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및 심리 상담Re : 과학고 입시와 선행에 대해 말씀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입니다. 자녀 교육에 있어 기대했던 바가 있으셨는데 우리가 처한 교육 현실이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녀가 앞으로 겪을 입시 준비의 어려움을 생각하며 속상한 마음에 글을 남겨주신 것으로 이해됩니다. 이정서님께서 의견을 밝히신 것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뜻하는 바와 다른 부분이 있지만, 현 입시제도안에서 자녀를 교육하면서 느끼시는 불안과 걱정에 대해 공감하며 저희 역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과학고 입시와 선행에 대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입장이 어떠한지 세가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 번째, 영재학교 입시 전형에 대한 문제입니다.

과학고는 지필고사로 선발하지 않고 내신으로 당락이 결정되므로 선행교육 여부가 결정적이지 않습니다. 이정서님께서 과학고 진학을 위해 선행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것은, 영재학교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어느 지역에 거주하시는지 모르지만, 참고로 경기과학고, 서울과학고, 광주과학고는 영재학교에 속합니다.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입시가 다르니 참고해주세요.

영재학교 입시는 창의성 평가라는 명분으로 수학, 과학의 어려운 문제로 평가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고등학교 선행학습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고난이도 경시대회 문제를 푸는 훈련을 받아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이런 문제는 초등학생 때부터 훈련받은 아이들에게 유리한 것이 분명하여 우리 단체는 그동안 교육부와 과학고/영재학교에 이런 지필고사로 학생들을 선발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중학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난 문제를 모니터링하여 입시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영재학교의 경우 교육과정이 선행을 하지 않고서는 따라가기 어려운 과정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영재학교 준비생을 모집하는 학원들은 선행교육을 매우 일찍 해야 한다고 말하며, 선행을 다 끝낸 후에 경시대회 훈련을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선행사교육은 모든 아이들에게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글에 쓰신것처럼 선행사교육을 통해 과학고나 영재학교를 준비하고 진학하는 것은 ‘일부분의 진실’이 맞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진실’도 존재합니다. 선행사교육을 통해 효과를 보는 학생들은 일부분 일 뿐더러, 과도한 선행교육 경쟁은 결국 아이들에게 성인보다 더 긴 시간 ‘공부노동’에 시달리게 하고, 배움에 대한 즐거움보다는 학생들의 성취수준이 고려되지 않은 학습으로 인해 공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여 교육환경 전체를 망가뜨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녀가 이공계열에 관심이 있고, 재능도 있어 과학고/영재학교에 선행사교육을 받아 진학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의 치열한 경쟁으로 3년을 보내야 합니다. 학원에서 만든 실력으로는 과학고/영재학교의 내신 경쟁을 따라가기 위한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이공계 적성이 아닌데 입시를 목표로 진학하게 되면 오히려 향후 진로 선택에 어려움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순간의 성공을 위한 선행사교육보다는 과학고/영재학교 입시에서 가장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선행학습이나 성적보다 이공계열 공부에 대한 자녀의 관심, 호기심, 몰입, 자기주도성을 강조해서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과열된 경쟁 가운데 고통받는 아이들을 위해 교육을 바꾸자는 뜻을 가진 시민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 뜻은 내 아이만 입시에 성공하면 된다는 생각보다도, 이 땅의 모든 아이들이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여 그에 맞는 진로/진학 선택을 하며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학벌 좋은 대학에 가야만 우대받는 사회의 관행과 풍토를 개선하고, 입시를 위한 선행사교육 등의 불안 마케팅을 경계하며, 아이들의 수준과 적성에 맞는 질 높은 학교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책 운동과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벌여나가고 있습니다.

 

이정서님,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충실하게 살아온 자녀이고, 자녀의 친구처럼 미리 준비했다면 충분히 능력이 될 터인데, 이미 늦었다는 상담과 세상물정 모른다는 말에 얼마나 답답하고 속이 상하셨을까요? 현실을 제대로만 알았다면 좋았겠다 싶고, 자녀 인생을 망친 것 같아 원망도 크실 듯합니다.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을 조금 내려 놓으시고, 자녀의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이제까지 자녀가 선행 없이 최상위권을 유지하며 충실히 살았다는 것은 미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능력 중 하나를 갖추고 있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힘으로 공부를 이어온 자녀는 자기주도성을 이미 단단하게 준비해온 것이 됩니다. 글에 자세한 내용은 없으나 비교적 건강한 생활태도와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짐작되고, 학원의 도움을 적게 받고 자신의 노력과 힘으로 공부해온 것에 대해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부분은 대학 진학뿐 아니라 성인이 되어 어떤 일을 하든 높이 평가되는 능력이지요. 어떤 상황에서도 자녀분은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성실하게 이어온 공부와 좋은 생활 습관과 태도는 결과가 어떠하든 충분한 칭찬과 박수 받아 마땅하므로 많은 격려와 지지를 해주셨음 합니다.

 

글 말미에 ‘우리 아이들 모두가 미래 사회의 주인공이 되어야 하는 것’ 에 동의하셨듯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계속해서 불합리하고 과도한 경쟁 속에서 고통받는 아이들과 부모들을 위해 일할 것입니다. 소수의 아이들만 혜택을 누리는 교육이 아니라, 다수의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꾸려갈 수 있는 진로 진학을 선택할 수 있는 교육 제도와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정서님께서도 그러한 마음으로 자녀와 동행해주시고 교육의 변화를 위해 함께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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