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지치기

상담넷
2021-10-31
조회수 452

영화 [오징어게임]을 보셨나요? 얼마전 전세계 인구로 계산했을 때 76명중 1명이 시청했다는 수치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너무 잔혹하고 잔인한 장면이 많다는 얘기를 듣고 아직 시청 전입니다.

 

요즘 아이들 놀이중 어떤 것은 예전부터 해왔던 놀이도 있습니다.  '오징어게임'을 많이 이야기 하니 제가 근무하는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딱지치기를 하면서 발생한 에피소드를 얘기하고자 합니다.

 

체육활동을 좋아하는 한 아이가 잔뜩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수업에 참여하는 모습에 살짝 어디가 불편한지 물어보았습니다. 걱정되는 일이 있다고 하는 겁니다. 지금 얘기할지, 체육수업이 끝나고 얘기할지 물어보니 지금 얘기하고 싶다고 하여 한쪽으로 나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루 전 딱지치기를 했는데, 자기한테는 딱지가 없어서 빌려서 하게 됐으며, 빌린 딱지를 다 잃어서 갚아야 하는데, 같이 딱지치기를 한 형과 동급생이 빨리 갚으라며 으름장을 놓아서 너무 걱정된다는 것이였습니다. 몇장이냐고 물으니 18장이라고 했습니다. 집에도 딱지가 없기 때문에 한 장에 500원 하는 딱지를 사서 줘야 하는데 돈도 없다면서 걱정이 한가득 이였습니다. 그런데 빌려서 한 본인의 실수에 대한 후회는 없고, 갚으라고 한 아이들의 부당함과 자신의 억울함만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평소에도 마음이 여리고 장난스럽지만 자신의 주장을 크게 말하지 않는 아이였기에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걱정스러워 하며 불안해 하는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샘과 같이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니, 안정감을 찾은 듯 체육수업에 참여하였습니다.

 

금요일, 프로그램으로 꽉찬 하루가 마무리 되고, 석식이 끝난 후 빌려준 아이와 이야기를 해 보았습니다. 먼저 딱지치기를 한 상황에 대해 설명해 줄 수 있냐고 하니, 누구한테 이야기를 들었냐고 되묻더군요. 듣긴 들었는데 너의 입장도 궁금해서 듣고 싶다고 했습니다. 이야기는 이러했습니다. 처음에는 세장을 빌려주었는데 다 잃고 나서, 또 빌려달라고 해서 꼭 갚아야 한다고 했더니, 알았다며 따서 주겠으니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준 것이 18장이 되었다는 겁니다. 다 듣고 그렇게 된거구나 하면서, 그런데 빌린 친구가 좋아하는 체육시간이 괴로울 정도로 어떻게 갚아야 할지 걱정이 많다고 하자, “저한테는 그렇게 걱정된다고 하지 않았어요. 갚겠다고만 해서 그러라고 한거에요”라고 합니다. “만약 빌린 아이가 고민을 너에게 얘기하면 어떻게 할 것 같니?”라고 했더니 “그러면 깍아주죠, 10장으로!”라고 합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어서 고마운데, 빌려 간 아이도 갚을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하니까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아”라고 하자, 알았다고 합니다.

주말이 지나 월요일 빌려간 아이에게 “빌려준 아이에게 솔직히 걱정스럽다고 이야기를 해 보자”고 했고, 처음에는 말하는 것을 힘들어하더니 용기를 내서 말했습니다. 빌려준 아이는 저에게 말 한데로 깍아주지요.

빌려간 아이는 무언가 문제가 해결 되어지고 있다는 안도감과 용기를 내서 말한 자신을 뿌듯해 하는 것도 같은 밝아진 얼굴로 저에게 와서 이야기를 합니다. 그래서 용기내서 말한 것을 칭찬해 주고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거니?”라고 묻자 다시는 빌려서 하지 않을 것이고, 깍아줘서 고맙고, 자기한테 한 장이 있으니, 한 장을 일단 갚고 9장에 대해서는 엄마한테 도움을 요청해 보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갚아줄 수 없다고 하셨고, 더 이상의 으름장은 없었지만 갚기는 해야 한다고 한 번씩 이야기는 오가면서 2주가 흘렀습니다. 2주 사이에 놀이터에 갈 때 가방을 들어주는 것으로 4장을 깍아주어 5장이 되었습니다.

10월이 빌려간 아이의 생일이였고, 빌려간 아이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센터에서 생일 맞은 아이가 먹고 싶어하는 음식을 준비해 주는 것을 활용해 빌려준 아이가 먹고 싶은 것으로 딱지를 차감하면 어떻냐는 것이였습니다. 그러면 그렇게 해 보라고 하자, 빌려준 아이는 괜찮다고 하면서 그냥 5장을 차감해서 갚을 것이 없는 것으로 하자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딱지이야기는 끝이 났습니다.

 

센터에서 아이들을 보면서 많이 배웁니다.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을 때 시시비비를 따지지 말자는 원칙을 세운 뒤로 아이들의 생각을 더 듣게 되었습니다. 3주동안 두 아이들은 큰 부딪침 없이, 간혹 주변에서 갈등을 부추기는 일을 차단하며 스스로가 방법을 찾고자 했고, 시간이 걸렸지만 해결을 했습니다. 저는 안테나를 세우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만 관심 갖고 지켜보는 것입니다. 빌려준 아이가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에, 그 아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빌려간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말이지요. 빌려준 아이가 쑥스러워 하며 별일 아니였다는 듯이 인사를 하고 하원을 하는데 울컥 한 것은 저의 오버일까요?

 

하루하루 변수가 많이 발생하는 센터 생활은 활력소가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때때로 힘들때도 있지만 그렇기에 서로가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들 사이의 놀이와 그 안에서 이뤄지는 역동적인 관계는 어느날 문득 붉게 물든 가을 산을 바라보는 것처럼 놀랍기도 하고 감동을 받기도 합니다.

 

[오징어게임]을 보기는 봐야겠습니다. 센터에서 아이들이 동그라미, 세모, 네모를 그려서 이게 뭔지 아시죠? 라는 질문에 뜸을 들이자, [오징어게임] 안보셨어요? 하는데 왠지 봐야 아이들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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