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제 딸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예요. 밤마다 책을 읽어줄때 피곤한 제가 그만 읽고 자라고 하면 한권이라도 더 읽어달라고 때를 쓰곤 해요. 그동안 여기저기서 물려받은 책들을 읽었는데 이제 우리 집에 있는 책들은 모두 몇 번씩 읽어서 새 책이 필요할 때가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고르다 보니 주로 창작 동화 책만 고르게 되네요. 주변에서는 너무 창작 동화만 보는 것보다 자연 과학책등 여러 분야의 책을 보는게 좋다고 하는데 사실 제가 그런 책에 흥미가 없어서 안 고르게 돼요.
4살 여아에게 지금처럼 계속 창작동화만 읽어줘도 될지 아니면 자연과학 책을 보여주는 것이 꼭 필요한지 궁금해서 질문드립니다.
도움이 될 말씀 좀 부탁드려요.
A. 책을 고르실 땐, 권장 도서 목록에 치중하지 마시고 아이가 가장 관심있어 하고 최근 가장 가깝게 일어났던 사건 중심으로 아래 출판사 목록을 확인하시어 골라 보세요.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가서 대강의 목차를 함께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권장 도서보다 좋은 책을 몇 배 더 많이 고를 수 있습니다.
좋은 출판사 목록: 길벗, 마루벌, 비룡소, 중앙, 돌베개, 웅진, 재미마주, 시공사, 보림, 보리, 사계절, 문학동네, 논장 등....
(시공사...책이 좋기는 한데 참... 뭐라 말할 수는 없고)
좋은 출판사 책이 왜 필요한가 - 문장을 구성하는 틀이 단단하고 전체 그림과 글에 대한 감수가 잘 되어 있으며 그림이 창의적으로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단행본의 경우, 일반 전집류보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에 얽매여 의도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 오랜 시간 작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여 만든 작품으로 계약을 하기 때문이지요.
좋은 책을 읽다보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어떤 출판사 책이 좋지 않은지, 좋은지 판단할 수 있는 자생적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도서 목록은 초등학교 들어가서 선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책 종류를 신경 쓰지 말고 창작책 위주를 먼저, 생활 중심으로 읽히시는 게 맞습니다.
인간이 어떤 분야에 관심 갖기 시작할 땐 대부분 ‘나’라는 매개체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즉,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관심사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지요.
창작은 그러한 아이들의 심리를 잘 반영하여 아이들의 생활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를 잘 활용하여 만든 책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일단, 아이들의 관심사로부터 출발하는 소재를 다룬 책에 충분히 빠져 놀다 익히다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이동이 가능하지요.
과학이나 위인, 전래, 역사 등은 초등 고학년 때 접하게 하셔도 충분합니다.
특히 우리 부모님들은 책을 읽는 분야에 대해 압박감들을 모두 갖고 계세요. 아이는 지금 읽고 있는 책으로부터의 독립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골고루 읽어야 한다, 편식이 없어야 한다는 주변의 권고로 여러가지 분야를 들이밀고 싶어하죠.
특히 과학이나 역사, 위인은 부모님들이 빨리 읽어 줬으면 하는 분야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들을 하시죠. “계속 좋아하는 책만 읽다 보면 편식이 일어나서 안 돼.” 또는 “골고루 읽어야 교과 공부할 때도 도움이 될 거야.” “관심이 없으니 관심 갖게 하기 위해서라도 여러 분야의 책을 읽히는 것이 좋아.”
그러나 자신의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고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나 관심거리만 읽는데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 엄청 긴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인문학이 중요해서, 억지로 인문학 읽기를 들어가고 인문학 강좌를 듣게 하며 그 날 읽은 책 목록을 확인하여 퀴즈를 내고, 맞추게 하는 가정들도 많습니다.
좋은 책을 재밌게 읽는 시간이 무르익다 보면 인문학 책은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아 아이들 스스로 읽게 되어 있습니다.
아직 읽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에게 스펙용 책 대용처럼 인문학 책을 들이밀 필요는 없습니다.
분야에 조바심 내지 않아도 학교 교과과정을 배우거나 혹은 주변의 상황들을 접하며, 아이가 어느날 물어오는 질문들을 잘 활용하시면 그에 관한 내용으로부터 책읽는 분야는 자연스럽게 이동합니다.
모든 책은 아이가 관심 갖는 때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지 정해져 있거나 꼭 읽어야 하는 시점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큰 아이는 5학년이 돼서야 역사에 관심을 가졌고, 여전히 과학은 생물 외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대로 둡니다. 중 2가 돼서야 과학에 관심을 보여 관심을 보였던 분야부터(인물) 얇은 책을 넣어 주었습니다.
작은 아이는 어릴 때부터 전래 동화를 좋아하고 찾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긴 책을 구연으로 읽어 주었구요. 누나와 달리 과학 분야-공룡기와 기차기, 곤충기를 거쳐 가는 상황이 눈에 띕니다만 그렇게 큰 아이처럼 다독하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어 주다 보면 아이들마다 모두 다 다른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이를 인정하고 그 순리에 따라 읽어주는 것이 가장 무리 없고 좋은 방법입니다.
가능한 학습만화나 애니메이션, 그림이 너무 선명한 책들은 피합니다.
그 이유 또한 설명드리자면, 아이들이 좋은 그림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용 전달만은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상이 참으로 중요한 교육인데요.
어떤 아이가 글을 마주할 때, 글을 통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장면과 내용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됩니다. 해라는 글자를 보았을 때 어떤 아이는 이글거리는 태양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는 웃고 있는 태양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중 개인의 경험을 통해 의미있게 받아들인 그림들이 떠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한가지 태양만 보아온 아이들을 한가지 영상만 떠올릴 수 밖에 없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그림책을 보고 그마다 갖고 있는 내용의 의미가 달랐던 경험을 가진 아이들은 자기만의 태양을 수십 개, 수백 개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책이 주는 질적으로 좋은 그림은 그냥 그림이 아니라 책에서 다루는 중요한 또 하나의 내용 표현입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용으로 출판된 삼* 출판사 책들은 모든 그림이 한 종류로 단일화 되어 있습니다. 의자면 같은 의자고, 산이면 똑같은 산이지요. 같은 산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가 중요하고 이야기와 어떻게 걸맞게 창의적으로 그려졌는지가 제일 중요한데 이를 무시한 책들은 줄거리가 아무리 훌륭해도 위험합니다.
그래서 글없이 그림만 있는 책이어도 수준 높은 이야기 책이 많습니다.
물론 동화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깨달음을 주는 철학 그림책도 많구요.
개인적으로 이브번팅, 에즈라잭키즈, 레오리오니의 책들은 어른들도 가만히 들여다 봤으면 하는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책을 읽어주실 때는 다 읽어주고 나서 확인하려 하지 마시고 간단하게 엄마가 먼저 자신의 느낌을 가능하면 유머있게 재밌게 먼저 말하고 나서 자녀에게 물어보시면 얼마든지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풍요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수렴적질문: 이 책의 주인공이 누구지? 누가 무엇을 했지? (절대 하면 안되는 질문)
확산적질문: 심청이가 바닷속에 빠졌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엄만 물이 너무 차가워서 금방 후회했을 것 같아. (다양한 표현이 나오는 재밌는 질문)
수렴적 질문 대신 확산적 질문을 사용하시고 이도 아이가 원하지 않을 경우 부모만 자기 느낌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 주시면 됩니다.
처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저 부모가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는 원맨쇼 같은 방식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이 과정을 재밌게 거칩니다. 그러나 아이는 부모의 혼자 묻고 대답하는 모양새를 보며 아주 중요한 것을 배우게 됩니다.
엄마가 책을 보며 별 생각을 다 하는군.
그러다 가뭄에 콩나듯,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라던지 “엄만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아이가 던져 올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꺼내면 그때, 부모가 관심어린 눈빛으로 조금 과장된 격려를 보여주면 됩니다.
“와, 번쩍과 반쪽이란 표현이 참 재밌게 들린다.”
“엄마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런 상황도 있을 수 있겠다.”
“와우, 너무나 시적인 표현이다. 특히 이 부분...”
“정말?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니 신기하네”
“넌 어쩜 보물 같은 생각이 이렇게 많니?”
“아~ 그 말은 엄마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만큼 찡한 이야기다.”
“네 말을 들으니 엄마도 일곱 살이 된 것 같구나.”
“네 생각에서 엄마가 조금 변형시켜봤는데 이것은 어때?”
“네가 엄마보다 더 깊이 생각하는 것 같구나. 엄마랑 바뀐 것 같아.”
“이런 이런, 엄마가 놓친 부분을 네가 더 잘 생각해 냈구나.”
“엄마도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참 배우게 되는 게 많아.”
등등...
엄마가 아이에게 표현해 줄 수 있는 격려는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반응에 따라 각기 다르게 여러 가지로 그때 그때의 느낌에 충실히 열심히 던져주면 그 에너지를 받아서 아이는 더 다양하고 더 많은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책을 고를 때는 아이가 원하는 책과 부모가 고르는 책의 비율이 반반이면 좋은데 아까 말씀드렸듯 책을 고르는 원칙(만화책이 안 된다던지, 환타지가 안된다는 약속은 처음부터 정하면 좋겠지요.) 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반론은 많이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실제 많은 아이들과 접하며 느낀 것인데 흥미 위주로만 만들어진 책에 대한 선택권이 처음부터 자녀에게 자유롭게 무제한 쥐어지게 되면 다른 책으로 전이가 쉽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만 타는 즐거움만 알게 된 아이들은 다소 심심하고 생각하며 보아야 하는 박물관이라던지 설명회는 관심없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박물관과 미술관의 소소한 즐거움을 알고 놀이공원도 가본 아이들은 둘 다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지요.
다시 말하면 좋은 책을 먼저 많이 접하여 읽어 본 아이들은 그 뒤로 만화책을 읽어도 이미 형성된 좋은 책에 대한 기분 좋은 기억을 쉽게 지우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화나 환타지를 읽어도 다른 책들을 같이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만화책은 초등 올라가면 자발적이던 아니던 여기 저기서 보게 됩니다. 굳이 유아기부터 접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특히 학습적 목적을 위해 읽히는 학습 만화의 경우 부모님들이 먼저 찾아 읽히실 때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위에 말씀드린 상황 때문에도 반대이고,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연속적 시각을 자극하는 그림도 권하는 바는 아닙니다.
우리가 집착하는 도서 목록도 그리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연령이 어릴수록 관심사와 호기심이 더 중요한 권장 목록입니다. 권장도서는 아이가 전혀 표현하지 않거나 아이 입장이 없을 때 두 번째로 선택해야 하는 기준이지 아이 의사가 분명하다면 권장도서 목록에 얽매일 필요가 절대 없다는 뜻이에요.
마지막으로 읽어주기에 관한 보석 같은 진리를 말씀드립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두 가지 문화가 있습니다.
가정 내 책읽는 시간이 규칙적으로, 마치 가족이 함께 밥 먹는 시간처럼 자연스럽게 있어왔던지, 아니면 어릴 때부터 읽어주던 부모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 왔다는 것이지요.
청소년기가 되었을 때 읽어주기가 뭐 하다 싶으면 같은 책을 읽고 한두마디 나눠보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보통 아무 노력 없이 쉽게 읽히는 책을 가로 읽기란 표현을 쓰고 생각을 하며 두고 두고 곱씹어서 이해해야 하는 책을 세로 읽기란 표현을 써서 말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책을 읽는 수준이 서서히 이동해 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사선 형태가 아니라 계단처럼 머물렀다 올라가고 한동안 머물렀다 올라가게 됩니다.
한글을 알고 모르고와 상관없이 머물렀다 올라가는 지점에서 부모님의 읽어주기가 동반되면 다음 단계로 책을 읽는 것이 아이 입장에선 훨씬 수월해 집니다.
요즘은 자녀에게 좋은 학습 습관을 물려주기 위해 책을 의도적으로 읽히는 부모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아이들도 눈치 빠르게 부모의 의도를 읽어내며 그에 맞는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연령이 올라가며 가족내 문화인 것과 아닌 것, 특히 어떤 목적을 위해 부모가 노력하는 것을 귀신같이 골라내는 능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아이에겐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독서가 아닌 공부해야 하는 짜증나는 독서가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지요.
독서 습관...
공부나 성적과 상관없이 연령이 올라가며 꾸준히 갖고 가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이상은 현장에서 부모님들이 가장 책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는 부분을 나름 정리해 쓴 것입니다. 물론 학문적 논의나 효과에 대해 결론이 난 것들이 아닌 허접한 제 생각입니다. 게다가 어떤 면에선 독서 전문가가 권한 방법과 반대되는 논도 있습니다.
긴 글이 민폐가 되지 않도록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참고만 해주세요.
Q. 제 딸은 책을 좋아하는 아이예요. 밤마다 책을 읽어줄때 피곤한 제가 그만 읽고 자라고 하면 한권이라도 더 읽어달라고 때를 쓰곤 해요. 그동안 여기저기서 물려받은 책들을 읽었는데 이제 우리 집에 있는 책들은 모두 몇 번씩 읽어서 새 책이 필요할 때가 되었어요. 그런데 제가 고르다 보니 주로 창작 동화 책만 고르게 되네요. 주변에서는 너무 창작 동화만 보는 것보다 자연 과학책등 여러 분야의 책을 보는게 좋다고 하는데 사실 제가 그런 책에 흥미가 없어서 안 고르게 돼요.
4살 여아에게 지금처럼 계속 창작동화만 읽어줘도 될지 아니면 자연과학 책을 보여주는 것이 꼭 필요한지 궁금해서 질문드립니다.
도움이 될 말씀 좀 부탁드려요.
A. 책을 고르실 땐, 권장 도서 목록에 치중하지 마시고 아이가 가장 관심있어 하고 최근 가장 가깝게 일어났던 사건 중심으로 아래 출판사 목록을 확인하시어 골라 보세요. 아이와 함께 도서관을 가서 대강의 목차를 함께 읽어 보는 것만으로도 권장 도서보다 좋은 책을 몇 배 더 많이 고를 수 있습니다.
좋은 출판사 목록: 길벗, 마루벌, 비룡소, 중앙, 돌베개, 웅진, 재미마주, 시공사, 보림, 보리, 사계절, 문학동네, 논장 등....
(시공사...책이 좋기는 한데 참... 뭐라 말할 수는 없고)
좋은 출판사 책이 왜 필요한가 - 문장을 구성하는 틀이 단단하고 전체 그림과 글에 대한 감수가 잘 되어 있으며 그림이 창의적으로 다양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단행본의 경우, 일반 전집류보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시간에 얽매여 의도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 오랜 시간 작가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여 만든 작품으로 계약을 하기 때문이지요.
좋은 책을 읽다보면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어떤 출판사 책이 좋지 않은지, 좋은지 판단할 수 있는 자생적 능력이 생기게 됩니다.
도서 목록은 초등학교 들어가서 선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책 종류를 신경 쓰지 말고 창작책 위주를 먼저, 생활 중심으로 읽히시는 게 맞습니다.
인간이 어떤 분야에 관심 갖기 시작할 땐 대부분 ‘나’라는 매개체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즉, 내가 지금 갖고 있는 관심사가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뜻이지요.
창작은 그러한 아이들의 심리를 잘 반영하여 아이들의 생활에서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를 잘 활용하여 만든 책입니다.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하려면 일단, 아이들의 관심사로부터 출발하는 소재를 다룬 책에 충분히 빠져 놀다 익히다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다음 단계로 이동이 가능하지요.
과학이나 위인, 전래, 역사 등은 초등 고학년 때 접하게 하셔도 충분합니다.
특히 우리 부모님들은 책을 읽는 분야에 대해 압박감들을 모두 갖고 계세요. 아이는 지금 읽고 있는 책으로부터의 독립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골고루 읽어야 한다, 편식이 없어야 한다는 주변의 권고로 여러가지 분야를 들이밀고 싶어하죠.
특히 과학이나 역사, 위인은 부모님들이 빨리 읽어 줬으면 하는 분야입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들을 하시죠. “계속 좋아하는 책만 읽다 보면 편식이 일어나서 안 돼.” 또는 “골고루 읽어야 교과 공부할 때도 도움이 될 거야.” “관심이 없으니 관심 갖게 하기 위해서라도 여러 분야의 책을 읽히는 것이 좋아.”
그러나 자신의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고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나 관심거리만 읽는데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 엄청 긴 시간들이 필요합니다.
인문학이 중요해서, 억지로 인문학 읽기를 들어가고 인문학 강좌를 듣게 하며 그 날 읽은 책 목록을 확인하여 퀴즈를 내고, 맞추게 하는 가정들도 많습니다.
좋은 책을 재밌게 읽는 시간이 무르익다 보면 인문학 책은 자연스러운 수순을 밟아 아이들 스스로 읽게 되어 있습니다.
아직 읽고 싶고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에게 스펙용 책 대용처럼 인문학 책을 들이밀 필요는 없습니다.
분야에 조바심 내지 않아도 학교 교과과정을 배우거나 혹은 주변의 상황들을 접하며, 아이가 어느날 물어오는 질문들을 잘 활용하시면 그에 관한 내용으로부터 책읽는 분야는 자연스럽게 이동합니다.
모든 책은 아이가 관심 갖는 때로부터 시작하는 것이지 정해져 있거나 꼭 읽어야 하는 시점이 따로 있지 않다는 것을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큰 아이는 5학년이 돼서야 역사에 관심을 가졌고, 여전히 과학은 생물 외에 관심이 없습니다. 그대로 둡니다. 중 2가 돼서야 과학에 관심을 보여 관심을 보였던 분야부터(인물) 얇은 책을 넣어 주었습니다.
작은 아이는 어릴 때부터 전래 동화를 좋아하고 찾았습니다. 그래서 바로 긴 책을 구연으로 읽어 주었구요. 누나와 달리 과학 분야-공룡기와 기차기, 곤충기를 거쳐 가는 상황이 눈에 띕니다만 그렇게 큰 아이처럼 다독하지는 않습니다.
책을 읽어 주다 보면 아이들마다 모두 다 다른 성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이를 인정하고 그 순리에 따라 읽어주는 것이 가장 무리 없고 좋은 방법입니다.
가능한 학습만화나 애니메이션, 그림이 너무 선명한 책들은 피합니다.
그 이유 또한 설명드리자면, 아이들이 좋은 그림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용 전달만은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심상이 참으로 중요한 교육인데요.
어떤 아이가 글을 마주할 때, 글을 통해 의도하던 의도하지 않던 장면과 내용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됩니다. 해라는 글자를 보았을 때 어떤 아이는 이글거리는 태양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어떤 아이는 웃고 있는 태양을 떠올릴 수도 있습니다. 여러 가지 중 개인의 경험을 통해 의미있게 받아들인 그림들이 떠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한가지 태양만 보아온 아이들을 한가지 영상만 떠올릴 수 밖에 없지만 여러 가지 다양한 그림책을 보고 그마다 갖고 있는 내용의 의미가 달랐던 경험을 가진 아이들은 자기만의 태양을 수십 개, 수백 개 갖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양한 책이 주는 질적으로 좋은 그림은 그냥 그림이 아니라 책에서 다루는 중요한 또 하나의 내용 표현입니다.
그런데 애니메이션 용으로 출판된 삼* 출판사 책들은 모든 그림이 한 종류로 단일화 되어 있습니다. 의자면 같은 의자고, 산이면 똑같은 산이지요. 같은 산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가 중요하고 이야기와 어떻게 걸맞게 창의적으로 그려졌는지가 제일 중요한데 이를 무시한 책들은 줄거리가 아무리 훌륭해도 위험합니다.
그래서 글없이 그림만 있는 책이어도 수준 높은 이야기 책이 많습니다.
물론 동화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깨달음을 주는 철학 그림책도 많구요.
개인적으로 이브번팅, 에즈라잭키즈, 레오리오니의 책들은 어른들도 가만히 들여다 봤으면 하는 작가들의 작품입니다.
책을 읽어주실 때는 다 읽어주고 나서 확인하려 하지 마시고 간단하게 엄마가 먼저 자신의 느낌을 가능하면 유머있게 재밌게 먼저 말하고 나서 자녀에게 물어보시면 얼마든지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풍요로운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수렴적질문: 이 책의 주인공이 누구지? 누가 무엇을 했지? (절대 하면 안되는 질문)
확산적질문: 심청이가 바닷속에 빠졌을 때 어떤 기분이었을까? 엄만 물이 너무 차가워서 금방 후회했을 것 같아. (다양한 표현이 나오는 재밌는 질문)
수렴적 질문 대신 확산적 질문을 사용하시고 이도 아이가 원하지 않을 경우 부모만 자기 느낌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해 주시면 됩니다.
처음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저 부모가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는 원맨쇼 같은 방식에 별 부담을 느끼지 않고 이 과정을 재밌게 거칩니다. 그러나 아이는 부모의 혼자 묻고 대답하는 모양새를 보며 아주 중요한 것을 배우게 됩니다.
엄마가 책을 보며 별 생각을 다 하는군.
그러다 가뭄에 콩나듯, “나도 그런 적이 있었는데” 라던지 “엄만 어떻게 생각해?”라는 질문을 아이가 던져 올 때가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로 꺼내면 그때, 부모가 관심어린 눈빛으로 조금 과장된 격려를 보여주면 됩니다.
“와, 번쩍과 반쪽이란 표현이 참 재밌게 들린다.”
“엄마는 생각도 못 했는데 그런 상황도 있을 수 있겠다.”
“와우, 너무나 시적인 표현이다. 특히 이 부분...”
“정말?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니 신기하네”
“넌 어쩜 보물 같은 생각이 이렇게 많니?”
“아~ 그 말은 엄마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만큼 찡한 이야기다.”
“네 말을 들으니 엄마도 일곱 살이 된 것 같구나.”
“네 생각에서 엄마가 조금 변형시켜봤는데 이것은 어때?”
“네가 엄마보다 더 깊이 생각하는 것 같구나. 엄마랑 바뀐 것 같아.”
“이런 이런, 엄마가 놓친 부분을 네가 더 잘 생각해 냈구나.”
“엄마도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참 배우게 되는 게 많아.”
등등...
엄마가 아이에게 표현해 줄 수 있는 격려는 한정된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반응에 따라 각기 다르게 여러 가지로 그때 그때의 느낌에 충실히 열심히 던져주면 그 에너지를 받아서 아이는 더 다양하고 더 많은 표현을 자연스럽게 하게 됩니다.
책을 고를 때는 아이가 원하는 책과 부모가 고르는 책의 비율이 반반이면 좋은데 아까 말씀드렸듯 책을 고르는 원칙(만화책이 안 된다던지, 환타지가 안된다는 약속은 처음부터 정하면 좋겠지요.) 을 분명히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반론은 많이 있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만 실제 많은 아이들과 접하며 느낀 것인데 흥미 위주로만 만들어진 책에 대한 선택권이 처음부터 자녀에게 자유롭게 무제한 쥐어지게 되면 다른 책으로 전이가 쉽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놀이공원에서 놀이기구만 타는 즐거움만 알게 된 아이들은 다소 심심하고 생각하며 보아야 하는 박물관이라던지 설명회는 관심없어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박물관과 미술관의 소소한 즐거움을 알고 놀이공원도 가본 아이들은 둘 다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지요.
다시 말하면 좋은 책을 먼저 많이 접하여 읽어 본 아이들은 그 뒤로 만화책을 읽어도 이미 형성된 좋은 책에 대한 기분 좋은 기억을 쉽게 지우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화나 환타지를 읽어도 다른 책들을 같이 읽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됩니다.
만화책은 초등 올라가면 자발적이던 아니던 여기 저기서 보게 됩니다. 굳이 유아기부터 접하게 할 필요는 없어요. 특히 학습적 목적을 위해 읽히는 학습 만화의 경우 부모님들이 먼저 찾아 읽히실 때가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위에 말씀드린 상황 때문에도 반대이고,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 연속적 시각을 자극하는 그림도 권하는 바는 아닙니다.
우리가 집착하는 도서 목록도 그리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특히 연령이 어릴수록 관심사와 호기심이 더 중요한 권장 목록입니다. 권장도서는 아이가 전혀 표현하지 않거나 아이 입장이 없을 때 두 번째로 선택해야 하는 기준이지 아이 의사가 분명하다면 권장도서 목록에 얽매일 필요가 절대 없다는 뜻이에요.
마지막으로 읽어주기에 관한 보석 같은 진리를 말씀드립니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는 두 가지 문화가 있습니다.
가정 내 책읽는 시간이 규칙적으로, 마치 가족이 함께 밥 먹는 시간처럼 자연스럽게 있어왔던지, 아니면 어릴 때부터 읽어주던 부모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 왔다는 것이지요.
청소년기가 되었을 때 읽어주기가 뭐 하다 싶으면 같은 책을 읽고 한두마디 나눠보는 정도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보통 아무 노력 없이 쉽게 읽히는 책을 가로 읽기란 표현을 쓰고 생각을 하며 두고 두고 곱씹어서 이해해야 하는 책을 세로 읽기란 표현을 써서 말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책을 읽는 수준이 서서히 이동해 가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사선 형태가 아니라 계단처럼 머물렀다 올라가고 한동안 머물렀다 올라가게 됩니다.
한글을 알고 모르고와 상관없이 머물렀다 올라가는 지점에서 부모님의 읽어주기가 동반되면 다음 단계로 책을 읽는 것이 아이 입장에선 훨씬 수월해 집니다.
요즘은 자녀에게 좋은 학습 습관을 물려주기 위해 책을 의도적으로 읽히는 부모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아이들도 눈치 빠르게 부모의 의도를 읽어내며 그에 맞는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연령이 올라가며 가족내 문화인 것과 아닌 것, 특히 어떤 목적을 위해 부모가 노력하는 것을 귀신같이 골라내는 능력이 생깁니다. 그래서 아이에겐 삶을 풍요롭게 하는 독서가 아닌 공부해야 하는 짜증나는 독서가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지요.
독서 습관...
공부나 성적과 상관없이 연령이 올라가며 꾸준히 갖고 가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요?
이상은 현장에서 부모님들이 가장 책에 대해 궁금해하고 알고 싶어하는 부분을 나름 정리해 쓴 것입니다. 물론 학문적 논의나 효과에 대해 결론이 난 것들이 아닌 허접한 제 생각입니다. 게다가 어떤 면에선 독서 전문가가 권한 방법과 반대되는 논도 있습니다.
긴 글이 민폐가 되지 않도록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참고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