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학습초등5학년 성적 상위권인데, 심화학습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0-05-21
조회수 2220

Q. 학교 수학 성적 상위권인 딸을 키우고 있어요. 특목고를 보낼 목적은 아니라서 선행 학습은 하고 있지 않지만, 집에서 공부하다 보니 왠지 불안합니다. 더 깊이 있는 심화 과정을 공부해야 하나 고민이에요. 챌린지 경시문제를 다 풀고 요즘은 점프왕수학 왕문제를 하루에 10문제 정도 풀고 있는데 수학 공부 시간을 더 늘려야 되는 건 아닌지, 특목고 목적이 아니라면 이정도로만 해도 괜찮은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A.

혼자서 공부하다 보면 지금 이 정도면 괜찮은지, 내가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하고 불안할 때가 있죠. 기준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평가에서도 기준이 있습니다. 학습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를 보여주는 절대평가와 목표도달 여부와 상관없이 학생이 속한 집단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를 알려주는 상대가평가가 있지요. 두 평가 모두 장단점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부에 있어서도 내가 어느 정도 하는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지요. 이론적으로 학생이 속한 학년의 수학을 잘 이해했다면 다음 학년, 그리고 그 다음 학년에도 수학을 잘 하게 돼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려 앞서 가는 것보다 현재 수학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다른 학생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에 관심을 가질 때 생깁니다. 다른 학생과 비교할 때는 사실상 기준이 없어지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학생마다 실력, 선행정도, 환경 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학생이 공부를 잘 한다고 할 때 두 가지 학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 심리로 열심히 해서 우수한 성적이 나오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는 늘 다른 학생이 어떻게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지 않으려고 애쓰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자신보다 앞서갈까 또는 뒤처지지 않을까 늘 불안해 합니다.


반면, 다른 사람과의 비교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때도 다른 사람과의 수준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을 순 없습니다. 그러나 이때의 다른 사람과의 차이는 단순한 참고 자료일 뿐이죠.


문제는 두 학생의 학습 동기, 방식에 따라 생활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전자의 학생은 지나친 경쟁 심리에 빠질 수 있어 늘 경쟁심이 학습 동기가 돼 다른 사람을 경쟁자로 보게 됩니다. 앞서가기 위해 수단을 앞세우게 됩니다. 그리고 늘 주변을 인식해야 하므로 불안하고 긴장하게 되죠. 학생 중에 자신의 공부에만 신경 쓰고 남을 돕는 것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후자의 학생은 동기가 학습 자체에 있으므로 경쟁이 크게 의미가 없습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이 나오면 그것으로 만족하고 나쁘면 더 열심히 하는 것이지요. 공부 잘 하는 학생들 중에 다른 학생을 잘 도와주는 학생에 해당됩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해야하는지는 교육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절대적 기준이 있을 수 없습니다. 더 잘 하고 싶다면 더 해야하는 것이고 지금이 만족스럽다면 지금의 수준을 유지하면 되고 지금이 과분하다면 좀 더 여유를 누리면 될 것 같아요. 지금 상위권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좀더 잘 하길(최상위?, 0.1%) 원하시면 더 열심히 해야 하겠죠.

 

그런데 수학을 왜 공부하는지, 그래서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가 분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수학을 공부하는 동기가 결과와 다른 학생과의 비교에서 온다면 꾸준히 잘 하기 어렵습니다. 그러한 동기로는 학습량이 늘어나고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지면 수학에 대한 거부감으로 쉽게 바뀝니다. 이때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따라서 얼마나 앞서 가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동기로’, ‘즐겁게 하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학습량을 늘릴지 말지를 부모의 입장에서만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많은 부모님들이 단순한 외적 처방의 방식으로 학습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학생의 동기가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대화를 나누면서 따님의 생각을 알아보고 이해하고 격려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선행 학습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잘 하시고 있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선행 학습을 열심히 잘 하던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고2 때 한계에 부딪힙니다. 이 한계는 이미 예정된 것입니다. 고 2부터는 단순한 풀이 방법만으로는 문제를 풀 수 없을 만큼 난이도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선행학습보다는 해당 학년의 내용을 원리와 풀이 방법을 모두 충실히 공부한 학생이 결국 수학을 끝까지 잘 할 수 있습니다. 원리는 어떻게 배울 수 있을까요? 원리는 스스로 찾을 때 가장 효과적입니다. 원리 자체를 가르치면 배우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알고리즘이 됩니다. 스스로 고민해 보고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 수학의 정석입니다. 또한 한번 기초가 잡히면 수학만큼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일정한 점수가 나올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선행 학습과 다른 심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심화문제는 2가지 이유 때문에 어려운 문제입니다. 첫째, 해당 내용의 원리를 알아야 풀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원리를 응용해야 하므로 단순 풀이에 익숙한 학생은 개념을 다시 파악해야 합니다. 둘째, 다음 학년의 내용이 포함되어 어려운 경우다. 실지로 많은 고난도 문제집이 이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에 말한 창의력 수학도 이 경우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심화문제를 잘 푸는 학생은 다음 학년에서도 수학을 잘 하게 돼 있습니다. 이는 당연한 것입니다. 왜? 이는 위 첫째, 둘째 이유를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원리를 알아야 풀 수 있으니 원리를 공부한 경우 다음 학년에서도 잘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심화 문제가 다음 학년의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으니 지금 잘 풀면 올라가서도 잘 푸는 것입니다.


심화문제가 아닌 경우 단순한 풀이 방법만을 익혀서도 풀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력이 된다면 푸는 것이 좋습니다. 100M를 10초에 뛸 수 있는 선수에게 15초에 뛰는 연습을 시킬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15초에 뛰는 선수에게 10초에 뛰는 방법을 적용한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14초, 13초에 뛰는 방법을 차례로 연습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따라서 기본 문제(보통 일반 문제집 B스텝 정도) 90점 정도가 나오지 않으면 아주 어려운 문제집은 오히려 학습 효율,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실제 많은 학생이 주변에서 어려운 문제집 푼다고 같은 문제집을 사서 푸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학교 시험문제는 변별력을 위해 심화 문제를 섞어서 냅니다. 따라서 기본을 충실히 한 뒤 심화 문제를 연습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문제집을 푸는 것보다 한 문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포기하지 않고 풀고 틀린 것을 다시 풀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왜 그런지 생각해 보는 연습이 필요한데 예를 들면, 많은 학생들이 문제가 틀리면 그 문제를 처음부터 다시 푼다는 것입니다.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이는 자동차가 고장났다고 모든 부품을 처음부터 분해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존에 푼 과정에서 어디가 틀렸는지? 왜 틀렸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를 위해 풀이 과정을 암산으로 하지 말고 답안지처럼 쭈욱 연습장에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틀린 문제를 다시 공부할 때는 그 문제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풀이 과정이 공부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실력을 갖췄다면 심화 문제를 푸는 것을 권합니다. 왜? 학교 시험 문제는 만만하지 않으니까요. 쉬운 문제만 익숙해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먼저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마치 건물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1층의 콘크리트가 굳은 후 2층에 시멘트를 부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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