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 중인 유튜브의 여러 채널 중 <플라톤아카데미 TV>에서 오랜만에 알람이 울렸다. ‘세계가 인정한 괴테 전문가’라는 별칭을 갖고 계신 전영애 교수님의 에피소드였다. 그런데 에피소드의 제목이 ‘세상을 향한 못다 한 마음’이라는 것을 보고 괴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듯했다. 궁금한 마음에 얼른 클릭했다.
내가 전영애 교수님을 알게 된 계기는 당연히 ‘괴테’였다. 괴테의 문학보다는 내가 하는 강의 주제 중 색채론에 관한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분야가 있는데 색채론을 공부하다 보니 괴테가 『색채론』을 출간한 걸 알게 되었고, 책을 사서 읽다 보니 해석이 필요한 내용이 있어서 독일 문학 전공 교수님의 강의를 검색해서 듣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교수님을 거쳐 괴테의 파우스트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전영애 교수님의 강의까지 듣게 된 것이다.
동영상을 보면서 교수님의 모습과 어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깜짝 선물처럼 느껴졌다. 30분 정도의 강의 내용 중에서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교수님 말씀 중 몇 문장을 공유하고 싶었다.
“마지막 수업에 제자들한테 ‘글 배워 책 읽었거든 바르게 살라’고 했어요.
내가 무엇을 알겠나, 다른 사람이 더 많이 알지 않겠나, 공공의 것이 무엇인가? 내가 내 걸 내세워서 되겠는가 이런 염치가 급속도로 사라지는 것 같아서.
남 필요한 것도 좀 바라보면서 남들 보면서 그게 이루어져야 공동체가 이루어져 가지”
“수학 문제하고 달라서 인생의 문제, 사회의 문제는 답이 없어요. 정답이 없어서 그 문제가 무엇인가를 우리가 좀 정확하게 보면 그나마 좀 감당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문제를 없애지 못합니다. 우리나라가 그 어느 나라나 사회보다도 우리가 아주 빠르게 기술적으로 또 자본에 있어서 물질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기계나 물질하고 다릅니다. 그러니까 뭔지 모르는데 산사태처럼 일들은 터지고 이러니까 다들 무기력하게 있는데 우선 자기가 좀 바로 서야 하고, 서는 방법 중에 아주 중요한 게 주변을 둘러보는 일입니다.”
“세상에 ‘치 癡’ 중에서 음치는 뭐 아무 해롭지 않고 자기 노래 못 불러 답답할 따름이고, 주치(酒癡)도 괜찮아요, 술 못 먹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고통치(苦痛癡)는 정말 곤란하다. 남이 괴롭고 아픈 것을 모르는 것은 문제이고 심지어 범죄가 될 수도 있다.”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왜인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이 왜 들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 순간이 마치 선물을 포장한 포장지도 선물이듯 예쁜 포장지처럼 작은 선물로 느껴졌다.
공부방을 정리한 지 1년이 넘었다. 공부방을 정리하고 나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1년 넘는 시간을 바쁘게 달려왔다. 올 12월은 그나마 덜 바빠서였는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고 공부방을 할 때와 안 할 때의 나를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이들에게 늘 하던 잔소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친구를 대해야 하는지, 공공의 질서를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등 내 학생이 세상을 살아갈 때 좋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맘으로 잔소리했다. 그러면서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공부방을 운영하지 않는 지금의 나는 어떤가 하는 잠깐의 사색 시간도 가져보았다.
더구나 최근 AI를 주제로 강의 기획을 하면서 많은 책을 읽고, 자료와 동영상을 보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기회가 될 때 지금의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어른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서 방법을 찾아보았는데 많지 않았다. 책 아니면 동영상인데 요즘 세대에게는 둘 다 접근이 어렵다. 책 읽기를 어려워하고, 긴 시간의 동영상을 보기 힘들어하는 세대라고 한다. 더구나 대부분의 강의는 무엇을 잘하기 위한 조언, 혹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내용이 많았다. 능력주의 사회가 보여주는 조금은 서글픈 현상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기에 전 영애 교수님 강의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았나 보다.
이 위로에 힘입어 올 겨울에는 당장 급히 읽어야 할 책들보다 당장은 필요 없지만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몇 년 전에 사놓고 읽지 못했던 신화의 고전인 『오뒷세이아』, 『일리아스』, 『변신 이야기』를 읽는 것이다. 그리고 전영애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여백 서원>에 있는 젊은 괴테의 집도 방문하고, 괴테 도서실에서 책도 읽으며 괴테와 친숙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색채학』 화자로서의 괴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과학자를 질투하는 문학가의 심정을 많이 드러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괴테를 사랑한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호기심에서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독 중인 유튜브의 여러 채널 중 <플라톤아카데미 TV>에서 오랜만에 알람이 울렸다. ‘세계가 인정한 괴테 전문가’라는 별칭을 갖고 계신 전영애 교수님의 에피소드였다. 그런데 에피소드의 제목이 ‘세상을 향한 못다 한 마음’이라는 것을 보고 괴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듯했다. 궁금한 마음에 얼른 클릭했다.
내가 전영애 교수님을 알게 된 계기는 당연히 ‘괴테’였다. 괴테의 문학보다는 내가 하는 강의 주제 중 색채론에 관한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분야가 있는데 색채론을 공부하다 보니 괴테가 『색채론』을 출간한 걸 알게 되었고, 책을 사서 읽다 보니 해석이 필요한 내용이 있어서 독일 문학 전공 교수님의 강의를 검색해서 듣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교수님을 거쳐 괴테의 파우스트를 너무나 사랑하시는 전영애 교수님의 강의까지 듣게 된 것이다.
동영상을 보면서 교수님의 모습과 어투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깜짝 선물처럼 느껴졌다. 30분 정도의 강의 내용 중에서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은 교수님 말씀 중 몇 문장을 공유하고 싶었다.
“마지막 수업에 제자들한테 ‘글 배워 책 읽었거든 바르게 살라’고 했어요.
내가 무엇을 알겠나, 다른 사람이 더 많이 알지 않겠나, 공공의 것이 무엇인가? 내가 내 걸 내세워서 되겠는가 이런 염치가 급속도로 사라지는 것 같아서.
남 필요한 것도 좀 바라보면서 남들 보면서 그게 이루어져야 공동체가 이루어져 가지”
“수학 문제하고 달라서 인생의 문제, 사회의 문제는 답이 없어요. 정답이 없어서 그 문제가 무엇인가를 우리가 좀 정확하게 보면 그나마 좀 감당을 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문제를 없애지 못합니다. 우리나라가 그 어느 나라나 사회보다도 우리가 아주 빠르게 기술적으로 또 자본에 있어서 물질에서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화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사람은 기계나 물질하고 다릅니다. 그러니까 뭔지 모르는데 산사태처럼 일들은 터지고 이러니까 다들 무기력하게 있는데 우선 자기가 좀 바로 서야 하고, 서는 방법 중에 아주 중요한 게 주변을 둘러보는 일입니다.”
“세상에 ‘치 癡’ 중에서 음치는 뭐 아무 해롭지 않고 자기 노래 못 불러 답답할 따름이고, 주치(酒癡)도 괜찮아요, 술 못 먹어도 괜찮아요. 하지만 고통치(苦痛癡)는 정말 곤란하다. 남이 괴롭고 아픈 것을 모르는 것은 문제이고 심지어 범죄가 될 수도 있다.”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왜인지는 모르지만,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조금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이 왜 들었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 순간이 마치 선물을 포장한 포장지도 선물이듯 예쁜 포장지처럼 작은 선물로 느껴졌다.
공부방을 정리한 지 1년이 넘었다. 공부방을 정리하고 나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1년 넘는 시간을 바쁘게 달려왔다. 올 12월은 그나마 덜 바빠서였는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고 공부방을 할 때와 안 할 때의 나를 차분히 정리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아이들에게 늘 하던 잔소리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친구를 대해야 하는지, 공공의 질서를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 등 내 학생이 세상을 살아갈 때 좋은 사람이기를 바라는 맘으로 잔소리했다. 그러면서 잔소리를 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공부방을 운영하지 않는 지금의 나는 어떤가 하는 잠깐의 사색 시간도 가져보았다.
더구나 최근 AI를 주제로 강의 기획을 하면서 많은 책을 읽고, 자료와 동영상을 보면서 ‘인간의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기회가 될 때 지금의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어른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서 방법을 찾아보았는데 많지 않았다. 책 아니면 동영상인데 요즘 세대에게는 둘 다 접근이 어렵다. 책 읽기를 어려워하고, 긴 시간의 동영상을 보기 힘들어하는 세대라고 한다. 더구나 대부분의 강의는 무엇을 잘하기 위한 조언, 혹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관한 정보를 알려주는 내용이 많았다. 능력주의 사회가 보여주는 조금은 서글픈 현상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기에 전 영애 교수님 강의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았나 보다.
이 위로에 힘입어 올 겨울에는 당장 급히 읽어야 할 책들보다 당장은 필요 없지만 읽고 싶은 책을 읽어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몇 년 전에 사놓고 읽지 못했던 신화의 고전인 『오뒷세이아』, 『일리아스』, 『변신 이야기』를 읽는 것이다. 그리고 전영애 교수님이 운영하시는 <여백 서원>에 있는 젊은 괴테의 집도 방문하고, 괴테 도서실에서 책도 읽으며 괴테와 친숙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색채학』 화자로서의 괴테는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과학자를 질투하는 문학가의 심정을 많이 드러낸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괴테를 사랑한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하는 호기심에서다.
이런 시간을 보내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