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학습초3, 수학에 슬슬 신경을 써야 할것 같은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2020-05-21
조회수 2203

Q.

초3인 첫재딸은 자기 주장과 의견이 분명하고 독립적이고 야무진 아이입니다. 학교생활은 잘하고 있는데 놀기를 너무 좋아해서 저학년때까지는 무조건 노는 것이 좋겠다싶어 학습지도 안하고 학원도 안보내고 아이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있어요.

학교수업에만 충실하고 숙제만 잘해가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제가 볼때는 개념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서 기본적인 교과과정은 잘 따라가고 있는것 같은데 문제는 이번 기말고사가 서술형평가 위주로 나온다고 해서 10일 정도 전과로 복습을 시켰더니 20문제 중 6개를 아예 못풀었다는 거예요. 너무 어려웠다고 활짝 웃으며....

수학 학습지를 시킨 적도 없는데 수학공부가 어렵고 싫다는 말을 자주 해요.

아마 시험 공부할때 엄마의 짜증나고 화난 모습을 보아서 그런건 아닐까하는 생각에 제 탓 같기도 해요. 시험성적이나 학습에 여유있는 엄마이고 싶었는데 참 어렵네요.


기본적인 실력은 있고 워낙 일상생활에서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난 아이라서 제가 너무 방심했나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처럼 사교육으로 아이를 가르치고 싶지는 않아요. 핀란드교과서 구입해 조금씩 하고 있다가 한동안 쉬었는데 다시 매일 시켜볼까합니다. 하지만 엄마랑 하는거 힘들다고 해서 이것도 나은 방법이 아닌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A.

‘시험 성적이나 학습에 여유 있는 엄마이고 싶었는데 참 어렵다.’라는 말씀에서 아마도 이 부분이 가장 힘든 지점이 아닐까? 하고 짐작해 보았습니다. 그 ‘어렵다’는 말 속에서 ‘아이가 수학공부가 어렵고 힘든 것도 내가 짜증을 내고 화를 내서 그런 건 아닐까? 내가 제대로 공부를 안 시킨 탓이 아닐까?’ 하는 여러 가지 걱정과 고민을 하실 어머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많은 어머님들이 아이들을 여유롭고 관대하며 넘치는 사랑으로 키우고 싶어 하십니다. 하지만 현실엔 장벽이 너무도 많지요. 어머님을 여유롭지 못하게 만드는 그 마음은 대체 뭘까요? 20문제 중에 6문제를 풀지를 못했는데도 활짝 웃는 따님을 똑같이 활짝 웃으며 대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 마음이 도대체 뭘까요?

 

이유는 여러 가지겠죠. 앞으로 이어질 수학 학습에 대한 불안감일 수 도 있을 겁니다. 타인의 시선이 신경 쓰일 수도 있겠지요. 때가 되면 잘 할 거라는 어머님 마음 속 믿음이 빗겨나간 아픔 일 수도 있을 겁니다. 앞으로 아이가 살아 갈 세상에 대한 걱정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를 낳는 순간 그러니까 부모가 되는 그 순간부터 우리를 따라 다니는 ‘걱정’이라는 놈 때문에 우리는 매순간 불안합니다. 걱정을 걱정해서 없앨 수 있을 것 같으면 내가 걱정도 않겠다는 말이 있지요.^^;; 아이에게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 때문이 아닐까? 내가 뭔가 변하면 달라지지 않을까? 라는 걱정은 엄마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단 걱정은 잠시 내려놓으시고 아이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시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가 어떤 방법으로 공부하기를 원하는지 한 번 물어봐 주세요. 자기주장과 의견이 분명하고 독립적인 아이라고 하셨으니 어머님께서 잘 들어 주시기만 하시면 대화가 쉽게 이어지리라 기대됩니다. **이는 수학공부를 어떻게 하고 싶니? 수학 공부하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뭔지, 수학이 싫다면 왜 싫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번 나눠 보시는 겁니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 지금 어머님께서 하시는 고민이 조금 더 구체화 될 것입니다. 아이가 수학에 대해서 싫어하는 부분,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도 알게 되겠지만 반면에 이런 것은 좋고 재미있더라 하는 것도 아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 생각은 이러이러해~ 라는 식의 이야기는 잠시 내려놓으시고 아이의 생각을 많이 들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건 아주 힘든 일이기 때문에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마음속으로 아~주 아~주 여러 번 다짐을 해 놓으셔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런 다음에 아이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독서와 언어 능력이 모든 학습의 기초이므로 독서에 집중하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이유 때문에 지금 초등학교 3학년 아이에게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요하면 이것 자체로 또 하나의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지금까지 책을 잘 읽어 오고 있다면 지금처럼 계속 하시면 되겠습니다. 아이와 독서가 왜 필요한 활동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 보시면 좋겠습니다.

 

독서라는 것이 사실 누군가의 생각을 글로 읽는 일이잖아요. 대화를 한다는 것도 독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려면 일단 집중해서 들어야 하니까 듣기 훈련도 됩니다. (하지만 초등 저학년에게는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듣기 보다는 내 생각을 이야기 하고 싶어 하지요.) 들으면서 생각하고 정리해서 말을 하게 되겠지요. 수학문제를 아이가 눈으로 읽지 않고 소리 내어 읽거나 엄마가 읽어 주면 더 잘 푸는 경우가 아마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어릴 때부터 주입식 교육을 받아온 우리는 수학이라는 과목은 꼭 누군가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가 읽어 보고, 생각해 본 다음 스스로 터득해서 엄마에게 설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추천 드리고 싶은 방법은 아이에게 설명을 해 보게 하는 방법입니다만 이것도 아이의 성향을 고려해서 시도해보셔야 할 것 같긴 합니다. 저희 집의 경우엔 큰 아이는 이것을 아주 즐기는 반면 둘째는 힘들어 하더라구요.

 

‘어머님이 보실 때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고 기본적인 교과 과정을 잘 따라가고 있다.’ 라고 하셨지요? 아이에게 본인이 풀었던 문제를 설명하게 해 보세요. 아이들은 설명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별하게 됩니다. 제대로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것은 설명할 수가 없거든요.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 방법은 아이가 원할 때에 가능한 방법입니다.

 

이 방법으로 이끌 수 있는 팁을 조금 알려드리자면^^ 아이가 설명을 할 때 잘 들어 주시는 겁니다.(이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동생들도 좋은 청중이 될 수 있습니다. 강아지 혹은 인형도 효과적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형이나 강아지는 잔소리를 하지 않으니까요.) 폭풍 리액션도 좋습니다. 하지만 너무 과한 칭찬은 아이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최수일 선생님의 ‘하루 30분 수학’을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내가 뭔가 새로운 것을 알게 됐는데 그걸 누군가가 들어 준다면 사실 그것보다 더 즐거운 일이 없는 거잖아요. 공부로 아이와 수다를 떨 수 있다면 아이에게 수학이 조금은 즐거운 과목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사실 수학은 절대 쉬운 과목이 아닙니다. 하지만 고등 이상의 수학을 접한 엄마의 눈에는 초등 수학이 아주 당연하고 쉽게 와 닿을 수 있긴 하지요. 덧셈, 뺄셈, 곱셈, 나눗셈 등등 우리가 그 개념들을 익히는데 별로 힘들이지 않았었다고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의 과거에 대한 기억은 현재의 관점에서 볼 때 아주 질서정연하고 간단명료하게 저장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다보면 답답하고 화가 나게 되지요. 한 번 두 번 설명했는데 이해를 못하거나 여러 번 푼 문제를 시험에서 틀려오는 경우가 그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에게 수학을 가르친다고 접근하면 십중팔구 아이와의 관계가 악화되기 쉽습니다.

 

그럼 수학을 가르치는 것 말고 어떻게 할까요? 실생활에서 수학이 재미있게 느껴지게 할 방법은 많습니다. 아이와 하나씩 찾아보시면 나중에 동생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으니 일석 삼조의 방법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중학생 형제들을 키우고 있는데요. 남자 아이 둘을 키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일 중 하나는 똑같이 나누어 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에는 주로 제가 그 일을 담당했으나 이제는 아이들이 합니다. 한 명이 나누고 다른 한 명이 먼저 선택할 권리를 갖습니다. 그러면 자연히 나누는 아이는 신중해 질 수 밖에 없습니다.

 

3학년 연산에서 배워야 할 수학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나눗셈입니다. 초등 3학년 아이가 큰 아이니 동생들에게 줄 과자나 간식을 나누어 보게 하는 방법을 권해 드립니다. 피자를 똑같이 4등분으로 나누기. 이 때 전체 즉 1은 피자가 됩니다. 과자 한 봉지를 뜯어서 똑같이 세 접시에 나누어 담기. 나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되겠죠. 과자라면 일일이 개수를 셀 수도 있을 겁니다. 높이를 쌓아서 비교를 해 볼 수 도 있을 거구요. 음료수라면 똑같은 컵의 높이를 비교할 수도 있고 저울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나눗셈을 이렇게 구체물로 학습한 경험은 다른 개념을 학습할 때도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3학년 교과 과정 중 분수도 나눗셈의 개념이 필요하고 소수 0.1도 1을 똑같이 10개로 나눈 것 중의 하나라는 개념이 필요합니다.) 어찌 되었든 아이가 직접 경험해 똑같이 나누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학은 수식에서 먼저 출발한 개념이 아닙니다. 삶 속 경험이나 사건에서 그것을 좀 더 편리하게 설명하고자 탄생한 것이 수식입니다. 그러니까 구체물로 조작할 수 없는 수식은 없다는 말입니다. 다만 우리가 수식에 너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그 수식에 맞는 구체물을 떠올리기가 어려워 진 것이지요.

 

하지만 자꾸 하다보면 아이들은 계속 새로운 것을 찾아냅니다. 질문을 하기도 하지요. 참외나 수박 같은 둥근 과일은 어떻게 똑같이 자르지??? 엄마 피자 2분의 1이랑 사과의 2분의 1은 크기가 다른데 왜 똑같이 2분의 1이야??? 빵7개를 셋이서 똑같이 먹을려면 어떻게 나눠야 해???

 

이렇게 아이가 똑같이 나눈다는 것이 나누기의 핵심이라는 것을 알면 나중에 약수와 배수, 소인수분해, 확률, 미분까지도 훨씬 더 수월하게 이해할 겁니다.

 

어머님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글이 좀 길어 졌습니다. 제가 어머님께 드리고 싶은 단 한마디는 공부할 주체는 아이고 그 아이와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가시면 방법은 너무나도 많이 있다는 겁니다. 초등 3학년이 공부의 끝이 아니고 지금 어머님과 아이 앞에 놓여진 이 문제는 아이의 인생에서 만나게 될 수많은 문제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따님과 이 문제를 슬기롭게 잘 해결하시고 이 후에 또 다른 궁금증이 생기시면 글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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