)지원단, 진로진학교사협의체 등 공교육 안에도 입시 대비, 진학 상담할 인력이 충분한데도 사교육 강사를 학교, 지자체 입시설명회에 초빙하여 사교육 상품과 연결하는 세태를 개선해야 합니다. ④ 코로나 상황에 파고드는 비교육적인 사교육 단속 학교에서 온라인으로 시행하는 모의고사를 학원에서 유료로 치르게 하거나, 학원에서 학교 온라인수업을 따라가는 텐투텐 수업 등 불법적인 영업행위는 물론, 기존의 스터디카페나 전국 고교 줄세우기를 자행하는 통신판매업의 영업행위를 규제해야 합니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고, 모든 학생의 잠재력과 적성을 키울 수 있도록 고안된 정책, ‘고교학점제’. 이에 따른 개정 교육과정은 내년에 발표되고, 2025년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오지선다형 상대평가 수능과 내신평가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고교학점제가 ‘모든 아이를 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현 정부는 고교학점제와 체계적으로 연동되는 대학입시 개선 로드맵을 반드시 제시해야 합니다. 경쟁교육의 고단한 미래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 경쟁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 공교육이 내실화될 때까지 사교육비 쏟아 붓지 않고 어떻게 기다리냐 반문할 수 있습니다. 이 대답을 철학자 대니얼 마코비츠의 책 <엘리트 세습>에서 찾아봅니다. 그는 부모 자산을 투자해 교육과 능력을 물려받은 젊은 세대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늘 긴장하고 지쳐 있으며, 그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교육을 받고 있음에도 자신감에 넘치기보다는 주눅 들고 불안과 불신에 빠져 있다”고 말합니다. 경쟁교육을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순응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힘을 잃은 아이의 미래는, 부모의 뒷받침이 무력하리만치 더 큰 고단함 속으로 빠져듭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이번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대한 심층 분석과 대안을 모색하는 연속 보도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사교육 경감을 위해 정부가 진정성 있는 의지와 정책을 보여줄 때 우리는 피어나는 봄꽃들처럼, 솟아나는 초록색 이파리처럼 두손두팔 벌려 뛰어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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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축소 응답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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