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한 명 한 명 빛나야 한다

상담넷
2020-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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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면서 제일 부러웠던 사람이 아이들 입시를 다 끝낸 선배엄마들이었다. 그런데 어느덧 나도 막내가 고등학교 졸업반이 되어 그 부러웠던 엄마가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돌아보면  부모로서 아쉬움이 많은 시간들이었지만 대한민국 학부모로서는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었다. 


그런데 수능이 얼마 남지 않으니 큰 아이 수능 날 느꼈던 감정이 다시 떠오른다. 그날 아침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아이와 잔뜩 긴장된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시험장으로 가는 길에는 학교가 많아 여기 저기 늘어선 차들이 보였고, 도로 곳곳에는 교통경찰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마치 온 세상이 이 날을 위해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겨우 아이를 시험장에 들여보내고 돌아오는 차안에서 조금씩 긴장이 풀리기 시작하자 창 밖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능시험을 위해 잠시 멈췄던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듯한 모습이 네게는 비정상적으로 느껴졌다. 문득 오늘 시험을 보지 않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래, 모든 아이들이 수능을 보는 것도 아니고 모든 아이들이 대학을 가는 것도 아닌데 잠시 그것을 잊고 있었다. 그 아이들에게 오늘은 어땠을까?


나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꼭 대학에 가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고 그렇게 말해왔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단지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고졸 청년을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지금과 같은 교육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를 알기에 예전처럼 그런 말을 가벼운 마음으로 하지는 못한다.


아이들이 자라고서 실제로 입시에 점점 가까워지고 내 아이가 일반고를 졸업하고 바로 사회에 나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피부로 와 닿는 순간 깨닫게 되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대학은 꼭 가야할 필요 없고, 사회 경험을 하다가 네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더 배우고 싶을 때 그때 대학에 가도 된다고 말해주면서도 정작 우리 사회에서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진짜로 알지는 못했다는 것을 말이다.


10명 중 3명이 대학을 가는 세상에서 대학 밖 20대는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되고, 저임금∙ 불안정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막연히 ‘힘들지만 나와 내 아이들이 함께 열심히 살아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보인다. 이런 사회에서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줄 세우고 차별하는 사회에서는 모두가 열심히 해도 구조적으로 뒷줄에 서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고, 모두가 행복할 수 없다. 과연 이런 사회에서 뒷줄에 선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열심히 해도 나나 내 아이 또한 어느 날 그 뒷줄에 선 사람이 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은 그대로 둔 채 아이들에게만 대학을 가지 않아도 너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말이다. 마치 학교 교육은 변화가 없는데 아이에게 너만 열심히 잘하면 된다고 모든 책임을 아이에게 떠넘기는 것처럼 말이다. 매번 어리석게도 깨달음은 늦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서야 교육문제를 제대로 보게 되고, 막상 내 아이가 고졸 청년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로 와 닿을 때가 되어서야 우리 사회의 차별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니 말이다. 내가 좀 더 일찍 깨달았다면!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무엇이라도 해왔더라면 아이들에게 조금 덜 미안했을 텐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네 속도와 방향에 맞춰 다양한 삶을 살아가도 괜찮아!” 라고 자신 있게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모든 아이들이 차별 받지 않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되는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출신학교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 동참하고, 대학서열을 없애는 일에 관심 갖고 지지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일에 함께 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나는 개인의 특성이 셀 수 없이 다양하다고 확신한다.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어떤 사람도 ‘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한 병 한 명 빛나야 한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별들이 하늘에서 빛나는 것처럼..... ” - 바실리 수호물린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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