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돌이켜보면 책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늘 중요한 키워드였던 것 같다.
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우리 집에는 전집이 무수히 많이 꽂혀있었다.
십 년을 훨씬 넘는 시간을 엄마는 단 한 달도 월부(당시 전집을 사고 매월 책값을 나눠서 현금으로 낼 수 있는 시절)를 거르지 않으셨다는 말을 수금하러 오시는 분한테 들었을 정도니, 우리 집은 책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나를 성장 시킨 책들은,
9살에 아빠한테 선물 받은 『김유신 장군』
중2 때 사촌 오빠에게 선물 받은 『수레바퀴 밑에서』
중학교 방학 틈틈이 오빠에게 독후감을 제출하느라 읽었던 『삼국유사』 전집
고등학교 시절, 불교라는 종교 안에서 학생회 활동을 무척이나 열심히 하던 시절 읽었던 『그리스 로마신화』
20대 때, 친구에게 선물 받았던 최인훈 작가의 『화두』였다.
늘 내 수준보다 높은 책들로 나에게 주어져서 의무감으로 읽었던, 책들이었는데 두껍고 재미없든 소설 『화두』를 오기로 읽고 나니 다른 책들은 너무나 쉽게 읽혔다.
읽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30대까지는 엄청난 양의 소설을 읽었다.
신문에 연재되는 소설부터 책으로 출간된 소설까지 거의 빼놓지 않았다. 장르도 가리지 않았다. 『해리포터』, 『쥐라기 공원』은 영화로 개봉되기 전에 책을 먼저 읽었을 정도였다.
그러다 소설책이 아닌 전문 서적을 읽기 시작한 계기가 임신하고부터였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그다음은 학교를 다시 다니기 위해, 학교를 마친 후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
그러다 한국사를 가르치면서 5·18과 관련된 소설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책이 『소년은 온다』 는 것이었다. 한강 작가가 누군지 몰랐을 때여서 작가 소개 없이 중고생들에게, 강의할 때 책을 권해주었다. 그리고 제주 4·3 항쟁 관련 소설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채식주의자』를 아직 읽지 않았다. 역사 관련 소설이 아니었고 한강 작가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강 작가의 책을 여러 권 구매해야 할 상황이 왔다.
나는 당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했고 여러 날을 기다렸다.
그러다 오늘 기사를 봤는데 지역의 서점들은 한강 책의 수급에 큰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공부방을 시작한 이후로는 바쁘다는 생각에 책을 사러 동네 서점에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나와 오빠가 함께 꾸던 꿈이 서점의 주인이었음에도 말이다.
워낙 많은 책을 사느라 중고 서점을 자주 이용한다.
그것도 시간을 핑계로 온라인 중고 서점을 이용한다.
이제부터는 동네 서점을 염두에 두고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과 결심 그 중간 어딘가로 마음이 움직였다.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려면 시간을 내서 가야 하고, 책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전문 서적들은 보통 주문하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조금씩 감수해 볼 작정이다.
한강 작가의 책 덕분에 소비율만 높아질지 독서율도 높아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디어 리터러시의 카테고리 안에는 독서도 들어가기 때문에 독서 강의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한강 작가의 책들은 일주일의 시간을 넘겨서야 모두 도착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궁금해 기사들을 찾다 보니, 한강 작가도 작은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나에게는 그동안 잊고 있던 것을 돌아볼 기회를 선물했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이 아닌 동네서점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청년 시절 심취했다가 전문 서적에 밀려나 있던 소설을 다시 잡는 계기뿐 아니라 20년 만에 오프라인 독서 모임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 독서 모임이 숨이 차도록 바쁘게 달려 온 일 년을 마무리하는 위로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글. 노워리상담넷 상담위원 지미영
아이가 중고등학교를 들어갈 즈음에는 학원이라는 테두리에서 조금 자유스러웠으면 하는 생각에서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기 전부터 교육시민 활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다. 10살 아이가 23살이 되는 동안 아이를 단단히 키울 수 있었던 힘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의 다양한 경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책’
돌이켜보면 책은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늘 중요한 키워드였던 것 같다.
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이미 우리 집에는 전집이 무수히 많이 꽂혀있었다.
십 년을 훨씬 넘는 시간을 엄마는 단 한 달도 월부(당시 전집을 사고 매월 책값을 나눠서 현금으로 낼 수 있는 시절)를 거르지 않으셨다는 말을 수금하러 오시는 분한테 들었을 정도니, 우리 집은 책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나를 성장 시킨 책들은,
9살에 아빠한테 선물 받은 『김유신 장군』
중2 때 사촌 오빠에게 선물 받은 『수레바퀴 밑에서』
중학교 방학 틈틈이 오빠에게 독후감을 제출하느라 읽었던 『삼국유사』 전집
고등학교 시절, 불교라는 종교 안에서 학생회 활동을 무척이나 열심히 하던 시절 읽었던 『그리스 로마신화』
20대 때, 친구에게 선물 받았던 최인훈 작가의 『화두』였다.
늘 내 수준보다 높은 책들로 나에게 주어져서 의무감으로 읽었던, 책들이었는데 두껍고 재미없든 소설 『화두』를 오기로 읽고 나니 다른 책들은 너무나 쉽게 읽혔다.
읽는 속도가 빠르다 보니 30대까지는 엄청난 양의 소설을 읽었다.
신문에 연재되는 소설부터 책으로 출간된 소설까지 거의 빼놓지 않았다. 장르도 가리지 않았다. 『해리포터』, 『쥐라기 공원』은 영화로 개봉되기 전에 책을 먼저 읽었을 정도였다.
그러다 소설책이 아닌 전문 서적을 읽기 시작한 계기가 임신하고부터였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그다음은 학교를 다시 다니기 위해, 학교를 마친 후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해서.
그러다 한국사를 가르치면서 5·18과 관련된 소설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책이 『소년은 온다』 는 것이었다. 한강 작가가 누군지 몰랐을 때여서 작가 소개 없이 중고생들에게, 강의할 때 책을 권해주었다. 그리고 제주 4·3 항쟁 관련 소설인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는 중이다.
하지만 나는 『채식주의자』를 아직 읽지 않았다. 역사 관련 소설이 아니었고 한강 작가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한강 작가의 책을 여러 권 구매해야 할 상황이 왔다.
나는 당연히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했고 여러 날을 기다렸다.
그러다 오늘 기사를 봤는데 지역의 서점들은 한강 책의 수급에 큰 문제가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공부방을 시작한 이후로는 바쁘다는 생각에 책을 사러 동네 서점에 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닫게 되었다.
나와 오빠가 함께 꾸던 꿈이 서점의 주인이었음에도 말이다.
워낙 많은 책을 사느라 중고 서점을 자주 이용한다.
그것도 시간을 핑계로 온라인 중고 서점을 이용한다.
이제부터는 동네 서점을 염두에 두고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과 결심 그 중간 어딘가로 마음이 움직였다. 동네 서점에서 책을 사려면 시간을 내서 가야 하고, 책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전문 서적들은 보통 주문하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조금씩 감수해 볼 작정이다.
한강 작가의 책 덕분에 소비율만 높아질지 독서율도 높아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디어 리터러시의 카테고리 안에는 독서도 들어가기 때문에 독서 강의를 하는 사람으로서는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한강 작가의 책들은 일주일의 시간을 넘겨서야 모두 도착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에 대한 다양한 시각들이 궁금해 기사들을 찾다 보니, 한강 작가도 작은 책방을 운영한다는 것을 오늘에야 알았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나에게는 그동안 잊고 있던 것을 돌아볼 기회를 선물했다.
대형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이 아닌 동네서점을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고, 청년 시절 심취했다가 전문 서적에 밀려나 있던 소설을 다시 잡는 계기뿐 아니라 20년 만에 오프라인 독서 모임까지 하게 된 것이다.
이 독서 모임이 숨이 차도록 바쁘게 달려 온 일 년을 마무리하는 위로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 글. 노워리상담넷 상담위원 지미영
아이가 중고등학교를 들어갈 즈음에는 학원이라는 테두리에서 조금 자유스러웠으면 하는 생각에서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기 전부터 교육시민 활동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연을 이어오고 있다. 10살 아이가 23살이 되는 동안 아이를 단단히 키울 수 있었던 힘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의 다양한 경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