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도와주는 사람들

상담넷
2020-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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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2층에 산다.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층일 수도 있지만, 집 창문으로 보이는 나무와 놀이터가 좋아서 이 집이 참 마음에 들었다. 주방 쪽 방향으로 놀이터가 있다. 아이들 노는 소리가 시끄럽지 않냐 물어보는데, 시끄럽긴 해도 그 소리가 듣기 싫은 적은 별로 없다. 아이들 노는 소리와 새소리, 벌레소리가 좋다.

   “꼬양아(가명)” 딸의 친구들이 밖에서 부른다. 아이는 그 소리를 듣고 창밖을 내다보며 손을 흔들기도 하고, 시간이 되면 쪼르르 내려가 놀기도 한다. 작년에 한참 학교를 가기 싫어해서 아침마다 힘들었다. “꼬양아 (학교 가자)”라고 친구들이 부르면 신기하게도 아이는 가방을 메고 허겁지겁 내려갔다. 친구들 덕분에 우리는 그 시기를 지날 수 있었다.

   윤이형의 소설 '붕대 감기'를 읽었다. 직장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쳤던, 그래서 동네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책 읽는 시간을 선택했던 은영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은영의 아들 서균이가 아프다. 의식이 없이 병원에 입원 중인 서균. 고립된 은영은 “서균이는 좀 어때요?”라고 누군가 물어봐주길 간절히 원한다.

   책을 읽다가 대학시절 기숙사 생활 생각이 났다. 늦잠 자면 "새힘아. 너 오늘 1교시 수업 아니야?" 아침밥 먹으라고 깨우는 언니들이 있었다. 기숙사 내 방문을 ‘똑똑’ 두드리며 수업 가자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들이 내게 말 걸어주지 않았다면, 나는 아침을 굶고 늦잠을 자고, 수업에 지각이나 결석을 하며 어차피 이렇게 된 거라며 한 학기를 통째로 날렸을지도 모르겠다. 서울이란 낯선 곳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니까, 자연스럽게 서로를 챙겼다. 연대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다.

   내 기숙사 방에 들러 나를 부르던 친구들. 딸아이의 방 창문 아래에서 아이를 부르는 친구들. 걱정하며 안부를 묻는 사람들. 고마운 사람들이다.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나를 도와주는 존재를 헤아려본다. 그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우리가 있다.


"그러나 나는 그녀를 걱정하고 있었고, 그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굳이 물어보았다. 나 역시 누군가가 그렇게 물어주기를,

종종 장미가 비를 기다리듯이 기다리게 되므로." p.56 윤이형 ‘붕대감기’


- 새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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