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교육걱정에서 일하면서 ‘진짜 배움’을 알게 되었어요 –대학생 연구원 이현우

2024-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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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에는 20대 대학생 연구원이 있다. 인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공형 자치배움터인 ‘은하수학교’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어서 전혀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교사와 교육운동활동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일 것이다. 22살의 교육운동가는 과연 어떤 포부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인터뷰를 청했다. 


권신영(이하 권) :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에게 인터뷰를 제의받고 느낌이 어떠셨나요? 

이현우(이하 이): 노워리기자단이 쓰시는 인터뷰 대상자들은 유명하신 분도 많고 다들 말씀도 잘하셔서 과연 제가 그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걸까 긴장하는 마음으로 왔습니다.


권: 지금 사범대를 휴학하고, 사교육걱정 정책대안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잖아요?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 제가 근무한 지 딱 1년이 되었어요. 첫 시작은 “청청액션”이었습니다. 청청액션은 청소년, 청년들이 같이 모여서 사교육걱정과 파트너십을 맺고 활동하는 단체이고, 거기에서 1년 정도 활동을 했습니다. 작년 2월, 그당시 대표이셨던 홍민정, 정지현 대표님께서 제게 1년 동안 상근자로 일할 생각이 있냐고 제안하셨어요. 그 과정에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제 전공이 교육학인데, 이론을 넘어 실천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어요. 대입 개편과 관련하여 평가 체제 전환 등 교육의 변화를 이끄는 경험과 우리 교육의 아픈 지점인 경쟁 교육해소에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으로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권 : 1년간 정책연구원으로 일해보시니까 어떠신가요? 

이 : 처음 생각했던 것과는 꽤 많이 달랐어요. 대입 개편 문제에 대해 열심히 하면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이 이슈에 대해 다른 목소리가 많더라고요. 결국 상대평가로 확정이 되는 과정을 보며 정책의 한 요소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깨달았어요.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법을 많이 배웠습니다. 지금까지는 학생으로 평가를 당하는 입장이므로 다른 입장을 잘 몰랐어요. 다양한 사람들과 토론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과정에 대해 더 깊숙하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권 :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은 언제일까요? 

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순간이 가장 보람 있었어요. 작년에 사교육카르텔이 이슈가 되었을 때, 학교나 공공기관에서 사교육 종사자를 연사로 초빙해 입시설명회를 개최하는 실태를 조사한 적이 있어요. 총 63건의 사례를 찾아내 보도자료를 발송하고, 교육부에 시정 요청 공문을 보냈어요. 그 후 교육부에서 사교육 연사를 초빙한 입시설명회를 금지하라는 공문을 각 지자체에 내렸어요. 직접 조사한 자료와 요구가 교육현장에 반영되는 것을 보며 교육운동이 제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효능감을 느낄 수 있어서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학생의 고통보다 어른의 필요로 정책을 결정하는 교육부


권: 힘들었던 적도 있었을 텐데요. 

이: 대입 개편 운동 결과로 인해 한동안 무기력감이 찾아왔어요. 작년에 추진했던 여러 사업들 중에서 가장 힘을 가장 많이 썼던 것이 대입제도 개편 운동이었거든요. 토론회, 시위, 집회도 많이 진행했고, 교육부 공청회에 매번 참여했고요. 공청회에서 제가 교육부 담당자에게 상대평가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어서 꼭 바뀌어야 하지 않냐고 질문했는데 그 분 대답은 ‘학생들의 고통보다 공정한 변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안을 내놓았다’라는 답변하더라고요. 학생을 중심에 놓고 정책을 펼치는 게 아니라 어른들의 입장에서 정책을 시행한다는 현실을 목격하고 마음이 정말 복잡했어요. 대입개편운동은 여기에서 낙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워 나가야 하는 영역이더라고요. 

그 외에도 제가 아직 대학생이고 교육정책을 아는 게 많지 않다 보니, 회의나 대화 중에 뒤처지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회의가 끝나면 항상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했어요. 학생 때는 주어진 공부만 하면 되잖아요. 사교육걱정에서 일하며 스스로 공부하는 법을 배워야겠더라고요. 책을 읽는 것뿐 아니라 삶 속에서 배움과 지혜를 얻고 싶어요.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부족함을 느낄 때마다 정보를 찾고 대화하면서 배우는 과정이 참 재미있더라고요. ‘진짜 배운다’는 느낌이었어요. 


권 : 현우님과 제가 만난 곳인 인천청소년자치학교 ‘은하수’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청소년자치학교 만들기에 참여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너희가 만들고 싶은 학교 찐 학교를 만들어 봐” 라는 문구가 저를 사로잡았어요. 지금 다니는 학교와 공부에 대한 아쉬움이 컸거든요. 내가 직접 만들 수 있는 학교라면 들어가서 최선을 다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권 : 자치학교에서 청소년으로 보내고, 지금은 길잡이교사로 활동하고 있잖아요. 현우님이 생각하는 ‘자치’란 무엇인가요? 

이: 어릴 때 생각했던 자치는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실제로 해보는 것, 세상에 유의미한 변화를 내 손으로 이끌어 내는 과정 자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주도적으로 활동하다 보니, 주변에 친구들이 떠나기도 했어요. 고3때 사회개혁 프로젝트를 하며 제가 주장했던 토론주제를 시작하려는 시점이었어요. 그런데 저희 팀 두 친구가 팀을 나가겠다고 말했어요. 그 이유를 들어보니 그 친구들의 욕구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더라고요. 그제서야 중요한 건 프로젝트 자체가 아니라 같이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내 의견을 표현하고 제안하는 자치에만 그쳤던 거죠. 같이 협력하며 나의 것을 내어 주고 상대방을 지원할 수 있는 영역까지가 자치인 것 같아요.

꾸준히 블로그에 기록하는 3가지 의미


권 : 네, 저도 현우 샘 의견에 동의합니다. 은하수학교 청소년들이 함께함의 가치를 깨닫는 자치를 경험했으면 좋겠어요. 

제가 평소에도 즐겨 읽는 현우님 블로그 얘기를 해 보고 싶어요. 제목이 ‘어른이의 성장일지’인데요. 블로그 기록이 주는 의미 가장 큰 의미는 뭘까요? 

이 : 제가 블로그를 처음 시작했던 게 딱 20살이 되던 해였어요. 고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내 삶을 잘 기록하지 못한 게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어떤 경험을 하든지 기록으로 남겨야 배움으로 전환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20대의 첫 발을 내딛는 시점에서 한 달에 한 번 그간의 경험을 정리해서 올리고 있어요. 


블로그 기록이 주는 의미는 3가지예요. 첫째는 ‘기록’입니다. 아카이빙을 해 놓으면 새로운 강의를 할 때나 글을 써야 할 때 블로그를 다시 찾아보거든요. 날짜별로 정리돼 있다 보니 그걸 바탕으로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는 자료창고가 돼요. 둘째로, 성찰의 시간이 됩니다. 정기적으로 올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반성하는 시간을 갖게 되더라구요. 한 달 동안 나는 어떻게 살았나, 어떤 일이 인상 깊었고, 아쉬웠나를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마지막으로 최근에 부쩍 체감하는 부분인데, 블로그를 통해 연락이 많이 오더라구요. 교육 주제의 글을 자주 기록해서인지 교육 관계자들이 연락을 주시더라구요. ‘교육감 선거권 만16세 연령 개편’에 관한 글은 조회수 365건을 기록하기도 했어요. 


권 : 아, 블로그를 보고 연락이 많이 오는군요. 그런 경험은 교육현장과 직접적인 ‘연결’로 작용하겠어요. 

이 : 그렇죠. 물론 연락 중 절반은 광고나 마케팅용 댓글이지만요. 나머지 절반은 연결을 원하는 연락이더라구요. 얼마 전에 주관했던 전국자치배움터 컨퍼런스에 참여하신 분들도 행사 후에 블로그를 통해서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블로그를 통해 연결될 수 있다는 걸 절감했어요. 


전국에서 200명이 모이는 행사를 기획하다


권 : 전국자치배움터 컨퍼런스의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죠? 지난 여름에 하기로 한 행사가 연기되면서 결국 겨울에 열렸잖아요. 이 과정을 거치면서 남다른 소회가 있을 거 같아요. 

이 : 우리나라 청소년 자치 배움터가 조사해보니까 전국적으로 17개 정도가 있더라고요. 지역에서 각자도생하다보니 연결고리도 없고 공통 연구도 없는 상황이 아쉬웠어요. 자치 배움터의 발전을 위해서 연대의 필요성을 느꼈고, 전국자치배움터를 하나로 모으는 컨퍼런스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6개월이나 연기되면서 지난 겨울에 개최하게 되었어요. 과정을 모두 마치고나니 우선 ‘드디어 끝났다’라는 안도감이 들더라고요. 준비하는 인력이 20명 정도였는데, 200여 명이 참여하는 행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주관하다 보니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쏟았어요. 다 마쳤을 때는 해방감은 물론이고 뿌듯함이 엄청나더라고요. 참석하신 분들과 많은 토론과 대화를 하면서 전국네트워크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 이 조직을 어떻게 지속할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권 : 현우님의 블로그에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표현이 자주 눈에 띄더라구요. 지금 가장 선택해서 집중하고 싶은 일은 뭔가요?

이 : 지금까지는 깊이 고민하고 미래를 설정했다기보다 재미있어 보이는 것을 선택했어요. 돌아보면 전문성과 깊이가 부족했더라고요. 앞으로는 무엇을 선택하고 집중할까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교육 정책’으로 좁혀졌어요. 그동안은 정말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었어요. 환경, 글쓰기, 음악 등 여러 활동을 했는데, 앞으로 미래를 위해 정말 하고 싶은 일은 교육 정책과 관련한 일이예요.


여기에는 사교육걱정에서 경험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여러 가지 방법이 있잖아요. 제가 교사가 되어 공교육에서 활동할 수도 있고, 자치배움터인 은하수학교에 에너지를 쏟을 수도 있을 텐데, 가장 근본적으로는 교육 전체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정책을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정책과 관련한 활동을 다양하게 경험해 보고, 책도 더 많이 읽으면서 공부해 나가야죠.

권 : 2024년 계획은 무엇인가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이 : 올해는 일단 6월에 군대에 갈 예정이에요. 4월까지 사교육걱정에서 남은 시간을 열심히 일할 거고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른 나라 교육현장을 탐방하기 위한 여행도 해보고 싶습니다. 

이 인터뷰기사를 읽고 계신 분이라면 사교육걱정을 애정하시는 분들이실 거예요. 조금 더 같이 힘을 모아서 나아가자는 말을 꼭 드리고 싶어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교육시민운동 단체로서 제 역할을 하려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이 가장 중요해요. 사교육걱정에서 개최하는 여러 가지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습니다.

 

‘찐학교’를 만들고 싶어서 자치배움터를 찾았던 고등학생이 교육문제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청년으로 성장한 스토리를 듣고 있노라니, 앞으로 그의 활약이 더욱 기대되었다. 교육의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그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우리도 각자 속해 있는 교육현장에서 해야 할 일을 더 열심히 해 나가야겠다. 교육정책가를 꿈꾸는 이현우 님을 열렬히 응원하면서!


■ 글. 노워리기자단 권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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