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영어 학원이 힘들다고 해요. 쉬겠다고 하는 데 괜찮을까요?

상담넷
2021-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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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중학교를 진학한 아이가 있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아이가 몇 주 전부터 영어 학원가는 날만 되면 배가 아프다고 해요. 이런저런 얘기를 해보다 계속 보내는 건 안 되겠다 싶어서 쉬기로 했어요. 너무 힘들어하는 데 억지로 보냈다가 질려버리면 어쩌나 걱정도 되었어요. 아이는 쉬게 되었다고 너무 좋아하는 데, 저는 한편으로 걱정스러워요. ‘쉬는 동안 다른 아이들보다 뒤처지게 될 텐데 말이죠. 다시 보냈을 때 너무 차이가 나서 진도를 못 따라가면 어쩌지?’ 불안해요.”

나는 아이가 어느 부분을 가장 힘들어하는지 물어보았다.

“학원을 갈 때마다, 매번 230개의 단어 시험을 치는 데, 이게 가장 힘들데요. 제가 도와주고 외워 가면 좀 낫긴 하던데 혼자서는 버거워 해요.”

 

과제로 나오는 230개 단어가 수업에 어떻게 쓰이는지를 물었다.

동생은 모른다고 했다.

 

“하긴, 나도 그때는 몰랐어.  그냥 수업에 사용하는 단어들인가 보다 하고 생각하며 꼭 외워가기를 막연히 기대했지.  못 외워서 수업 마치고 재시험을 치고 오는 날이면, 숙제를 좀 잘해서 가지 그랬냐고만 생각했어.

아마 230개의 암기해야 할 단어의 절반은 그날 독해수업에 나오는 단어들이고, 나머지 절반은 단어장에 나오는 단어들일 거야. 여기서 단어장이란 보통 시중에서 판매하는 (단어를 모아둔) 책이야. 보통 학원에서는 고등학교 영어실력 향상을 대비하기 위해서 시중에 판매되는 수능영단어장을 선택해. 빡센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는 학원에서는 초등 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만 되어도 수능영단어장을 <기본편>이 아니라 <실력편>으로 선택해서 과제로 주지. 여기 나오는 단어들은 학원 수업에는 당장에 사용되진 않아. 수능을 대비하여 단어를 미리 외우게 하는 것이 목적이지. 3~ 4년 정도 선행학습하는 단어들이지. 단어를 미리 많이 외우게 해서, 외운 만큼 누적되어 기억하는 단어가 많아지기를 기대하면서... 물론 모든 학원이 꼭 이렇지는 않아. 그렇지만 비슷할 거야.”

 

“단어를 많이 알면 알수록 좋지 않아요?”


“시험을 잘 보려면 시험에 자주 나오는 단어를 외워야 하는 것은 필요하겠지만, 수능 영어를 대비하자고 초6에서 중1때부터 외워야 하는지는 글쎄? 안타깝게도 이렇게 곤혹스럽게 외운 영단어들이 기대만큼 아이의 머릿속에 누적 되진 않더라. 외울 당시에 아이만 괴롭히지.

우리도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잖아. 학교 다닐 때 어렵게 외운 내용들이 시험후에는 이상하게 머릿속에서 지우개로 지운 듯이, 스르르 사라져 버린 경험, 너도 있지?

 한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하여 외우게 하니까 다르지 않을까 싶지만, 이상하게도 부모의 기대만큼 기억에 남기는 효과가 없더라.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서 이런 과정을 거쳐 고등학생이 된 아이들이 있는 교실에 가서 역학조사 연구를 해보고 싶어. 내가 보기엔 내 아이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다르지 않은 것 같더라고.

머리를 쥐어짜가며 곤혹스럽게 외웠지만, 시험 통과와 동시에 빠르게 잊어버리는 ‘망각 사이클’이 뇌에서 작동하는 게 아닌가 싶더라. ‘그래도 외웠을 텐데, 남는 게 있겠지. 설마?’ 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지?

 

우리 아이를 보니 외우다, 외우다 안 되면 ‘단어시험 재시’라는 늪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서 필살기를 사용하더라고. 제공하는 테스트지의 정답 위치를 외워. 학원에서 제공하는 단어 시험지는 재시 때마다 같은 것을 주거든. 재시, 삼시, 사시 쯤 되면, 몇 번째 칸에는 00이라고 쓰자고, 못 외운 것들을 칸을 채우는 답만을 외워 테스트지를 채우고, 괴로운 상황을 모면하더라. 여기에 아주 소수의 아이들은 적응하더라고 하더라. 그런데 내가 아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아. 그래서 오히려 영포자가 되는 것 아닐까 싶어. 몰라서 못 따라가는 것보다 너무 일찍 어려운 것들을 접해서 질려서 부정적 감정만 쌓이고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게 아닌가 해.

내가 둘째를 중학교 3학년 때, 수능 영단어를 일찍부터 외우게 하기 보다는 중학영단어장을 여러 번 익혀서 고등학교를 진학시켰어. 그런데 이게 더 효과적인 것 같더라. 선행이 아니라 제 학년에 단어를 정확히 아는지 확인하고 가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

 

몇 주가 지나 동생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

전에 다니던 학원은 그만두었고, 한 달 정도 쉬었다. 그러고 나니, 아이도 불안한지 다른 학원이면 다녀보고 싶다고 했다 한다.

‘조금 더 쉬어도 될 텐데...’ 쉬는 동안 뒤처지는 것을 걱정하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져 안타까웠다.

 

“어떤 학원을 알아봐야 할까요?”

 

“빡센 것을 내세우는 학원은 피하라고 해주고 싶어.

커리큘럼이 화려한 학원,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네 가지 영역을 골고루 발달 시켜준다는 말에 현혹되지 않았으면 해. 말하기와 쓰기는 듣기, 특히 (우리나라 환경에서는)읽기가 충분할 때야 가능한 영역이야. 읽기가 충분하지 않는데 억지로 말하기와 쓰기를 시키는 것은 당장 흉내를 내게 하는 것이지, 다음에 활용하는 배움이 되기엔 한계가 있어.

시험기간을 제외한 기간에 학원 수업은 수능을 준비하기 위한 문법 학습과 독해 수업으로 이루어지지. 초등 때는 단문 독해에서 시작해서 학원 레벨이 오를수록 중문, 장문 독해를 연습시키지. 나도 아이를 처음 학원을 보내고 나서, 내가 공부하던 30년 전의 영어공부방식과 지금 아이들의 영어 학습 방식이 너무 변한 게 없어 깜짝 놀라고 실망했었어.

그리고 중간고사, 기말고사 기간에는 학원에서 내신대비 수업을 해.

아이를 보내려고 하는 학원의 수업 방식이 강의식 수업을 주로 하는지를 알아봐. 강의식 수업은 내 아이가 수업내용을 얼마나 이해하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한 강의실에 인원이 많으면 누가 수업을 이해 못하고 있는지 강사가 체크하기 어렵겠지. 그때그때 아이에게 피드백이 되지 않거든.

 

이왕에 학원을 보내기로 했으면, 사교육을 제대로 활용해야 하지 않겠어? 규모가 큰 학원일수록 과제를 내주고, 수업시간에 강사가 문제풀이를 해주는 것으로 넘어가. 우리 집 아이는 오답확인 학습이 안 되더라고. 수업시간에 듣기는 하는 데, 본인의 풀이가 맞고 틀린 결과만 확인하고 넘어가는 것 같더라. 왜 틀렸는지 모르면 틀린 문제는 계속 틀려. 왜 틀렸는지를 아는 것이 비로소 공부인데 말이야.

 

내신 기간 4주 동안, 매번 문제 200개(전체 800문제) 정도 학원숙제로 해가거든. 그런데 시험 치면 ‘노력한 것에 비해서 성적이 왜 이렇지?’ 싶었어. 그런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런 원인이 있었더라고.

학원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질문을 많이 주고받으면 이런 피드백을 그때그때 해줄 수 있을 텐데 말이야. 학원 수업 2시간 반 동안 문제 200개를 풀이해 주고, 마치려면 강사는 설명만 하기도 얼마나 바쁘겠나 싶기도 해.

나도 아이에게 선생님이 문제 푸는 것만 구경하다가 오면 공부가 안 된다고 여러 번 이야기 했지만, 아이가 그걸 깨닫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더라.

 

아이들에게 애정이 있는 성실한 학원 선생님을 찾기를 바라. 사춘기 중학생에게는 자신을 신뢰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니까. 그러나 너무 걱정 하지마. 아이를 교육하는 분들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

만약 학원을 가지 않고 아이 스스로 해보겠다면, 영어 그림책을 읽는 방법이 있다고 말해 주고 싶지만, 네가 직장맘이니 그렇게는 힘들겠지?

시험이라는 평가를 두고 줄을 세우는 중2가 되기 전까지는 조금 여유를 더 가졌으면 해. 지금은 자유학년제 기간이니 아이들이 충분히 숨고르기를 하도록 기다려주면 좋겠어. 아이들도 중학생이 되면, 잘 해야 한다는 성장에 대한 두려움이 있거든.

중학교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도 기억하렴. 여유를 가져.

중학교 때 여러 가지 실패를 해 보는 것도 괜찮아.

아이들은 실패하기도 하지만, 다음번에는 좀 더 잘해 보려고 애쓰기도 하니까.”

 

자신의 인생을 가장 걱정하는 사람은 바로 ‘아이 자신’이란 사실을 잊지말라며 통화를 마쳤다.

 

-양지아래 툇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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