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모가 보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 - 김경애 학부모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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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큰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아이는 지난 중간고사를 치르는 일주일 내내, 자퇴하고 싶다며 힘들어했어요. 학원 다니는 것도 소용이 없다, 공부 잘 하는 아이들 밑바닥 깔아주러 온 것 같다면서 화를 내더라고요. 고3까지 공부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겠다니, 무엇이 아이를 이렇게 힘들게 만든 걸까 당황스러웠어요. 그런 아이 모습을 보니 아들 친구 엄마가 떠올랐어요. 큰 딸이 특목고에 가겠다며 몇 년 전에 영종도로 이사를 가더니만 돌연 아이 둘을 대안학교에 보냈다는 소식을 전해 왔죠.

간디학교를 졸업한 큰 딸은 벌써 스물한 살이 되었고, 17살인 아들은 중·고 무학년제 대안학교(인터뷰이의 요청에 의해 학교 이름은 생략합니다)에 다니고 있는 김경애 학부모. 대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의 삶은 과연 어떠할지 궁금한 마음에 페이스톡으로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최성아(이하 최) : 당초에는 큰 딸이 특목고를 준비했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간디학교에 가게 되었어요?

김경애(이하 김) : 특목고 준비보다 나름 공부를 해보겠대서 중2때 영종도로 이사를 왔어요. 영종도에 국제고, 하늘고 등 특목고가 많거든요. 그 당시만 해도, 막상 와 보니까 동네에 학원도 거의 없었어요, 친구들은 공부를 안 하는데도 행복해 보이더래요. 딸 아이는 호오가 분명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은 막 파고들어서 열심히 하는데, 관심 없는 건 아예 안 해요. “네가 원해서 왔으니까 공부를 해야지 않냐?”고 했더니, 아무래도 가만히 앉아서 공부만 하는 건 본인 체질에 안 맞는다며, 자기 길이 아니라는 거예요. 그러면서 정말 정신 못차리게 놀더라고요.

 

그렇게 중3이 되더니 중학교 3년을 학교에 앉아서 보냈는데 고등학교까지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때마침 중3 담임 선생님을 잘 만났어요. 딸의 자유로운 성격을 그냥 인정해 주셨거든요. 나쁜 애도 아니고 이상한 짓을 하는 애도 아닌데, 자유로운 성격이라 학교 시스템과 안 맞는다는 걸 이해해 주셨죠. 그러면서 아이한테 맞는 고등학교를 찾아보면 어떻겠냐고 말씀해 주셨어요.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그 무렵에 친척 언니가 간디학교에 다녀서, 딸이 그 캠프에 가보더니 마음에 들었나 봐요. 영종도까지 이사왔는데, 간디학교를 가겠다니 아깝잖아요. 다행히 제가 포기가 빨라요. 포기하고 나니까 불만이 없어지더라고요. 아이의 선택을 믿고 따라줘야겠다 다짐했어요.

 

한편으론 아이랑 떨어져 지내는 게 좋더라고요. 고등학생이 됐는데, 옆에 있으면 자꾸 간섭하잖아요. 떨어져 있으니 불필요한 갈등이 없어지면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애를 대안학교에 보냈다기보다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 거고, 저는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을 준거예요.


 

최 : 아이의 선택을 믿고 따라주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은데, 대단하셔요. 간디학교에 보내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은 어떤 게 있나요?

김 : 선생님들이 친구 같아요. 선생님이란 호칭을 쓰지 않고 애칭을 부르고요. 선생님들이 좋아서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한 건 말할 것도 없고, '민폐'라는 학부모 모임도 있어요. 학부모들이 사는 어느 한 지역으로 다른 지역 부모들이 모두 모여요. 그럼 그 지역 부모들이 우릴 1박2일 동안 전부 대접해주는 거예요. 같이 놀고 얘기하다 오면 오래된 친구 이상으로 친해져요.

 


애들이 사고를 치거나 잘못했을 때 열리는 ‘식구총회’도 인상적이었어요. 사건을 스스로 공개해서 토론하고 잘못된 점을 반성하고 때론 위로받기도 하구요. 다른 아이에게 준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이해와 용서를 받게 돼요, 스스로 봉사할 일과 기간을 정해서 반성의 시간을 갖고요. 일반학교는 이런 일 생기면 학폭이 열리고 부모들 오고 그러잖아요. 여긴 아이들이 잘못을 깨닫고 반성해서 그 안에 해결하는 과정이 좋았어요. 딸한테도 "너 진짜 행복하겠다. 나도 이런 고등학교 다니고 싶다."라고 여러 번 말했어요.

 

최 : 큰 딸이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은 뭘 하며 지내나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도 궁금하고요.

김 : 얘는 고등학교 때까지 대학에 가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졸업하고 나서 뭘 해야겠다 이런 게 없었거든요. 하고 싶은 게 음악과 여행 관련 일이었는데, 코로나 터지면서 여행은 물 건너갔고요. 고등학교 3년 내내 밴드 활동을 하면서 베이스를 쳤어요. 공연하면 "언니, 멋있어요!"하고 환호 받는 기쁨이 있었는데, 졸업 후 연주할 데가 없으니까 암담해하더라고요.

 

예전에 배우던 베이스 선생님을 오랜만에 만났는데, 그 분이 밥을 사주시면서 ‘네가 그렇게 음악을 하고 싶으면 대학에 가서 제대로 배우라’는 조언을 해 주더래요. 음악이 혼자 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도 만나고 해야 한다고요. 몇 날 며칠 고민하더니, 대학에 보내달라고 하더라고요. 작년에 6개월 정도 준비해서 혼자 악기 메고 지하철 타고 시험 보러 다녔어요.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살면서 쟤가 저렇게 열심히 하는 거 처음 본다고 그랬으니까요. 올해 한 번 더 해 보겠다고 해서 지금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하고 싶은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 찾아간 학교

 

최 : 아들도 대안학교에 갔다면서요?

김 : 전 간디학교가 정말 만족스러워서 아들에게도 간디에 가는 건 어떻겠냐고 물어봤죠. 아들은 그 학교가 좋은데 자기 스타일은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예전에 아들 친구 엄마가 아들이 수학 좋아하는 걸 보고 추천해준 학교가 생각났어요. 아들한테 그 학교 얘기를 했더니 일언지하에 거절하더라고요. 그런데 얘가 일반중학교를 1년 다녀 보니까 자기가 관심 없는 공부를 학교에서 강요하는 게 싫다고 하더라구요. 가정이나 미술 같은 과목은 하고 싶지 않은데 수행평가 한다고 자꾸 뭘 내라고 한다면서, 왜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 시간에 수학이나 과학을 더 하라면 하겠다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전에 얘기했던 대안학교 설명회 일정이 나왔길래, 나들이 겸 한 번 갔다 와 보자고 했어요. 첨엔 싫다더라고요. 엄마가 궁금해서 그러니, 엄마를 위해서 가주지 않겠냐고 했죠. 어머니를 위해 가는 거라면서 마지못해 따라 나섰어요. 막상 설명회 가서 보고 듣더니, "우리나라에 저런 학교가 있어요?" 하면서 꼭 가고 싶다는 거예요. 그래서 바로 학교를 옮기게 됐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라는 아이들

 

최 : 두 자녀를 다 대안학교에 보내셨는데,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무엇일까요? 상대적으로 놓친 부분이나 아쉬움 점도 있을 텐데요.

 

김 : 독립심 같아요. 공동체 생활을 해서 그런지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더라고요. 큰 딸이 올해 독립을 했어요. 음악 연습도 밤늦게까지 해야 하는데, 집에 있으면 다른 식구들 생활 방식에 맞춰야 하니까 힘들어 하더라고요. 올해 집을 알아보더니 바로 그 다음 주에 나갔어요.

 

방세랑 생활비는 본인이 벌어서 내고, 저는 연습실 비용이랑 레슨비만 내 줘요. 자기가 집에서 1년 살아보니 아무 생각 없이 너무 편히 산다면서요. 음악을 하려면 다양한 경험이 필요한데 엄마 밑에 있으면서 이렇게 단조롭게 사는 건 아닌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갑작스럽고 이른 거 같아 처음엔 말려봤는데 안되더라고요. 연습실 가까운 곳에 집을 얻느라 건물이 정말 오래돼서 문을 잠가놔도 누가 들어올 거 같이 생겼더라고요. 근데 얘는 집을 얻어주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해요. 이삿짐도 트럭 있는 친구 도움을 받아 직접 옮기더라고요. 자기가 친구들 밥 한 끼 사주고 차비까지 챙겨줬다면서요. 이런 자립심이 모두 대안학교 다니면서 길러진 거 같아요. 애들이 자기 일을 스스로 해야 된다는 걸 당연하게 여겨요. 부모의 도움을 굉장히 감사하게 여기고요.

 

놓친 부분은, 글쎄… 뭐가 있을까? 사람들은 애들하고 떨어져 지내는 게 아쉽지 않냐고 묻는데, 나는 떨어져 있다 보니 그립고 안타까워서, 말이라도 한마디 더 따뜻하게 하게 되더라고요. 믿음도 생기고요. 내가 집에서 매일 애들 보고 있었으면 믿음이 생겼을까 싶어요. 근데 나가서 생활하는 거 보니까 스스로 저만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계속 성장하는 것도 보이고요. 어릴 때처럼 내가 잔소리를 계속 했으면 나도 아이도 지금 모습이 아닐 거 같아요.

 

둘째는 더 어릴 때 떨어진 거라 정말 안타까울 줄 알았어요. 근데 아들이 1년 동안 매일 전화를 했어요. "어머니, 저 없으니까 혼자 심심하시고 말 상대도 없고 그러시죠? 저는 밥 잘 먹고 잘 지내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러면서요. 아들은 거기 가서 선후배도 생기고 인간관계 폭이 넓어졌어요. 사람들 사이에서 자극을 많이 받아서 빨리 성장하는 거 같더라고요. 엄마가 걱정할 만한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하고요. 뭐든 스스로 다 해야 하니, 찡찡거릴 틈도 없이 사는 게 안타깝기도 해요. 물론 본인이야 학교생활에 만족해 하죠.

 

 

스스로 할 일 챙기면서 리더십까지 자라

 

최 : 아들은 어떤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나요?

김 : 컴퓨터 공학을 공부해서 빅데이터를 다루고 싶어해요. 일반학교였다면 지금 고1인데, 시험 봐서 통과하면 대학뿐 아니라 대학원에 진학할 수도 있거든요. 얘네들은 중학교, 고등학교 내내 논문 쓰고 영어로 번역해서 최종 두 편을 발표해요. 기본적으로 연구 논문 쓰고, 세미나 발표를 꾸준히 하니까 나이는 어려도 전공분야에서 뭘 공부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그런 과정을 스스로 준비하더라고요.


아들은 특히, 이 학교에서 리더십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원래 오지랖이 넓은 애가 아니었거든요, 근데, 작년에 갑자기 학년 대표를 해야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다른 훌륭한 애들도 많을 텐데 하지 말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훌륭한 애는 많은데 총대를 멜 사람이 자기 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올해는 "어머니, 아무래도 학년 대표 가지고는 안 되고 제가 학교를 좀 바꿔야 될 거 같아요."하는 거예요. 자기가 학생들을 대변해서 선생님들과 소통하기 위해 부학생회장에 출마해야겠다면서요. 그게 당선되자마자 내년에는 학생회장에도 나갈 거라고 해서 더 놀랐죠. 얘는 누가 뭘 하라고 하면 어쩔 수 없이 하고 자기 일만 하는 아이였는데, 거기 가서 바뀌었더라고요. 학교 일에 불만이 있고 힘들어하는 친구들 얘기를 대변할 사람이 필요한데, 아이들이 못하겠다면 자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아들이 남을 돌아볼 줄 알게 된 게 정말 큰 성장인거 같아요.

 

최 : 아이를 대할 때 특별히 염두에 두는 교육관이 있으신가요?

김 : 남편도 저도 ‘아이의 선택을 인정해 주자’ 그게 우리의 가장 중요한 생각 같아요. 이게 교육관이 되려나?

 

최 : 평범해 보이지만, 제일 실천하기 힘든 교육관 같아요.

김 : 처음이 힘들지 한번 해보면 그 다음은 실천하기 쉬워요. 나도 아이도 마음이 편하니까요. 그러면서 아이와 관계가 더 돈독해졌고요. 애들이 사춘기를 잘 보내고, 아직까지 별다른 갈등 없이 지낸 것도 감사하고요. 아픔이 있든 좋은 일이 있든 서로 마음을 다 얘기해요. 그것만 해도 되게 감사하더라고요. 애들이 클수록 같이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데, 어쩌다 같이 모이면 서로 재밌었던 일도 얘기해 주고, 더 돈독해지는 거 같아요. 딸도 동생이 집에 오면 어떻게든 시간 맞춰 보러 오더라고요. 아들이 여자 친구랑 헤어져서 마음 아픈 것도 다 얘기하구요. 겨울 방학에 한참 힘들어 해서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안쓰럽더라고요. "어머님은 이럴 때 어떠셨어요?" 물어보면 진심으로 얘기해 주고요. 그러면서 마음이 안정됐어요.

 


최 : 마지막으로 대안학교를 보낼까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해 줄 말씀이 있다면요.

김 : 기대를 다 충족시켜 주지 못할 수도 있어요. 좋은 부분이 80~90% 되는데, 10% 정도는 못 미치는 부분들이 있으니까 그걸 감안하고 오면 좋겠어요. 애들은 어떤 식으로든 부딪힐 수밖에 없고, 정말 좋은 선생님들이 많지만 한두 명은 맞지 않는 선생님도 있을 수 있고요.

 

부모들 만족도는 높은데 아이들은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아이들을 겪고 살아야 하니까 더 힘들 수도 있어요. 나만의 공간도 없고요. 혼자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좀 쉴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니까요. 자기 마음을 마냥 감추고 살기도 힘들고 그게 되게 힘든 부분이에요. 계속 같이 봐야 되는 친구들이잖아요. 처음엔 나와 같지 않은 아이들 틈에서 수용을 해야 할지, 싫다고 해야 할지 많이 힘들어 하더라고요. 그것 때문에 학교를 그만두는 아이들도 있고요. 아무래도 단체 생활에 힘든 면들이 있잖아요.

 

거기도 술 마시는 애도 있고 담배 피는 애도 있고 다 있어요. 그래서 대안학교 가면 순수하게 지내다 오겠거니 일반학교에 있는 문제들은 없겠거니 하는 환상은 갖지 않는 게 좋겠어요. 또 대부분 대안학교 시설이 열악해요. 그 점은 감안해야 해요. 학교 캠프를 경험해 보는 걸 추천 드리고요. 설명회도 있으니까 직접 가서 학교 분위기가 어떤지, 선생님은 어떤지 직접 보면 느끼실 거예요. 무엇보다 학생들이 얼마나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지를 보면 이 학교가 좋다는 걸 알 수 있죠.

 

우리도 캠프에 갔을 때, 학생들한테 학교가 어떠냐고 물어봤죠. 그랬더니, “정말 행복해요, 살면서 이렇게 행복해 본 적이 없어요, 앞으로 더 행복하게 살 거예요!” 그러더라고요. 고등학생 들이 그런 말 할 수 있는 학교가 과연 몇 개나 될까, 여기는 진짜 행복한 학교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교에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십대 청소년들이 있다니 놀라웠습니다. 그렇다고 갑자기 제 아이를 대안학교로 옮길 수 있는 건 아니지만요. 학원 한 군데 그만 두는 일도 쉬운 결정이 아니니까요. 물론 인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김경애 학부모님이 아이들을 키운 것처럼, 일상에서 아이의 선택에 귀 기울이고 부모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일을 깨끗이 포기하는 일은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모의 마음속에 아이가 쉴 공간을 만든다면 아이는 조금이라도 덜 힘든 고등학교 시절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바라봅니다.

  

  글 : 노워리 기자단 최성아 

책 읽기와 여행을 좋아하고 두 아들을 키우며 함께 성장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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