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해

상담넷
202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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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해”라고 말해요

 

새해가 되었고 결심한대로 피아노 학원을 찾았다. 치고 싶은 곡을 물으셔서 20년 전에 사뒀던 악보를 내밀자 선생님은 유물을 본 듯 놀랐다. 집에서 가까운 피아노 학원을 두고 왜 여기까지 왔는지도 궁금해 하신다.

“부끄러워서요.”

내 실력이, 나이가, 피아노를 향한 나의 짝사랑. 모든 게 부끄럽다.

 

피아노 수업은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혼자서 즐기면서 칠 때와 다르게 손가락 번호, 악상기호, 박자를 철저히 지켜야 한다. 짧은 순간 처리해야할 정보가 많아서 집중력이 필요하다. 마스크 안으로 땀이 찬다. 선생님은 고쳐야할 부분을 지적하며 노트에 기록해주신다.

 

“이 부분을 연습하세요. 그리고 연습하실 때 천천히 치셔야 해요. 천천히 정확하게. 그러다가 점 점 속도를 낼 거 에요. 처음부터 빨리 치려고 하시면 안돼요.”  

당연한 말씀이지만 지키기 쉽지 않다. 마음이란 게 조급해지기가 쉬운지, 속도를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나도 모르게 급해져서는 손가락이 꼬이고, 손가락 하나도 뜻대로 안 된다는 사실에 짜증이 난다. 그럴 때마다 몸이 생각을 따라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건 당연하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아이 생각이 났다. 어른의 세상에서 매 순간 새로운 걸 배우느라 애쓰고 있는 아이에게 “천천히 해.”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는지를 떠올려 봤다. “천천히 해도 돼. 엄마가 기다려줄게.”이런 말을 언제 했을까? 기억도 나지 않는다.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사계절,2020)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어린이 글쓰기 교사인 저자가 운동화 끈을 묶기 힘들어하는 아이를 도와주려고 하자 아이가 하는 말이다. “어른은 빨리 할 수 있고, 어린이는 시간이 걸리는 것만 달라요.”

 

올 한해는 아이에게, 배우고 익히는 모든 이에게 “천천히 하세요.” 라고 말하기를 연습해야겠다. 나에게도 천천히 하라는 말을 자주 해야겠다. 그런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넓어진다.

  

-새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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