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드는 지옥

상담넷
2023-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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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에 입대한 큰 아이가 어제 두 번째 휴가를 나왔다.

부대 근무 상황을 화이트보드까지 이용해 설명하는 큰 아이와의 본격 수다 타임이 시작되었다.

 

아이의 군 생활 이야기 후 드디어 나의 시간!

 

"네 동생일로 그동안 많이 심란했거든. 이 시간까지 자고 있잖아! 재수생이 공부도 알아서 하면 좋겠고, 본인 건강도 챙기면 좋겠는데 말이야. 혼자하기 힘들면 학원이나 과외 도움도 받고 말이야. 근데 다 싫다고 하고, 자기가 다 알아서 하겠다고만 하는데... 너도 공부해봐서 알지만 쉬운 일이 아니잖아. 옆에서 매일 보고 있자니 속이 터지려고 해. 이해되지? 공감되지?“

둘째 아이에 대한 그동안의 속상한 마음을 훌쩍 자란 첫째로부터 공감받고 싶었나보다.

"답답한 마음에 법륜스님 영상을 하나 보게 됐어. 60정도 된 아저씨인데 '전 O형이고 아내는 A형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아침마다 과일 이것저것 넣어 갈아줘요. 그게 영 맘에 들지 않거든요. 뭔가 팍팍 씹어 먹어야 먹은 것 같거든요. 아내가 자기 먹고 싶은 대로 아침을 차려주니, 제가 화가 안 나겠어요?' 라고 말하더라고."

이 말을 들은 첫째는 ‘근데 여기서 혈액형 얘기가 왜 나오는 거야?’ 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 아저씨한테는 엄청 중요한 지점이었던 게 아닐까 싶어. 아내가 A혈액형이라서 자기 밥을 그렇게 차려준다고 생각을 하든 아니면 자기와 다른 혈액형이라 그런다고 생각을 하든 그 아저씨한테는 혈액형이 중요한 요소인 건 분명한 것 같아."

 

첫째 왈, "엄마, 나는 그 아저씨 맘이 좀 이해가 되는데?" 한다.

"이왕 밥을 차려줄 거면 상대가 먹고 싶은 걸로 차려주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역시 사람마다 생각의 관점이 다르니까 그렇게 이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긴 하다.

법륜스님의 답을 궁금해 하는 아들에게 "스님은 ‘그럼 안 되지. 차려주는 대로 먹든가 아니면 자네가 먹고 싶은 대로 씹히는 게 많은 걸로 차려서 아내한테도 먹으라고 하든가 그래야지. 요즘에 그런 일로 화를 내면 누가 말을 듣겠는가 말이야.’ 법륜스님은 여러 쓴 소리를 하셨지만 그 아저씨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눈치였어.”

 

법륜스님의 답을 들은 첫째는 조금 동의도 되지만 역시 남편이 원하는 대로 밥을 차려주면 좋겠다고 했다.

 

"사연이 하나 더 있었는데 아줌마의 사연이야. 고등학생인 딸이 사는 게 괴롭고, 하고 싶은 것도 하나도 없어 힘들어해서 미술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데, 남편은 그런 딸을 보면서 마음을 강하게 먹고 정신을 차리면 되지. 심리치료가 뭔 소용이냐고 하나 봐. 딸과 남편의 사이에 낀 본인의 상황이 너무 답답하다는 사연이었어."

 

그 사연의 아줌마는 세 식구가 식탁에 앉아 즐겁게 식사하는 날만 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한다는 말에 아들은 사연에 나오는 아빠와 딸의 입장이 너무도 이해가 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이런 어른을 보면 화가 났는데 이제는 왜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되고, 나이가 들고 경험치가 쌓이면서 이해되지 않던 것이 이해되게 되는 일이 생긴다고 했다. 너라면 어떤 말을 해주겠냐는 말에 해답을 주기가 너무 어렵다며 법륜스님은 뭐라고 답했는지 궁금해했다.

 

"자네, 참 허황된 꿈을 꾸고 있네. 욕심이 너무 과하다고. 지금 딸은 살기 싫다고 하고 남편은 그런 딸을 보면서 화를 내고 있는데 세 사람이 오손도손 같이 밥 먹을 걸 꿈꾸니까 자네 마음이 지옥인 거잖아. 그저 딸이 오늘 하루도 잘 살고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 남편은 딸을 때리지 않고 말로만 화를 내니까 감사하다고 생각해야지. 그러니까 이만해서 참 다행이다 하고 생각하면 자네 맘이 편할 거 아닌가."

 

스님 답변을 큰 아이에게 말하면서 솔직한 내 생각까지 전달했다.

"스님 이야기 듣고, 엄마도 번쩍하고 정신이 차려지는 거야. 엄마가 만약에 네 동생에 대한 고민을 법륜스님에게 보내면 분명히 스님께선 엄마한테 ‘자네, 참으로 허황된 꿈을 꾸고 있네. 그러니까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자네 욕심이 문제로구먼 그걸 아직도 모르겠는가?’ 라고 호통을 치시는 것 같더라고. 상황이 문제가 아니고 내가 가지는 기대랄지 욕심이랄 지가 문제였던 거지. 그래도 너랑 이런 이야기를 좀 하고 나니까 맘이 한결 좀 가벼워진다. 고마워, 이야기 들어줘서."

 

모든 상황을 하나의 답으로 꿰뚫어 버리는 법륜스님의 설법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도 물론 있긴 하다. 하지만 나처럼 힘든 순간, 고민의 기저는 무엇인지 생각하고 내가 살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하는 명쾌함이 있다. 물론 그 생각이 마음에까지 닿아야만 행동과 감정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단서조항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긴 수다타임 덕분에 12시 반을 훌쩍 넘어 일어난 둘째 아들까지 셋이서 오순도순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이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허황된 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또 뭉클한 감사함이 밀려든다. 어느덧 엄마의 이야기에 공감도 하고, 자신의 의견도 나눌 정도로 성장한 첫째 아들을 바라보니 또 뭉클하다. 아들! 다음 휴가는 언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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