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 자녀와 함께 살기

상담넷
2024-08-26
조회수 108

내가 속해 있는 <총·균·쇠> 낭독반, 수영 강습반, 상담넷 모임에서 만나면 특별히 반가운 사람이 있다. 바로 중2 자녀를 둔 엄마들이다. 아이가 중2라고 말하는 순간 느껴지는 공감대가 있다. 당신도 살려고 여기 나왔구나. 그래 이거라도 하면서 숨을 쉬어야지. 끄덕끄덕. 실제로도 이렇게 말한다. 애 보면 너무 답답해서 (내 살길 찾으려고) 집을 나왔다고. 오죽하면 집에서 애 보는 것보다 수영장 20바퀴 도는 게 더 낫겠는가. 수영장은 나에게 인공호흡기 역할을 한다. 수영장에서 숨을 제일 잘 쉬는 듯. ㅎㅎㅎ 고등학생 이상 자녀를 둔 분들은 "아유, 그때는 애 웃는 모습을 볼 수가 없었어요. 그 시기 지나면 좀 나아져요"라며 위로를 한다. 맞다. 그런 이야기도 참 고맙다. 위로가 된다.

 

 학원에서도 중2가 제일 다루기 힘들었다. 그들은 이미 표정부터 어둡다. 말 걸기도 조심스럽고 약간 밉상이기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만났던 아이들은 학원도 꼬박꼬박 나오고 숙제도 해왔으니 그만하면 참 괜찮은 중2였다. 극강의 중2는 학원에서 만날 수가 없다. 우리 집 중2처럼.ㅋㅋㅋ 우리 집 중2는 예체능 학원은 열심히 다니니 그나마 다행이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은 욕구와 채워지지 않은 의존 욕구 사이에 갈팡질팡이고 나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몰라서 힘들다. 뜬금없는 봉변으로 영혼이 털리기 일쑤이고 자주 번민에 빠진다. 인스타그램에 뜨는 법륜스님 말씀이 위로가 되어 캡처해 두곤 했는데 이참에 9월에 개강하는 정토 불교 대학 등록했다.


상담도 하고 있다. '양육 고민'에 대한 상담을 받아준다는 글귀를 보고 이거다 싶었다. 보건소와 지자체 산하 기관에서 제공하는 상담을 하고 있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우선 스스로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게 되었다. 가령 나는 기질적으로 순하고 무던한데 이게 장점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다. 예민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 영향을 덜 받고 대체로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고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어렵지 않다. 그런데 한 번도 이런 점이 장점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예민했던 엄마 앞에서 둔감한 나는 위축됐다. 예민함이 무던함 보다 우월한 능력이라고 여겼다. 이런 오해가 성장과정에서 엄마에게서 온 것이라면 좋은 기질 또한 엄마 뱃속에서 특별한 노력 없이 가지고 태어난 것이니 엄마 덕이다.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이만하면 엄마가 나를 참 괜찮은 사람으로 낳아서 길러줬구나 싶으니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있는 줄도 몰랐던 두둑한 통장을 발견한 기분이랄까? 곳간에서 인심 나듯이 내 마음에 여유가 조금씩 생기는 거 같다.

 

아이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상담사에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며 아이의 만행을 들려주면 그래도 그만하면 괜찮은 편이라고 말씀해 주시니 안심도 된다. 나와는 정반대인 아이의 기질에 관한 설명을 들으니 답답하기만 했던 아이가 이해되면서 아이가 처한 어려움을 상상해 보기도 한다. 아이는 나와 반대로 매우 예민하고 그래서 쉽게 방전된다. 아이에게 안쓰러운 마음도 생기고 "사랑하기 힘들 때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어느 책의 글귀를 종종 떠올린다.

 

 남편이 애쓴다며 내게 생일 선물을 사줬다. 필요한 선물이 아니였지만 나의 고생을 알아주는 그 마음은 고마웠다. 혹시 이 글을 읽으시는 중2를 둔 아빠들은 중2의 도발과 발악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는 아내에게 고맙다고 표현해 주시길.


찬바람이 불어오면 중2 병도 한풀 꺾인다고 하니 이제 얼마 안 남았겠지?



■ 글. 노워리상담넷 상담위원 송미소

학원에서 10년간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운동과 글쓰기를 꾸준히 하며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도 잘한다. 등대지역모임, 노워리 상담넷을 거치며 든든한 친구를 얻었다. 중학교 2학년 딸을 둔, 호기심만큼이나 걱정도 많은 엄마이다.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ㅣ사업자번호 356-82-00194ㅣ공동대표 신소영 나성훈

ㅣ이사장 송인수 ㅣ (04382)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62길 23 유진빌딩 4층

ㅣ문의 02-797-4044 noworry@noworry.kr개인정보처리방침

호스팅제공자 : (주)누구나데이터 | 개인정보보호 관리 책임자 : 김용명 | 팩스 : 02-797-4484

Copyright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All Right Reserved.


사단법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사업자번호 356-82-00194 ㅣ 대표 신소영, 나성훈

호스팅제공자 : (주)누구나데이터 | 

개인정보보호 관리 책임자 : 김용명 

| 팩스 : 027974484

개인정보처리방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