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 학군지, 고1 남자아이입니다. 초등 저학년까지 외국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다 한국에 들어왔고, 한국 학교생활에는 큰 문제없이 적응했다고 생각합니다.
남학생이지만 운동보다는 음악이나 영화 등 매체를 좋아하고 남녀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친한 아이였습니다. 중학교 때 교우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그 시기의 아이들이 흔히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했고, 학원 다니는 것에 불만을 보였지만 이 지역 아이들이 대부분 하는 수준에서 낮으면 낮았지 심하게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때 학원에서, '잘하지만 주어진 것 이상을 하려는 열의가 없다.' '수업 중 자주 엎드려 있다'라는 피드백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영어 학원을 빼 주기도 했고요.
고등학교 입학 후 이제 입시에서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학교 활동(수행)등이 의미 없고 시간 낭비이며, 학원도 더 이상 다니기 싫고 자퇴해 검정고시를 치겠다고 합니다. 자퇴하고 정시 준비를 하는 친구들도 꽤 있다며 학교를 다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학교를 다닌다 해도 자신은 영혼 없이 앉아만 있다가 오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뚜렷한 정시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일단 자퇴를 하겠다는 것이지. 학교생활에서 크게 문제가 있었던 적도 없고, 학업 성적이나 학습 재능도 좋은 아이인데, 겨우 한두 달 다녀보고 자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약한 마음에 힘든 일을 피하고 싶은 건지 실망스러우면서도, 뭔가 크게 힘든 구석이 있었는데 엄마만 몰랐던 것인지 의구심도 들고, 이제까지 아이와의 관계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이가 맞는지 이질감이 들 정도입니다.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요?
A :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가 자퇴를 원한다는 고민을 주셨네요. 특별한 문제가 있었다고 느끼지 않으셨는데 그런 말을 하니 어머님께서 많이 놀라고 당황하셨을 거라 짐작이 됩니다.
학기초에 자퇴를 고민하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첫째는 학습 스트레스입니다. 전국 단위의 성적 백분위가 표시되는 3월 모의고사를 시작으로 4월에는 내신이 반영되는 중간고사가 있고, 틈틈이 수행도 챙겨야 하니 아이들의 압박감이 커지지요. 학군지에서 치열한 내신 경쟁을 하느니 사교육을 통한 정시에 올인하겠다는 학생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둘째로 교우관계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학기 초는 친한 그룹을 만들지 못할까하는 긴장감이 무척 높은 시기인데 고등학교는 여러 중학교에서 아이들이 모이니 더욱 낯설지요. 청소년기에 자신이 속한 그룹이 없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학급당 남학생은 10명 남짓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와 그룹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남학생의 그룹은 운동과 게임을 매개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글에서 언급하신 걸 보면 남학생이지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니 운동 이외의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친구를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자퇴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주시고 섣부른 해결이나 결론을 내리려 하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건강한 아이는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다고 느끼면 불안이 감소합니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은 아이였으니 얼마동안 불안을 엄마에게 쏟아내다가 어느 순간에는 적응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퇴는 꼭 부정적인 결정이고 계속 학교 안에 있는 것만이 긍정적인 결정이라고 생각 하지도 않으셨으면 합니다. 안정감이 중요한 아이는 학교에 다니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새로운 길을 도전해 보고 싶은 주도성이 있는 아이이기에 기존 체계를 벗어나겠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은, 1학기만 충실히 생활해 보고 결정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1학기를 잘 넘긴 아이들은 적응해서 다니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자퇴를 결정하는데, 자퇴를 결정하더라도 계획서를 내보라고 하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도 자퇴를 포기하는 아이도 있는데, 일상생활 + 학습계획서를 세우는 일이 쉽지 않거든요. 자퇴를 정말 하고 싶다면 자퇴하기 전에 충분히 연습하고 자퇴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실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학업 성적과 학습 재능이 좋은 아이라고 하셨습니다. 학군지에서 정보력이 많은 어머니와 우수한 학습 재능을 가진 학생의 조합에서 갈등이 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짜 놓은 학습 로드맵과 아이의 주도성이 충돌하는 경우이지요. 학습에는 재능도 필요하지만 동기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초등학생의 학습 동기는 대부분 엄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중고등학생정도가 되면 학생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어머님 마음과는 다를 때가 많습니다. 잘 따라오는 것 같던 아이가 어느 날 공부를 소홀히 할 경우 어머니들은 '사춘기가 늦게 왔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춘기' 증상을 보인다는 것은 아이가 잘 성장해서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살아보겠다는 자기주장의 면이 있습니다. 이때에 아이의 감정과 의사를 존중하지 않으면 부모 관계에 큰 타격이 올 수 있고, 그 보다 더 큰 우려는 아이가 자신의 삶을 주도성을 가지고 살고자 하는 첫 단계에서 큰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머님의 걱정이 아이가 자퇴를 하겠다는 것에 있는 것인지, 자퇴를 하고 정시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가 없다는 것에 있는지도 한 번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아이 입장에서 부모님의 걱정이 자신이 겪는 고통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학 결과에 있다고 느끼면 큰 실망감을 느끼겠지요. 어머님 스스로 내가 지금 걱정하는 상황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를 살펴보시고 나서 아이와 대화해 보셨으면 합니다. 어머님의 고민이나 불안감도 너무 당연한 것이라 어머님이 불안해하는 이유를 아이와 공유하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와 부모의 생각이 같을 수가 없기 때문에 어느 한 편의 의견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나눈 후에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동의한다면 종합심리검사를 한 번 받아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의 기질과 성향이 공교육 시스템과 유독 맞지 않는 경우는 아닌지 점검할 수 있고, 아이의 현재 감정 상태와 에너지 레벨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 아이의 어려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이의 장점을 파악하게 되면 믿음을 가지고 지켜보시는 데도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자기 주도성은 인정해 주어야 하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을 대할 때 부모 역할의 난이도가 정점으로 치닫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그리고 학습도 잘 해온 아이의 역량을 믿고, 또 그 아이의 넉넉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부모님의 역량을 믿으면서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시를 위한 몰입인지, 휴식의 시간인지, 위로인지 많이 들어주시고 함께 고민해 주시는 기회로 삼으셨으면 합니다.
Q : 학군지, 고1 남자아이입니다. 초등 저학년까지 외국에서 국제학교에 다니다 한국에 들어왔고, 한국 학교생활에는 큰 문제없이 적응했다고 생각합니다.
남학생이지만 운동보다는 음악이나 영화 등 매체를 좋아하고 남녀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친한 아이였습니다. 중학교 때 교우관계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만 그 시기의 아이들이 흔히 하는 고민이라고 생각했고, 학원 다니는 것에 불만을 보였지만 이 지역 아이들이 대부분 하는 수준에서 낮으면 낮았지 심하게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중학교 때 학원에서, '잘하지만 주어진 것 이상을 하려는 열의가 없다.' '수업 중 자주 엎드려 있다'라는 피드백이 있기는 했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의사에 따라 영어 학원을 빼 주기도 했고요.
고등학교 입학 후 이제 입시에서 정말 중요한 시기인데, 학교 활동(수행)등이 의미 없고 시간 낭비이며, 학원도 더 이상 다니기 싫고 자퇴해 검정고시를 치겠다고 합니다. 자퇴하고 정시 준비를 하는 친구들도 꽤 있다며 학교를 다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하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학교를 다닌다 해도 자신은 영혼 없이 앉아만 있다가 오게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고 뚜렷한 정시 목표를 가진 것은 아닙니다. 일단 자퇴를 하겠다는 것이지. 학교생활에서 크게 문제가 있었던 적도 없고, 학업 성적이나 학습 재능도 좋은 아이인데, 겨우 한두 달 다녀보고 자퇴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나약한 마음에 힘든 일을 피하고 싶은 건지 실망스러우면서도, 뭔가 크게 힘든 구석이 있었는데 엄마만 몰랐던 것인지 의구심도 들고, 이제까지 아이와의 관계가 좋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아이가 맞는지 이질감이 들 정도입니다.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걸까요?
A :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가 자퇴를 원한다는 고민을 주셨네요. 특별한 문제가 있었다고 느끼지 않으셨는데 그런 말을 하니 어머님께서 많이 놀라고 당황하셨을 거라 짐작이 됩니다.
학기초에 자퇴를 고민하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첫째는 학습 스트레스입니다. 전국 단위의 성적 백분위가 표시되는 3월 모의고사를 시작으로 4월에는 내신이 반영되는 중간고사가 있고, 틈틈이 수행도 챙겨야 하니 아이들의 압박감이 커지지요. 학군지에서 치열한 내신 경쟁을 하느니 사교육을 통한 정시에 올인하겠다는 학생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둘째로 교우관계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학기 초는 친한 그룹을 만들지 못할까하는 긴장감이 무척 높은 시기인데 고등학교는 여러 중학교에서 아이들이 모이니 더욱 낯설지요. 청소년기에 자신이 속한 그룹이 없다는 것은 엄청난 스트레스입니다. 학급당 남학생은 10명 남짓하기 때문에 그 안에서 마음이 맞는 친구와 그룹을 만나기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남학생의 그룹은 운동과 게임을 매개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은데, 글에서 언급하신 걸 보면 남학생이지만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니 운동 이외의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친구를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자퇴하고 싶은 아이의 마음에 공감해 주시고 섣부른 해결이나 결론을 내리려 하지는 마셨으면 합니다. 건강한 아이는 자신에게 결정권이 있다고 느끼면 불안이 감소합니다.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은 아이였으니 얼마동안 불안을 엄마에게 쏟아내다가 어느 순간에는 적응해 나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자퇴는 꼭 부정적인 결정이고 계속 학교 안에 있는 것만이 긍정적인 결정이라고 생각 하지도 않으셨으면 합니다. 안정감이 중요한 아이는 학교에 다니는 것을 선택할 수 있고, 새로운 길을 도전해 보고 싶은 주도성이 있는 아이이기에 기존 체계를 벗어나겠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에게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은, 1학기만 충실히 생활해 보고 결정하자고 하는 것입니다. 1학기를 잘 넘긴 아이들은 적응해서 다니고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자퇴를 결정하는데, 자퇴를 결정하더라도 계획서를 내보라고 하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도 자퇴를 포기하는 아이도 있는데, 일상생활 + 학습계획서를 세우는 일이 쉽지 않거든요. 자퇴를 정말 하고 싶다면 자퇴하기 전에 충분히 연습하고 자퇴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해 주실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학업 성적과 학습 재능이 좋은 아이라고 하셨습니다. 학군지에서 정보력이 많은 어머니와 우수한 학습 재능을 가진 학생의 조합에서 갈등이 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짜 놓은 학습 로드맵과 아이의 주도성이 충돌하는 경우이지요. 학습에는 재능도 필요하지만 동기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초등학생의 학습 동기는 대부분 엄마를 기쁘게 해주기 위해서입니다. 중고등학생정도가 되면 학생 스스로 동기 부여가 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어머님 마음과는 다를 때가 많습니다. 잘 따라오는 것 같던 아이가 어느 날 공부를 소홀히 할 경우 어머니들은 '사춘기가 늦게 왔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런 '사춘기' 증상을 보인다는 것은 아이가 잘 성장해서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살아보겠다는 자기주장의 면이 있습니다. 이때에 아이의 감정과 의사를 존중하지 않으면 부모 관계에 큰 타격이 올 수 있고, 그 보다 더 큰 우려는 아이가 자신의 삶을 주도성을 가지고 살고자 하는 첫 단계에서 큰 무력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머님의 걱정이 아이가 자퇴를 하겠다는 것에 있는 것인지, 자퇴를 하고 정시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가 없다는 것에 있는지도 한 번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아이 입장에서 부모님의 걱정이 자신이 겪는 고통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진학 결과에 있다고 느끼면 큰 실망감을 느끼겠지요. 어머님 스스로 내가 지금 걱정하는 상황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를 살펴보시고 나서 아이와 대화해 보셨으면 합니다. 어머님의 고민이나 불안감도 너무 당연한 것이라 어머님이 불안해하는 이유를 아이와 공유하기를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이와 부모의 생각이 같을 수가 없기 때문에 어느 한 편의 의견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니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나눈 후에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동의한다면 종합심리검사를 한 번 받아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이의 기질과 성향이 공교육 시스템과 유독 맞지 않는 경우는 아닌지 점검할 수 있고, 아이의 현재 감정 상태와 에너지 레벨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수 있어 아이의 어려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아이의 장점을 파악하게 되면 믿음을 가지고 지켜보시는 데도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자기 주도성은 인정해 주어야 하지만 아직 미성년자인 고등학생을 대할 때 부모 역할의 난이도가 정점으로 치닫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무탈하게 그리고 학습도 잘 해온 아이의 역량을 믿고, 또 그 아이의 넉넉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 부모님의 역량을 믿으면서 아이가 진정으로 원하고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시를 위한 몰입인지, 휴식의 시간인지, 위로인지 많이 들어주시고 함께 고민해 주시는 기회로 삼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