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이런 문제를 상담하게 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너무 답답해서 상담넷의 문을 두드립니다.
고2인 남학생으로 운동보다는 책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정적인 아이입니다. 자기 앞가림을 잘해서 이제껏 준비물이나 숙제를 따로 신경 쓰지 않고 키웠습니다. 저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오래된 회원이기도 해서, 학원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아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키웠습니다. 타고난 기질이나 성장 환경으로 인해 사회성이 부족해서 오히려 그 부분에 초점을 많이 맞추었지요. 인성과 사회성에 가장 많은 중점을 두고 키웠지만, 고2가 된 지금 저희 아이는 공부는 잘하지만, 친구도 별로 없고, 예민하고, 세상을 서열화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로 컸습니다. 볼 때마다, 얘기를 나눌 때마다 걱정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최근에 가장 염려되는 것은 끼니를 전혀 챙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살뜰히 아이를 보살피는 성격이 못돼서 그동안은 '배고프면 먹겠지'라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생각한 것도 있었고, 또 아이가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주중에 학교에서 삼시세끼를 잘 먹겠거니 했는데, 아이가 의자에서 일어서다가 주저앉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란 이후에 세심하게 관찰하니 주말에 집에 왔을 때 거의 하루에 한 끼 정도밖에 먹지 않습니다. 마라탕이나 피자 같은 외식을 시켜주어도 먹는 양이 적고, 가정식으로 주면, 젓가락질 다섯 번이면 식사가 끝납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먹는 급식 양도 무척 적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아이는 키도 작고 매우 마른 편입니다. 아이의 건강에 관해서 얘기할 때마다, 혹은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물어볼 때마다 아이의 대답은 짧고 귀찮아하며 짜증을 냅니다.
엄마가 네 건강이 걱정되어서 그래. 영양제라도 먹을래? 라고 하면
그런 영양제가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대봐. 엄마가 보는 거 다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거야 라며 일축해 버립니다. 애 키우는데 박사 논문이라도 들이밀어야 말이 먹히는 걸까요?
종일 커피나 마시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아이를 보며, 육아에 대한 허탈함, 부모로서의 무력감, 그리고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안녕하세요? 어머님께서 육아의 허탈함, 부모로서의 무력감, 건강에 대한 염려를 말씀하셨네요.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먼저 육아에 대한 허탈함은, 어머님이 아이를 키우시면서 중점을 둔 '인성과 사회성'이 고2가 된 지금 크게 달라지지 않고 성장했다고 느끼시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 같아요. 보내주신 사연만으로는 아이의 인성이나 사회성이 염려할 만한 것인지 드러나지 않기도 하고, 과연 아이의 인성과 사회성이 정말 우려할 정도일까? 하는 의구심도 살짝 듭니다. 아이는 자기 생활에 대한 관리를 잘하고 자기 의지가 강한 성격으로 보이거든요. 아마 계획적이고 자신과 타인에게도 기준이 엄격한 아이기 아닐까 싶어요. 반면, 어머님이 원하는 아이의 상은 '원만하고 둥글둥글한 아이'인 것 같습니다. 친구가 별로 없다고 하셨지만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고, 서열화된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고 걱정하시지만, 아직 성인이 아니고 입시에 가장 예민한 시기이니 조금 너그럽게
'지금은 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또 더 세상을 겪다 보면 다르게 깨닫는 것도 있을 거야'
라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면 어떨까요?
아마 자기 기준이 높고, 그걸 맞추기 위해 아이는 몹시 노력하느라 힘이 드는데, 어머님이 그에 대한 칭찬이나 격려보다는 어머님의 가치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서운함을 느끼고 뾰족해진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어머님의 글에서, 남들이 다 학습을 중요시할 때 나는 꿋꿋하게 아이의 인성과 사회성에 초점을 맞추고 키웠다고 하시는 것으로 보아, 아이는 현실적인 성향이고 어머님은 가치 지향적이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기질에서 좋고 나쁜 것은 없습니다. 예민한 아이는 섬세하고, 무던한 아이는 부드럽습니다. 어머님은 아이가 '근거를 대라'고 하는 대꾸가 어이없으시겠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서 항상 '근거가 뭐지?'라고 생각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지금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큰 것 아닐까요? 어머님이 학습에 크게 공을 들이지도 않으셨는데 말이지요.
부모로서의 무력감은 아이가 성장할수록 부모가 아이에게 개입할 부분이 적어지고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커지는 감정이지요. 자녀가 정서적 독립이 시작되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많은 부모님이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해요. 아이의 성장 단계별로 부모의 역할이 달라져야 자녀가 온전한 성인으로 독립하게 되는 것이라고 해요. 육아의 최종 목표는 '아이의 독립'이라고 합니다. 내가 키운 아이가 이제 잘 자라서 어른으로서 독립할 준비를 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이시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건강에 대한 염려는 부모로서 당연하지요. 그러나 이조차 본인이 깨닫거나 필요성을 인식해야 챙길 수 있는 부분이고 옆에서 이야기한다고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잔소리로 여기며 짜증만 생기고 관계만 더 나빠질 수 있거든요. 특히, 학습에 예민하고 성취욕과 책임감을 가진 아이들이 대체로 배가 부른 상태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배가 부르면 졸리니까요.
이런 경우에, 자꾸 먹는 문제로 부딪치기보다는 아이의 예민함을 완화해 주는 다른 방법을 찾아서 우회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 방의 침구를 부드럽고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서 쾌적함을 느끼게 해준다거나
-족욕이나 발 마사지를 유도하거나
-방에 좋은 향이 나게 하거나
-식구끼리 거실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음식 냄새가 나게 하거나
하는 것들 말이지요.
십 대 후반이라면 이제는 아이를 잘 보살피는 양육보다 아이를 인정해 주고 존중하며 동등한 성인으로 대할 준비를 해야 하는 때일지도 모릅니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예민한 아이를 키우시면서 많은 공을 들이신 것이 느껴집니다. 어머님의 그런 애정을 아이도 느끼고 잘 성장하는 중일 것입니다. 아이의 건강 상태가 선생님이나 이웃들의 눈에도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면, 아이의 예민하고 긴장된 마음을 편하게 대해주시는 것으로 시도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상담넷의 문을 두드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Q. 이런 문제를 상담하게 될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너무 답답해서 상담넷의 문을 두드립니다.
고2인 남학생으로 운동보다는 책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정적인 아이입니다. 자기 앞가림을 잘해서 이제껏 준비물이나 숙제를 따로 신경 쓰지 않고 키웠습니다. 저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오래된 회원이기도 해서, 학원을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아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키웠습니다. 타고난 기질이나 성장 환경으로 인해 사회성이 부족해서 오히려 그 부분에 초점을 많이 맞추었지요. 인성과 사회성에 가장 많은 중점을 두고 키웠지만, 고2가 된 지금 저희 아이는 공부는 잘하지만, 친구도 별로 없고, 예민하고, 세상을 서열화된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이로 컸습니다. 볼 때마다, 얘기를 나눌 때마다 걱정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최근에 가장 염려되는 것은 끼니를 전혀 챙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살뜰히 아이를 보살피는 성격이 못돼서 그동안은 '배고프면 먹겠지'라는 마음으로 느긋하게 생각한 것도 있었고, 또 아이가 기숙사 생활을 하기에 주중에 학교에서 삼시세끼를 잘 먹겠거니 했는데, 아이가 의자에서 일어서다가 주저앉는 것을 보고 몹시 놀란 이후에 세심하게 관찰하니 주말에 집에 왔을 때 거의 하루에 한 끼 정도밖에 먹지 않습니다. 마라탕이나 피자 같은 외식을 시켜주어도 먹는 양이 적고, 가정식으로 주면, 젓가락질 다섯 번이면 식사가 끝납니다. 아마도 학교에서 먹는 급식 양도 무척 적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아이는 키도 작고 매우 마른 편입니다. 아이의 건강에 관해서 얘기할 때마다, 혹은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물어볼 때마다 아이의 대답은 짧고 귀찮아하며 짜증을 냅니다.
엄마가 네 건강이 걱정되어서 그래. 영양제라도 먹을래? 라고 하면
그런 영양제가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대봐. 엄마가 보는 거 다 인터넷에 떠도는 근거 없는 거야 라며 일축해 버립니다. 애 키우는데 박사 논문이라도 들이밀어야 말이 먹히는 걸까요?
종일 커피나 마시며 겨우 연명하고 있는 아이를 보며, 육아에 대한 허탈함, 부모로서의 무력감, 그리고 건강에 대한 염려가 많이 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안녕하세요? 어머님께서 육아의 허탈함, 부모로서의 무력감, 건강에 대한 염려를 말씀하셨네요.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것 같습니다.
먼저 육아에 대한 허탈함은, 어머님이 아이를 키우시면서 중점을 둔 '인성과 사회성'이 고2가 된 지금 크게 달라지지 않고 성장했다고 느끼시는 것으로부터 오는 것 같아요. 보내주신 사연만으로는 아이의 인성이나 사회성이 염려할 만한 것인지 드러나지 않기도 하고, 과연 아이의 인성과 사회성이 정말 우려할 정도일까? 하는 의구심도 살짝 듭니다. 아이는 자기 생활에 대한 관리를 잘하고 자기 의지가 강한 성격으로 보이거든요. 아마 계획적이고 자신과 타인에게도 기준이 엄격한 아이기 아닐까 싶어요. 반면, 어머님이 원하는 아이의 상은 '원만하고 둥글둥글한 아이'인 것 같습니다. 친구가 별로 없다고 하셨지만 하나도 없는 것이 아니고, 서열화된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고 걱정하시지만, 아직 성인이 아니고 입시에 가장 예민한 시기이니 조금 너그럽게
'지금은 네가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또 더 세상을 겪다 보면 다르게 깨닫는 것도 있을 거야'
라는 마음으로 바라봐 주시면 어떨까요?
아마 자기 기준이 높고, 그걸 맞추기 위해 아이는 몹시 노력하느라 힘이 드는데, 어머님이 그에 대한 칭찬이나 격려보다는 어머님의 가치관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서운함을 느끼고 뾰족해진 것은 아닐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봅니다. 어머님의 글에서, 남들이 다 학습을 중요시할 때 나는 꿋꿋하게 아이의 인성과 사회성에 초점을 맞추고 키웠다고 하시는 것으로 보아, 아이는 현실적인 성향이고 어머님은 가치 지향적이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추측을 해보았습니다.
기질에서 좋고 나쁜 것은 없습니다. 예민한 아이는 섬세하고, 무던한 아이는 부드럽습니다. 어머님은 아이가 '근거를 대라'고 하는 대꾸가 어이없으시겠지만, 어떤 사안에 대해서 항상 '근거가 뭐지?'라고 생각하는 아이이기 때문에 지금 공부를 잘하는 아이로 큰 것 아닐까요? 어머님이 학습에 크게 공을 들이지도 않으셨는데 말이지요.
부모로서의 무력감은 아이가 성장할수록 부모가 아이에게 개입할 부분이 적어지고 영향이 미치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커지는 감정이지요. 자녀가 정서적 독립이 시작되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많은 부모님이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해요. 아이의 성장 단계별로 부모의 역할이 달라져야 자녀가 온전한 성인으로 독립하게 되는 것이라고 해요. 육아의 최종 목표는 '아이의 독립'이라고 합니다. 내가 키운 아이가 이제 잘 자라서 어른으로서 독립할 준비를 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이시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건강에 대한 염려는 부모로서 당연하지요. 그러나 이조차 본인이 깨닫거나 필요성을 인식해야 챙길 수 있는 부분이고 옆에서 이야기한다고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잔소리로 여기며 짜증만 생기고 관계만 더 나빠질 수 있거든요. 특히, 학습에 예민하고 성취욕과 책임감을 가진 아이들이 대체로 배가 부른 상태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배가 부르면 졸리니까요.
이런 경우에, 자꾸 먹는 문제로 부딪치기보다는 아이의 예민함을 완화해 주는 다른 방법을 찾아서 우회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 방의 침구를 부드럽고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서 쾌적함을 느끼게 해준다거나
-족욕이나 발 마사지를 유도하거나
-방에 좋은 향이 나게 하거나
-식구끼리 거실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음식 냄새가 나게 하거나
하는 것들 말이지요.
십 대 후반이라면 이제는 아이를 잘 보살피는 양육보다 아이를 인정해 주고 존중하며 동등한 성인으로 대할 준비를 해야 하는 때일지도 모릅니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예민한 아이를 키우시면서 많은 공을 들이신 것이 느껴집니다. 어머님의 그런 애정을 아이도 느끼고 잘 성장하는 중일 것입니다. 아이의 건강 상태가 선생님이나 이웃들의 눈에도 심각한 정도가 아니라면, 아이의 예민하고 긴장된 마음을 편하게 대해주시는 것으로 시도해 보시면 어떨까 합니다.
상담넷의 문을 두드려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