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중2딸, 초4아들 교육에 대해 주변 조언들로 중심이 안잡혀요.

상담넷
2020-10-20
조회수 2692

Q. 외국에서 거의 10년을 살다 귀국한 중2딸과 초4 아들을 키우고 있어요.

저에게는 아이들 교육에 대한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로 일찍 재우기 입니다. 외국에 있을때는 8시반에서 9시 정도 되면 각자 방으로 보내 잠들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어요. 누워서 책 읽다가 자거나 아님 조용한 활동 그림그리기 정도 허락하다보니, 늦어도 9시반에는 방에 불이 꺼지도록 했습니다.


두번째로는 학습을 위한 사교육은 보내지 않는다는 겁니다. 대신 ebs는 맹신 수준이라 여러 강좌을 내 학습방에 담아서 아이들에게 보라고 하고 같이 보기도 하죠.


그런데 귀국하자마자 깨졌어요. 이사짐이 오기전 친정에 머무르다보니 티비만 주구장창 보더니 우리집으로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어요. 결국 취침 시간이 10시정도까지로 늦어졌지요.


두번째로 영어를 잊어버릴까봐 한국말 잘 못하는 100프로 원어민 선생님 수업으로 진행되는 학원만 보냈습니다. 그외에는 사교육을 보내지 않고 작은애가 하고 싶어하는 방과후 운동이랑 컴퓨터 정도로만 시켰습니다. 그런데 작은아이가 영어학원 숙제를 너무 힘들어 합니다. 학교숙제는 해야 하는거 맞지만 학원은 그냥가서 공부만 하고 오면 되는거 아니냐고 투덜거려 관뒀습니다. 학원을 그만두었더니, 주변에서 숙제하는 습관을 들이면 아이들은 당연하게 여기며 적응할텐데 아직 습관이 안들어서 힘들어하는 거라며 더 안타까워합니다.

ebs로는 소용없고 수학도 학원을 보내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첫째인 중2의 경우 학원다녀와 숙제하고 하면 12시가 넘는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뇌교육, 창의수학, 사고력수학 등을 해야 아이들에게 내공이 쌓인다고도 합니다.


친한 동네 지인은 아이가 밤 10시정도 되서 잠이들면 화가 난답니다.  다른애들은 이시간에 학원서 다녀와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데, 10시부터 자려고 하면 속에서 화가 치밀어올라온다고 해요. 그래서 적응하라며 공부 안하더라도 11시까지만 버텨 보라고 한답니다.


저는 이제껏 시험점수로 아이를 평가하지 않고 느긋했는데 주변에서 많은 분들이 아이 망치고 있다고 하니 걱정이 시작되었어요. 아무튼 저의 이런 신조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주위에선 저를 답답하게 생각하는것 같아요. 국어는 언제시킬거냐 중2 정도라면 고등수학해야 고등학교때 따라갈 수 있다고 합니다.


ebs와 학교 교육을 맹신하는 저의 이런신조 답답한 건가요? 많이 혼란스럽네요. 주변에서 너무 뭐라하니 중심을 못잡겠어요.



A. 10년이란 긴 시간을 외국에서 생활하시다 돌아오시니 모든 부분에 있어 어려움도 크고 혼란스러우시리라 생각됩니다. 특히 중요하게 생각해오던 부분들이 흔들리면 더 힘드실테구요. 하지만 이 혼란스러움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니, 너무 어렵게만 생각하지 마시고 하나씩 검토해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합니다. 상담넷과 고민을 주고받는 이 시간이 이 어려움과 혼란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실 수 있는 계기가 되셨으면 합니다.


먼저 어머니께서 신조라고 말씀하신 부분에 대해 궁금합니다.

왜 아이의 잠드는 시간이 첫번째 원칙이 되었을까요?

그리고 학습을 위한 사교육은 보내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ebs를 맹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외국에서 10년이란 시간을 보내셨으니 계셨던 그 나라 문화에 영향을 받으셨을 수도 있고 아니면 장소의 문제가 아닌 어머니 개인 소신의 문제인지도 한 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초4, 중2 아이들의 잠자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주어진 상황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몇 시부터 몇 시까지이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이야기하는 분들 각각의 경우도 아마 다 다를 것입니다. 물론 학원 다니는 아이들은 학원을 갔다 오는 시간과 주어진 과제를 해내야 하다보니 그만큼 잠자는 시간이 늦어질 경우가 많겠죠. 하지만 주변 친구들이 몇 시에 잔다고 하여 우리 아이가 그 시간에 맞출 필요는 없다 생각됩니다. 이 부분은 아이가 자신이 해야 할 것의 여부에 따라 주변 분들이 이야기하는 시간보다 일찍 잘 수도 있고, 더 늦게 잘 수도 있다고 봅니다. 중2이니, 초4이니 몇 시에 자야한다는 물리적인 시간에 매이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이니 건강등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은 맞아요.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아이들이 학교를 다녀온 이후 자신들에게 주어진 몫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것을 어떻게 행하였느냐가 중요한 것이겠죠.


그리고 사교육의 경우도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꼭 다녀야 하는 것도 꼭 다니지 말아야 하는 것도 아니라 생각됩니다. 다시 말씀드려 갈 수도,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아이의 공부에 있어 학교 공부 외에 다른 도움이 필요한 상황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먼저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다양합니다. 학원이 될 수도 있고, EBS가 될 수도 있고,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역시 아이의 상황을 잘 보셔야겠지요.


주변 분들이 학원에서 내어주는 숙제를 참아가며 꾸준히 진행하다 보면 아이들에게 습관이 만들어진다고 하셨는데 습관이 만들어지는 동안 아이들의 고충은 무척 크리라 생각됩니다. 이 과정을 겪는 동안 부모님들의 바람처럼 공부에 적응해가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공부와 점점 멀어지는 경우의 아이들도 많습니다. 학원 숙제로 힘들어하는 둘째 아이의 학원을 관두신 것은 일단 잘하신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영어를 잊지 않고 계속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힘든 숙제를 내어주는 학원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공부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들의 생각대로 밀어붙여도 안 되고, 그렇다고 무턱대고 그냥 두어도 안 됩니다. 공부에 대해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어보고 아이가 원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학교 공부입니다. 학원이든, EBS이건, 개인 도움이던 이 모든 것의 전제는 학교 공부가 얼마나 되고 있으며, 학교에서 공부한 것을 얼마나 자기 것으로 만들었느냐입니다. 학교에서의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복습 과정 없이 EBS나 학원에 의존하는 공부는 좀 과하게 말해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니 현재 아이들이 학교 공부를 어떻게 하고 있고, 그것을 얼마나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이후 아이들의 공부를 위해서 더 도움이 필요하다면 어느 방법을 선택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 순서가 되겠지요. 물론 이 부분도 아이들이 원하는 경우에 말이죠.


주변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습관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참아내면서 하는것만이 공부가 되는 것도, 좋은 습관이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라 생각됩니다. 다만 지금 한국에서의 아이들이 처한 현실이 사교육, 특히 학원으로 많이 내몰리다 보니 대부분 부모님들은 그 방법을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100명의 아이들에게는 각자에게 맞는 공부 방법이 있고, 가장 적합한 학습자원 활용도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주변 분들의 조언은 그야말로 그분들의 기준에서 하는 조언이라 생각하시고, 이를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고는 어머님과 중2, 초4인 아이들이 선택하면 어떨까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 제가 앞에서 드린 이야기를 읽으시면서 좀 답답하지 않으셨나요? 잠자는 시간도 학원에 관한 이야기도 공부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아이의 상황을 보라는 이야기를 해서요. 그런데 저는 반대로 어머니의 상담글을 읽으면서 이 고민은 분명 아이들에 대한 고민인데 아이들이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한 가지 알 수 있었던 것은 둘째 아이가 영어 학원의 숙제가 힘들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해서 관둔 상태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빼고는 아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씀드려 아이들 문제의 주체는 부모도, 주변 사람들도 아닌 아이들이어야 하는데 아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만들어주고 싶은 학습에 대한 습관이나 생활 습관은 중요하긴 하지만 아이들의 생각 없이 부모 뜻대로 억지로 끌고 가다 보면 득보다는 실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의 감정은 부정적으로 쌓이고, 그 습관이 부모의 영향을 벗어나는 순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어떤 행동이건 자신의 생각과 판단, 의지에 따라 선택되고 행해져야 계속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요?


어머니께서도 경험하신 것 같습니다. 귀국해서 친정에 계실 때 아이들의 잠자는 시간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을요. 이렇게 아이들의 생각이 반영되지 않은 결정은 결국 언젠가는 아이들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고민하시는 부분에 있어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어보시고, 아이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먼저라 봅니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잠자는 시간을 어떻게 하고 싶은지.......

그리고 공부에 있어서도 학교 공부는 어떻게 되고 있고, 이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학교 공부를 위해서이건 다른 이유에서이건 학교 공부외의 다른 방법으로 공부에 도음을 받고 싶은지......

이러한 부분을 포함해 아이들과 관련된 부분의 선택기준은 엄마도, 아빠도, 주변 사람들도 아닌 ‘내 아이’어야 합니다. 내 아이 삶의 주인은 아이 자신입니다. 내 아이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잘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부모들은 아이들의 그 힘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합니다.


우리 부모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 해야 하는 것은 아이가 갖추었으면 하는 가치나 원칙이 있다면 우리 부모들부터 그 가치와 원칙에 부합한 삶을 살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우리 아이들은 부모들의 이러한 모습을 보고 배우게 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부모는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게 말로만 하는 것은 결국 잔소리라는 메아리로만 남겠지요.


그리고 주변 분들이 하는 조언은 그야말로 참고용입니다. 다 거부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 수용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머니와 아이들의 상황을 잘 고려해서 도움되는 이야기만 지혜롭게 받아들이시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에 대한 어머니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눠보시고, 무엇보다 아이들은 고민이 없는지 잘 들어주시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꼭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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